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 수도회 탐방]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 (상) 창립과 영성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04-11-28 수정일 2004-11-28 발행일 2004-11-28 제 242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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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순명과 기도생활속에 이웃 위해 봉사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는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한 분이신 하느님의 섭리에 의지하라는 창립자의 영적 유언을 받들어 현재 10여개국에서 활동중이다.
1878년 알퐁소 마리아 푸스코(Ven. Alfonso Maria Fusco) 신부에 의해 이탈리아 살레르노 앙그리에서 설립된 세례자 성 요한 수녀회(Sisters of St. Jhon Baptist)는 예수 그리스도에 앞서 『너희는 주님의 길을 준비하여라』하고 설파한 세례자 요한처럼 「주님의 길을 준비하여라」는 것이 고유한 영성이다.

나자렛의 예수님을 수녀회의 모범으로 삼고 있는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는 특히 시대가 요청하는 바에 따라 하느님 말씀을 자유롭게 받아들이는데 있어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젊은이들을 교육시키고 격려하며 세례자 성 요한의 보호와 인도하심 가운데 주님의 길을 바르게 준비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다.

설립자 알퐁소 마리아 푸스코 신부는 이미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사제가 되어 하느님의 일을 할 것이라는 예언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오랫동안 아기를 기다리던 중 구속주회 노 수도자로부터 『앞으로 아이가 태어날 것인데, 이름은 알퐁소, 사제가 되어 구속주회 설립자 알퐁소 리구오레(당시 복자)의 삶을 닮게 될 것이오』라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 태어난 푸스코 신부는 11세 때 오직 하느님과 교회에 봉사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노체라교구 소신학교에 입학했다.

푸스코 신부는 소신학생 시절이었던 1859년 꿈속에 나타난 나자렛 예수님을 통해 수녀회 설립의 뜻을 마음속에 품게 된다. 이때 나자렛 예수님은 알퐁소에게 『어린 고아들을 돌보는 수녀회를 설립하여 나자렛 수녀회라고 부르게 되리라. 터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라는 말씀을 남겼던 것.

알퐁소 신부는 이후 1863년 3월 29일 사제품을 받은 뒤 극심한 가난 속에서 일하며 버려진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또 주교에게 순명하는 것이 곧 하느님께 순명하는 것임을 믿으며,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고통의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곤 했다.

그는 마침내 1878년 9월 26일 같은 뜻을 가졌던 수녀회 초대총장 막달레나 까푸토와 함께 한 낡은 집에서 수녀회 설립미사를 봉헌했고 매 끼니를 때울 음식조차 부족한 가운데서도 하느님 섭리로 지원자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1878년 10월 5일에는 첫 고아가 공동체에 들어오는 결실을 보게 됐다.

알퐁소 신부는 회원들을 위한 사랑의 규칙서를 만들어 『여러분은 거룩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서 여기 모였고, 이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이것은 곧 회원들이 생활안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매일 살아갈 것과 순명과 노동, 기도생활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 것이었다.

1880년 7월 주교의 공식적 인준을 받고 수녀회 첫 착복식을 가진 알퐁소 신부는 『그대들은 겸손하고 서로 사랑을 실천하는 성녀가 되시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한 분이신 하느님의 섭리에 의지하시오. 나는 하늘나라에서 항상 그대들을 생각할 것이며 또한 그대들을 위하여 기도할 것이오』라는 영적 유언을 남겼다.

1910년 2월 6일 선종한 알퐁소 신부는 1976년 2월 12일 「가경자」 칭호를 받았고 잠비아 어린이 제솜 기즈마에게서 치유 기적이 실현됨으로써 2001년 10월 7일 복자품에 올랐다.

세례자 요한 수녀회 정신은 이러한 설립자의 성소(부르심)에 기초해 있고 그의 이상은 현재까지 수녀회내 10여개국에서 활동중인 모든 공동체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