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교주일 특집] 청소년 · 청년 선교 현황과 과제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4-10-24 수정일 2004-10-24 발행일 2004-10-24 제 242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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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이탈 급증…교회 활력 저하
최근 5년 평균 50~59세 증가율 5.06% 13~19세는 2% 증가 그쳐
전체 신자 중 청년인구비율 19% 개신교는 46%, 불교 33%
본당이나 단체의 갖가지 행사가 겹치는 때면 이른바 파김치가 되는 이들이 적잖이 생긴다. 최근 지역사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바자를 연 서울대교구 한 본당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달 넘게 행사를 준비한 문안드레아(45)씨는 바자 후 온몸에 기운이 빠지는 체험을 해야 했다. 매년 해오는 행사지만 갈수록 힘들게 느껴지는 게 꼭 체력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무슨 행사든 4, 50대 신자들이 주축을 이룹니다. 20대는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이 본당의 경우 교적상 20대 신자수는 680여명에 이르지만 성가대, 주일학교 등을 통해 활동하는 청년수는 6, 70여명 안팎이어서 젊은이가 떠나고 있는 한국교회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젊은층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은 다른 본당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때 20대 청년들이 주축이 된 유서 깊은 풍물패로 성가를 높였던 또 다른 본당 풍물동아리는 몇 년째 신입회원을 확보하지 못해 언제 명맥이 끊길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

추수할 일손의 부족에 일꾼의 노령화 현상까지 겹치기 시작한 교회 현실은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젊은층이 주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이에 대한 교회의 인식은 안개 속에 있는 듯하다. 교세 통계를 보면 한국교회가 직면한 현실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연령별 신자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를 살펴보면, 96년 한해만 보더라도 전년도에 64만4377명이던 만20∼29살 신자수는 65만9301명으로 2.3% 늘었고, 39만6477명이던 만13∼19살 신자는 41만2870명으로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만50∼59살대 신자는 33만3015명에서 3.2% 늘어난 34만3927명, 만60∼69살의 신자는 20만3455명에서 5.2% 증가한 21만4045명으로 늘어 고령자의 증가가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후 추세를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확연해져 만50∼59살의 신자수는 97년에 전년대비 4.5% 증가한 것을 필두로 98년 6.7%, 99년 7.0%, 2000년 2.3%, 2001년 4.8% 증가해 5년 평균 5.06% 증가한데 이어 2003년에는 무려 전년에 비해 22.9%가 급증하는 놀라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만13∼19살 신자는 97년 2.5%, 98년 1.4%, 99년 -0.3%, 2000년에 5.5% 증가한데 이어 2001년에는 1.1% 증가하는데 그쳐 평균 2% 성장에 머물렀다. 특히 2002년에는 -6.1%로 대폭 감소해 젊은층이 썰물 빠지듯 줄고 있는 현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더구나 젊은층의 이탈이 타종교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종교 내 청년인구(18∼30살) 비율이 개신교가 46%에 육박하고 불교 역시 33%대를 유지하지만 천주교는 19%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그 자체로 문제라기보다는 교회 전반의 활력 저하, 나아가 복음화율의 둔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상황으로 지적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성소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오래 전부터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서구교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어 교회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젊은이를 주체로 세우지 못하는 교회

교회 내에서 젊은이는 언제나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가 교회의 주체라는 의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젊은이를 신앙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다 보니 파생되는 문제 또한 적지 않다. 단적인 예로 청소년·청년 사목의 대상이 될 젊은층 자체를 교회 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을 위한 사목 방안을 내놓아도 사목 효과 또한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연쇄적으로 교회 내에서 일할 주체의 부재로 이어지고 사목의 황폐화라는 구조를 낳는다. 더구나 젊은 세대를 매료할 만한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청소년?청년 사목의 빈곤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선교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의 선교는 기성세대들이 중심이 돼 비슷한 세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 선교라고 해야 교회 언저리에 있는 제한적인 대상을 중심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교회 울타리를 뛰어넘어 전인구의 37%에 이르는 2, 3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선교전략은 곤궁한 실정이다.

