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20) 가정사목 의안 (상)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4-10-17 수정일 2004-10-17 발행일 2004-10-17 제 2419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중요성은 인식…분석 대안은 미흡
교구 시노드후 전담기구 설립 강조
소외계층 가정을 위한 배려도 언급
「가정」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공동체다. 교회는 항상 혼인성사 등을 통해 가정성화를 강조해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족해체 등 가정문제에 대처해 전 교회 차원에서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건강한 가정공동체 만들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전국 각 교구장들은 2004년도 사목교서를 통해 한결같이 가정과 생명 수호를 위한 지원을 가장 중심에 두고, 가정사목을 강조했다. 또 2005년 사목교서는 한국 교회 가정사목의 전망을 제시하는 가정을 주제로 한 공동사목교서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지난 8월에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정기총회 또한 「생명을 지향하는 가정공동체」를 주제로 열려 전 아시아교회 차원에서 가정의 중요성과 복음화에 관한 관심을 고무시켰으며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사항을 제시하는 다양한 연구, 발표성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목회의 「가정사목」 의안에서도 가정성화를 강조하며 가정의 중요성과 현실, 가정사목의 의의, 실천사항 등을 밝히고 있다. 「가정사목」은 최근 들어 사목회의의 여러 의안 중 그 주체와 대상, 활동범위에 있어서 가장 큰 인식변화를 보여왔고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 사목활동으로 꼽힌다.

의안의 내용과 의의

「가정사목」 의안은 서론과 마지막 「제안사항」을 포함해 총 9장으로 구성돼 있다.

의안은 우선 『개인의 구원과 일반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구원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1장 2항)며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정의하고 있다.

2장은 「크리스찬 혼인과 가정」, 3장은 「크리스찬 가정의 자기사목」을 주제로 설명한다. 4장 「크리스찬 가정의 다른 가정을 위한 사목」에서는 그리스도인 가정이 다른 가정을 만나는 과정 자체가 복음선포이자 이웃가정복음화의 계기라는 과제를 재인식시킨다. 5장은 「혼인과 가정을 위한 사목」, 6장은 행복한 가정운동과 관련해 「크리스찬적 가족계획」에 관해 말한다. 7장은 「크리스찬 가정화운동」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8장 「이혼하고 재혼한 부부」에서 결혼관계가 깨어진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도 『사랑과 배려로써 그들 역시 교회로부터 배제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교회생활에 참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교회의 책임을 확인한다. 9장은 「본당에서의 노인사목」에 대한 권고사항을 밝히고 있다. 9장에 첨부된 「제안사항」에서는 ▲혼인과 가정문제연구소의 설립이 요청된다 ▲부모를 도울 수 있는 교리교본과 성교육교본이 필요하다 ▲크리스찬 가정을 위한 가정잡지가 필요하다 ▲교구별로 상담요원 양성은 시급하며 또한 상담소 설치운영도 시급하다 ▲교구 교회법원의 요원 양성과 활성화도 시급하다는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특히 의안은 「가정사목」의 대상을 신자 가정 뿐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구성원까지 넓히며, 「가정사목」을 통해 교회 내적 복음화 뿐 아니라 사회복음화의 사명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 『가정사목은 가정 자체의 일』이고 『평신도는 가정성화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고유의 성소를 받은 것이며 평신도 활동의 첫 대상이 가정(1장 5항)』이라며 가정사목의 주체가 가정 자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의안은 가정과 사회의 연계상황을 인식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적 현실을 보다 깊이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드러낸다.

특히 사목회의 의안은 전체 의제를 교회의 구성원과 운영, 영성.사목활동 부분으로 크게 나누고 있는데 가정사목을 「통합적 사목」의 틀 안에서 중요성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목활동의 여러 대상 중 한 대상으로 시사하는 편협함을 보이고 있다.

『가정사목은 교회의 일반 사목활동 중 하나의 특수한 활동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증표로 보아서 혼인과 가정을 위한 사목활동에 우선 순위가 주어져야한다』(1장 3항)

사목회의 이후의 노력

1970년대 들어서 교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가족계획의 불합리함을 올바로 인식하고 인간 생명의 존중의식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이러한 활동은 한국교회 가정사목의 구체적인 토대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75년에는 가정사목위원회의 전신인 행복한가정운동전국협의회가 설립되고 같은 해에 ME가 도입, 확산됐다.

