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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19) 교리교육 의안 (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4-10-10 수정일 2004-10-10 발행일 2004-10-10 제 241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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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재교육으로 신앙정체성 세워야"
현재 한국 교회에서 이뤄지는 교리교육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성인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교리교육 프로그램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고, 가정에서의 교리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수원교구 가나혼인강좌에 참가한 예비부부들.
70년대와 80년대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한국 교회는 교세 신장율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고질적인 냉담자 문제, 주일미사 참례자 수의 감소, 신앙과 삶의 유리 현상이 심화되고 전통적인 신앙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상들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 전반에 걸쳐서, 이제는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는 내적 성숙을 다져야 한다는 통찰들이 나타났고 신앙의 본래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고 영적 성숙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일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사목적 대안들이 모색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방안이 바로 교육 문제였다.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고 신앙의 기초적인 의무와 책임, 권리들을 새롭게 인식함에 있어서 신자들이 가장 원했던 것 중의 하나 역시 신자 재교육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 각종 교육 프로그램들에 신자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시대적인 징표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200주년 사목회의가 교리교육 의안을 통해서 제시한 다양한 교리 교육 관련 문제 제기와 제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보다 깊은 분석과 통찰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토착화된 교리교육

사목회의 「교리교육 의안」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교리교육의 토착화이다. 사목회의 자체가 전체 의안을 일관하는 정신이 토착화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교리교육 의안의 토착화 노력 강조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의안에서는 당시, 그리고 오늘날에도 해당되는, 교리교육의 당면 과제를 몇 가지로 지적했다.

하나는 교리교육의 쇄신을 이루려는 결의와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한국인의 종교 심성을 바탕으로 한 교리교육 방법론이 미비하며, 신학적 명제의 요약과 같은 주입식 교육이 여전히 한국 교회 교리교육의 전반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정통 교리를 현대의 토착화된 언어로 들려주지 못하는 어려움이다. 이는 즉 언어의 토착화와 문화적, 언어적, 종교적 심성에 와 닿는 교리 해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교리교재나 교리교사 및 지도자의 양적, 질적 빈곤이다. 일선 사목자들의 교리 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교육적 환경과 시설, 조직의 미비는 80년대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한 문제이다. 특히 첨단 정보시대, 현란하고 화려한 멀티미디어의 세계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답적인 교리교육의 방법들은 설득력에 앞서서 눈길을 끌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교리교육의 토착화 문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79년 10월 16일에 발표한 교황권고 「현대의 교리교육」에서부터이다.

여기에서는 교리교육의 사명을 다양한 문화 속에 복음을 토착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해 교리교육은 그 지역교회의 문화와 그 문화의 근본 요소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한국 교회에서도 나름대로 교리교육의 토착화를 위한 노력들이 초대 교회 이래로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 교회 안에서 교리 교육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토착화된 신앙의 해석과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사목회의 의안서가 지적하고 있듯이 오늘날 전통적 교리를 현대적이고 토착화된 언어로 전해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교리교육이 자칫 복음의 진리가 한국 교회 신자들의 몸과 마음에 체득되도록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목회의 교리교육 의안은 2항에서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가 제시한 교리교육적 원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고유한 방법을 찾다가 빚게 될 『시행착오나 해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리 교육의 쇄신 방안을 모색해서 이를 적응시켜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안이 특히 결론 부분에서 한 제안은 현재의 교리 교육 발전을 위해 중요한 시사를 준다. 즉 한국 교회가 이제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숙으로 도약해야 하며, 한국인 특유의 종교 심성을 십분 이해하고 토착화를 통해 문화적, 종교적 심성에 와 닿는 언어를 개발하며 교육학, 인간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관련 학문을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

이후 각 교구 시노드들에서 누차 강조하는 바 중의 하나는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교육 시스템의 마련이다.

현재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교리교육을 보면 주일학교와 예비신자 교리 외에 첫영성체 교리, 견진교리, 혼인강좌 등이 별도로 마련되고, 그 외에 구역장 반장 교육, 사목위원교육, 주일학교 교사 교육, 각종 봉사자나 단체장 대상 교육, 소공동체 모임이나 성서 공부 모임, 전례력에 따른 사순, 대림 특강이나 피정, 세미나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정작 성인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교리교육 프로그램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이고 가정에서의 교리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기회나 계층에 속하지 않은 신자 대중이 예비신자 교리 이후 이어지는 후속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교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는 시노드 문헌 중 선교.신앙교육 부분에서 신앙교육의 체계화를 논의하면서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대개 신앙 교육은 예비신자 교육과 신자 재교육으로 나눠지는데, 단기적인 예비신자 교육에 그치지 않고 세례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평생 교육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교구 역시 시노드 최종문서에서 평생 교육 체계 마련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특히 정보화, 세계화 등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일생을 통한 교육 과정, 즉 평생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따라서 교회 역시 신자들에게 지속적인 교리교육을 베풀려는 방안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리교사 양성

한편 교리교사의 양성 문제는 매우 오랜 지적이면서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사목회의 교리교육 의안은 제안사항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즉 성직자의 관심과 지원의 요망, 전문 교육관의 개설과 각종 교육 기회 제공, 교육 프로그램 실시를 제안하고 경험 있는 퇴직 교리 교사나 각급 학교 교원과 부모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전임 교사제를 도입할 것도 제안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최종문헌 역시 신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을 양성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처우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함으로써 교육자들이 긍지를 갖고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함을 인식하고 있다.

인천교구 시노드에서도 우수하고 헌신적인 교리 교사의 양성은 신앙 교육의 우선적인 과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평신도 교리 교사의 지속적인 양성을 위한 체계적 방안 수립이 절실함을 지적하면서 교구 차원에서는 전문 기관을 설립해 교사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제공과 이들 교리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 본당 차원에서는 신자 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유급 전임 교사제를 도입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정과 소공동체

교리 교육에 있어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교리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의 위기는 현대 사회의 현상일뿐더러 당연히 교회 안의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가정사목에 대한 깊은 관심은 이를 반영한다. 따라서 가정 안에서의 신앙 교육, 교리 교육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미래 한국교회의 사목적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소공동체가 교리교육의 장으로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교구 시노드를 통해 이같은 논의를 심화하고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작은 모임 형태의 나눔식 교육 방식을 통해 성서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더욱 쉽게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소공동체는 평신도들이 교육의 대상자일 뿐만 아니라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고, 이미 오랜 운동의 결과로 소공동체가 점차 본당 사목 현장에서의 선교와 신앙 교육의 구심점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민족 복음화의 사명은 교리 교육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그리스도교가 참된 아시아, 참된 한국 사회와 민족의 복음이 되도록 하는 사명은 하느님의 말씀과 메시지를 우리 민족의 심성과 현대적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해설해주는 교리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