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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27) 교회운영 의안 (상) 구성과 내용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04-12-12 수정일 2004-12-12 발행일 2004-12-12 제 242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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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운영 내실화 필요성 공감
쇄신 토착화 복음화와 밀접한 상관관계 지녀
교구간 협조·성직자 교류
종신 부제직 설정도 언급
교회의 토착화와 전례 개혁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요한 과제였던 것과 함께 이 두 사안은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특히 토착화 문제는 전례 개혁 보다도 더 폭넓은 영역, 즉 전례 신학을 포함 교회인력 재정 등 운영 문제와 관련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200주년 사목회의 「교회운영」 의안 역시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규정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근본적인 바탕을 두고 한국 가톨릭 교회 고유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교회 내부로부터의 쇄신이라는 측면에서 교회 운영 전반을 다루었다.

당시의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강화, 총대리 회의 발족, 교구 참사회의 개편을 비롯 사제평의회, 본당사목협의회,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조직 등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른 교회 운영 체제의 변화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었다.

주교회의는 주교 총회를 이전의 연 1회에서 연 2회로 늘려 교회내 중요 사안에 대한 문제를 보다 심도있게 공동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췄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실무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총대리 회의 및 전국 각 교구 국장 회의를 새롭게 개최했다.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도 권한을 분산하고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기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주년 사목회의는 이러한 흐름에 연이어 「토착화」라는 입장에서 교회 운영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쇄신 의지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며 교회 운영의 내실화 문제는 한국 교회의 사명을 달성하고 복음화 사업을 증진시키기 위한 구체적 결의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본당 운영과 관련된 것들은 복음화 3세기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운영 쇄신과 민족복음화 구현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었다.

제1장 머리말

사목회의 의안 10부에 해당된 「교회운영 의안」은 머리말을 포함 총 5장으로 구성됐으며 6개항목의 제안 사항을 첨부하고 있다.

제1장 머리말에서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 교회 건설 요소인 말씀과 성사를 논하고 있고 이어서 교회의 구조 원리인 교계 제도와 보조 원리를 밝히고 있다.

1~5항에 정리된 교회의 본질과 사명 부분은 교회 운영 의안의 기초로써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 헌장에 따른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교회가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하느님의 백성이자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분의 신비체이며 성령의 궁전」이라고 규정하면서 교회가 신적 신비에 근거를 두고 있는 신비스러운 실재이면서 성사적인 본질로 신비적 친교(communio)임을 천명하고 있다.

6~7항에서는 말씀과 성사가 교회의 건설 요소임을 밝히면서 복음 선포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와 관련되는 것임을 소개하고 성사들은 구원의 수장으로서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며 교회 공동체에 대한 본질적 관계로 드러남을 표명하고 있다.

교계 제도와 보조 원리를 설명한 8~9항에서는 「교계제도(敎界制度)가 하느님에 의해 제정된 교회의 구조 원리」라고 밝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공식 입장을 재확인하고 평신도와 관련 「이들 역시 하느님 나라 건설에로 성직자와 함께 불리웠다」고 언급하고 있다.

「보조원리」에 대해서는 『교계적이고 단체적인 교회 구조를 해함이 없이 교회 생활을 위한 자연법적 규범』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교회의 상위 권위는 하위 권위가 스스로 자기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한 그를 억압하지 않으며 이 원리로써 보편 교회와 지역교회, 교황 수위권과 주교단, 교구와 본당, 더 나아가 본당과 공소간 관계를 분명히 할 수 있다』고 규정, 교회내 단체들이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에 따라 모임을 이루고 소정의 과제를 수행할 때 상부 기관이 이를 존중해야 함을 교회의 구조 원리로 명백히 한 것은 주목할만 하다.

제2장 교회운영 일반

제2장은 「교회운영 일반」을 다루고 있는데 본론 첫 부분에서 교회 운영 일반에 관한 기본 입장을 천명하고 계속해서 교회 운영의 쇄신, 조직과 효율적 관리기능, 교회 행정과 능률, 재정과 인사, 기획과 홍보 기능의 강화, 또한 중앙협의회 강화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10~12항에 걸친 교회 운영의 쇄신 부분에서는 「현대 사회의 다양성에 직면하여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교회도 새로운 기능과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설명으로 교회 운영 쇄신에 대한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덧붙여 교회 행정은 「교회 목적과 의사를 실현시키고 조직 인사 재무와 그 능률에 관해 제기되는 여러 문제에 가장 좋은 해결책을 위한 모색」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회 행정과 능률」(15항) 부분을 통해 한국 가톨릭 교회가 당면한 문제중 하나로 날로 과중해지는 관리 업무를 지적한 의안은 그러한 이유에서도 교회 행정의 능률을 제고하기 위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되도록 많은 평신도를 직 간접으로 교회 사업의 핵심에 끌어들여 적극적 참여를 북돋우고 관리 기술을 보편화하고 제고하는 것」이 교회 행정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주교.사제에게 지워진 책무임을 지적하고 있다.