젊은이 선교의 기폭제로 청년을 활용하는 타 종교

일찌감치 젊은층에 눈을 돌려 다양한 선교전략으로 청소년·청년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개신교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 1958년 설립된 개신교의 초교파적 학생 선교단체인 「한국대학생선교회(KCCC)」의 경우 전국 50개 지부, 350여개 대학에서 2만여명의 대학생 신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다져진 선교 역량을 바탕으로 1964년 십대선교부 의료선교부 등 분야별 선교조직을 만드는가 하면 1990년 필리핀에 3000여명의 대학생 단기선교사를 파견한 이래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에 3000여명의 단기선교사를 해외에 파견하는 등 선교의 새로운 장을 개척해오고 있다. 또 가정선교원, 스포츠선교부, 음악선교부, 북한젖염소보내기운동본부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선교의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CAM 대학선교회도 각 대학에서 캠퍼스 복음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교회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개신교 청년선교단체들의 공통된 특징은 종단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단체들은 교회 지도층까지 나서 신입회원 양성 교육을 기본으로 지도자 수련회 등 단계별 교육은 물론 국내·해외 단기 선교훈련, 방학을 이용한 해외 선교훈련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선교 역량이 자연스레 젖어들게 하고 있다. 또 교회 내 위치에 따라 간사 훈련, 지도자 훈련, 사역팀별 선교 훈련 등 다양한 교육의 장을 제공, 선교 열정을 이끌어내고 있다.

매년 한국교회 평균을 훨씬 웃도는 신자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군종교구의 현실은 선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0년 1만8688명의 새 영세자를 배출한 군종교구는 이후 매년 1만8000명에서 2만명 안팎의 영세자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20대 신자여서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따라서 교회 안으로만 향해있는 시야를 밖으로 돌려 교회 외부의 청소년·청년들을 찾아 나서려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교회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각종 교회시설 개방 등 다양한 선교방안 수립 시급

교구 차원에서는 교구 현실에 맞는 선교전략을 세워 이에 맞는 선교 방안 수립과 투자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 전 교회 차원에서는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보완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을 필두로 타 종단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청소년·청년 선교를 위한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교구가 보유하고 있는 청소년수련시설 등 각종 집회 시설을 교회 안팎의 젊은이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이 시설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교회 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회 내 젊은이들의 역량을 키우고 활용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이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리더십 교육」 등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고민의 전제가 될 선교에 대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따르지 않고서는 한국교회의 젊은 교회로의 연착륙은 보장하기 힘들 것이다.

◆ 인터뷰 /인천 가톨릭청소년회 사무국장 홍현웅 신부

“젊은이 대상 선교 전무… 교회 한축으로 인정해야”

홍현웅 신부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이런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부족한 듯합니다』

2001년부터 재단법인 인천 가톨릭청소년회 사무국장으로 교회 밖 젊은이들과 많은 시간을 나눠오고 있는 홍현웅 신부는 청소년·청년 사목의 가장 큰 문제를 「위기의식」을 나누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찾았다.

1997년부터 인천교구 청소년국장으로 교회 내 젊은이들과도 적잖은 시간을 보낸 홍신부는 고령화하고 있는 교회의 돌파구를 청소년.청년 선교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그간 성인을 위한 선교는 많이 해왔지만 미래의 교회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선교는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인천교구가 교회 밖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고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새로운 젊은 세대를 찾고자 하는 모색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교회의 자산, 교회의 인력으로 접근하지 않고서는 간접적인 선교 효과 밖에 거두기 힘듭니다』

연수구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쉼터, 중구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등 인천교구가 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시설과 교구가 직접 설립해 운영 중인 강화 「바다의 별 청소년 수련원」을 비교하면 홍신부의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목사 등 지도층의 별다른 개입 없이도 자생력을 갖춰 좀체 어려움을 겪지 않는 개신교 청년 선교단체가 부러운 게 홍신부의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가톨릭정신을 담은 구조화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젊은이들에게 다가갈 때 직접 선교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가 직접 설립한 수련관 등 물적 토대를 갖춰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욕적인 투자가 절실한 현실이다.

아울러 젊은 세대를 부차적 존재나 피교육자로 보는 관점을 탈피해 교회의 한 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홍신부의 생각이다. 나아가 그는 타종교와 비교해 제반 여건이 불리한 교회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교회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각 교구의 취약한 점을 보완하며 젊은이 선교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국가톨릭청소년연맹」과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