80년대 이후부터는 폭넓은 가정사목 방향을 제시하고 지도자 양성, 교육홍보물 발간, 가족계획상담실 등을 마련했지만 사목회의 후 10여년간의 활동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계기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가정교서」를 발표한 후 한국교회는 가정사목에 대한 관심을 고무해왔다. 각 교구에서는 가정 교서의 내용에 따라 가정사목을 전담할 기구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가정사목을 구체적으로 지원할 상담실 운영 등을 보다 활성화하고자 힘썼다. 또 전국 규모의 가정?생명 관련 대회들이 마련되고, 가정.생명 수호미사와 운동 등이 적극 펼쳐졌다.

그러나 「가정사목」이라는 용어와 구체적인 인식, 가정문제의 현실 파악, 사목대안 제시 등의 노력은 90년대 후반 특히 2000년대 들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시노드를 통해 가정사목을 구체화하고 있다.

각 교구 시노드들은 교구 혹은 본당 산하 가정사목 전담기구의 설립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사목회의 가정사목 의안에서도 가정성화를 강조하며 가정의 중요성과 현실, 가정사목의 의의, 실천사항 등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수원교구 복음화국 선교·사목부와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가 지난 8월 28일 수원교구청 대강의실에서 개최한 「혼인·가정사목의 방향제시와 사목과제 정립을 위한 가정사목 세미나」.

각 교구 시노드 의안

대구대교구 시노드 의안은 「생명주기에 따른 가정사목」을 총체적으로 밝히고 태아기부터 유년기, 아동기, 사춘기, 청년기, 중년기, 완숙기, 노년기까지 인생주기의 평생 과정 안에서 사랑과 생명에 대한 교육을 전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은 ▲하느님과 함께 사는 공동체(사제직)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살며 복음화하는 공동체(예언직) ▲하느님 뜻대로 이웃에게 봉사하는 공동체(왕직)가 되는 것으로 밝히고 각종 실천사항들을 제시했다. 이혼이나 별거부부와 자녀, 외국인 노동자 가정, 편부모가정,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가정, 미혼모, 독거노인가정, 혼종혼 등도 신앙인으로 받아들이고 공동체 생활안으로 이끌어야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인천교구의 경우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인 가정」이라는 제목의 시노드 최종문헌을 통해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헌은 가정사목의 진정한 주체는 가족이라고 정의하고 아울러 『가정사목에 대한 책임을 주로 지는 이는 주교와 사제이며, 이들은 가정사목을 위하여 개인적 관심, 배려, 시간 외에 인력과 재력을 투자해야 하며, 아버지이며 목자로서 이 최우선적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두어야한다』고 말한다.

『신자가정의 낙태현상도 일반 가정과 별 차이가 없다며 가족계획에 있어서도 신자들이 교회의 가르침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실태를 파악, 교구 공동체가 처한 사회, 정치, 문화적 현실을 좀더 충실하게 고려한 노력도 두드러진다.

실천사항으로 ▲가정사목부의 위상 강화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인 가정사목에 대한 인식 강화 ▲가정사목 프로그램 활성화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전환 ▲노인의 위상을 높이고 삶의 질 향상 등을 제안했다.

서울대교구는 「가정사목」을 단독의제로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평신도 의제 전반을 가정사목과 긴밀하게 연계시켰다. 평신도 의제는 평신도 소명과 사명,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 여성, 노인사목으로 풀어가고 있다. 정진석 대주교의 교구장 교서에서는 시민사회와 교회의 기초단위로서 가정이 「믿고 복음을 선포하는 공동체」 「하느님과 대화하는 공동체」 「인간에게 봉사하는 공동체」로서 갖는 의의를 확인한다.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가정사목연구소 설립, 가정교리서 편찬, 다양한 프로그램 특히 혼인준비 프로그램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히고 가정을 위한 「통합적 사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나 소외계층 가정을 위한 사목적 배려도 아끼지 않아야한다고 말한다.

부산교구는 사목회의에 앞선 82년 교구설정 25주년을 기념해 시노드를 열었다. 가정사목과 관련한 분야는 「사회 문제 분과위원회」에서 다뤘으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행복한 가정, 산아조절」에 관한 안을 통과시켰다.

또 최근 들어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를 비롯한 각 위원과 사목연구소, 가톨릭신문, 가톨릭여성연구원 등에서도 깊이있는 심포지엄과 세미나 등을 마련해 가정사목의 방향을 재인식하고 전교회 차원으로 관심 확대, 구체적인 대안제시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각 교구 시노드 개최 이후 가정사목에 관해 큰 관심을 둔 것은 사실이나 교회 안팎의 가정 관련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전망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기구는 부족한 형편이다.

아울러 현재 가장 시급한 일은 각종 분석, 진단, 연구 등을 통해 제시된 다양한 사목 대안들이 신자들의 삶 속에서 깊이있게 실현될 수 있도록 실제 사목에 접목하는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