인사 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재정과 인사」(16~17항) 부분은 「특히 배려해야 할 것이 교회내에서 직책을 부여받은 평신도들이 성의를 다해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인사 관리 규정과 보수 규정의 제정이 요망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예산의 편성과 이를 승인하는 과정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하고 관련되는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18~19항에 걸친 「기획과 홍보 기능의 강화」 내용도 주목을 끈다. 특히 「기획 전담 기구 설립」이나 교구 기획위원회 설치 등이 제안됐고 오늘날 조직 운영에 있어 중요도를 더해 가고 있는 것 중의 하나로 홍보 업무가 강조됐다.

제3장 교구 운영

제3장 「교구 운영」에서는 교구를 바람직하게 운영하기 위한 고찰 필요성과 교구, 교구 사목, 교구 구조, 교구 운영에 필요한 규정들을 밝히면서 25~27항 「교구 문제」와 관련해서는 「교구 세분화가 한국 교회 성장에 기여한 면이 있는가 하면 교구간 장벽을 쌓아 격차가 심화되고 발전에 불균형을 초래하는 부정적 현상이 야기 되었음」을 지적하고 교구 경계의 재조정 혹은 통합 문제들이 논의될 필요를 제안하고 있다. 또 이 항목에서는 교구간 사목상 협동 문제와 성직자의 인사 교류 문제 및 전국 기구의 강화 문제 등이 역설됐다.

「교구 구조」를 다룬 31~40항에서는 교구 행정 구조의 일원화 및 교구 참사위원회의 합리적 운영이 제안되고 있고 사제평의회의 상설화, 성직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된 교구 사목협의회의 정기적 개최가 피력됐다.

41~47항 「교구 운영의 여러 규정」중 성직자 인사 관리와 관련 「오늘날 점증하는 사목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종신부제직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제4장 본당 운영

제4장 「본당 운영」에서는 사목위원회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구성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가장 작은 교회 단위인 본당이 본래 사명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요인에 대해 「교회 구성원이 교회 본질적 사명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토착화 문제에 소극적이고 지나치게 전통적이었으며 본당 운영을 위한 계획이 찰나적이었으며 제반 활동에 대한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본당 사목위원회의 구성과 기능(50~52항)에서는 「가난한이들」 「젊은이」 「여성」들이 배제되는 경향을 우려하고 있다.

제5장 맺음말

제5장 「맺음말」에서는 주교회의의 주요 관심사로 검토 처리돼야 할 6개 내용들이 제안사항으로 제시됐다.

여기서는 「인류복음화 성성과 한국 천주교회의 관계를 분명히 하여 독립교구로서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교회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상위직의 권한을 하위직에 대폭 이양하여 성직자 부족 현상을 극복하고 교회 활성화를 기해야 한다」는 내용이 제기됐다. 또한 「교구장의 이동 및 임기제」 검토 및 「교구간 균형있는 발전과 특수 사목의 발전 도모」 「자문 기관인 사목협의회의 의결기관 전환」등이 제안됐다.

의안은 제안 사항에 앞서 「하느님 백성의 자각」(75~76항) 주제하에 한국 교회의 앞날을 위해 요청되는 기본 자세 정립을 촉구, 「교회 운영과 관련해 지적한 문제점과 해결책은 하느님 백성,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민족 복음화를 위해 쇄신되어야 하겠다는 자각을 지녀야 그 의미가 살아난다」고 밝히고 「하느님 백성 특히 신도들은 각종 교육을 통해 의식화 되어야 하며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와 주교들은 봉사하려는 소명 의식을 더욱 깊어지고 커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회운영」 의안은 많은 평신도를 교회 사업의 핵심에 끌어들여 적극적 참여를 북돋우고 관리 기술을 보편화하고 제고하는 것」이 주교·사제에게 지워진 책무임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평협 2004년도 제3차 상임위원회 모습.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