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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협 하상 신앙대학 강의 ⑤ 교회와 사회

정하권 몬시뇰,정리=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4-10-24 수정일 2004-10-24 발행일 2004-10-24 제 242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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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 증거위해  공동선 추구 협력해야”
교회는 인간구원을 추구하기 때문에
어떤 정권하에서도 인권수호에 노력
정하권 몬시뇰
모든 인간은 그 존재와 능력과 목적까지 하느님께로부터 받았으므로 창조주께는 절대적으로 종속되어 있다. 아울러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지성과 자유의지를 가진 피조물로서 세상을 관리하는 자격과 책임을 받았기 때문에(창세1, 26∼28) 세상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이러한 이중적 정체성의 어느 한편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참된 품위를 손상하거나 포기하는 것이다. 인간이 이룩하는 정치, 사회, 문화, 과학 등 모든 분야가 이 이중적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으면 진정한 문명이 아니라고 평가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신앙이다.

예수는 『카이자르의 것은 카이자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고 하심으로써 하느님의 나라와 세상의 나라를 명확히 구별하셨다. 이는 국가에 대한 본분과 하느님께 대한 본분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분명히 할 것은 정당한 권위의 근거가 하느님의 뜻에 달린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공권력은 항상 하느님의 뜻에서 이탈하지 않아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권력이 추구하는 것은 공동체의 공동선이라야 한다.

현대 교회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구별과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논의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복음과 세상의 대화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한 정당화되고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국가와 그 권력이 인간 본성에 속한다는 의미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하느님은 권력을 집권자들에게 직접 주시지 않으시고 공동체에 맡기셨다. 정치권력의 본질이 이렇기 때문에 그 권력의 범위나 권력행사의 형태가 하느님이 정하신 윤리규범에 속하는 것이며, 인간에게 봉사하는 권력만이 정당한 권력이다.

교회는 인간의 영원한 구원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존재 양상에 있어서 자율적임을 선언한다. 따라서 어떤 체제의 정권과도 유착될 수 없고, 반대로 인권과 공동선을 존중하는 어떤 형태의 정권과도 공존할 수 있다. 그리고 교회는 어떤 정권하에서도 인격의 존엄성을 수호하려고 노력한다.

『교회가 언제나 어디서나 참된 자유를 가지고 신앙을 선포하고 사회에 관한 자기의 교리를 가르치며, 사람들 가운데서 자기 직무를 지장 없이 수행하고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경우에는 정치 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사목헌장 76).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정치에도 관계되고 윤리나 종교에도 관련된다. 이런 경우 그 일의 윤리성이나 종교성에 대하여는 교회가 간여하게 된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반드시 윤리성이 개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일이 정치와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회에 침묵을 요구할 수는 없다. 교회는 그러한 일들이 윤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평가해주어야 한다.

교회는 고유한 사명을 수행하는 일에 필연적으로 결부되는 현실 문제에 부득이 간여할지라도 『복음에 고유한 방법과 수단만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사목헌장 76). 교회의 목적은 현세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증거하는 것이지 이 세상에 낙원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며, 또 근본적으로 『지상 국가와 천상 국가의 이와 같은 상호침투는 신앙으로써만 이해할 수 있고 인류 역사 안에 신비로 남아 있을 것』(사목헌장 40)이기 때문이다.

정하권 몬시뇰,정리=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