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18) 교리교육 의안 (상)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4-09-19 수정일 2004-09-19 발행일 2004-09-19 제 241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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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팽창에서 질적 발전으로 도약’ 강조
200주년 사목회의 12개 의안 중 일곱 번째 의안인 「교리교육」 의안은 7개장 39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제1장은 서론이고, 제2~6장은 본문이다. 제7장 결론에서는 교리교육 영역에서 한국교회의 쇄신과 도약을 위한 제안과 건의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교리교육 의안은 복음을 선포하고 신앙을 다지는 일은 교리교육적 직무에 속하며, 교회는 교리교육을 통해 선교 사명을 이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어 서론 2항에서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가 제시한 교리교육적 원리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우리 나름의 방법을 찾다가 빚게 될지 모르는 시행착오나 해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리교육의 쇄신 방안을 모색해서 이를 적응시켜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천명하고 있다.

의안은 결론 부분의 제안 사항에서 한국교회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발전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인의 특유한 종교 심성을 십분 이해하고 토착화 작업을 통해 문화적, 종교적 심성에 와 닿는 언어를 개발하며 교육학, 인간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관련 학문을 충분히 이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의안은 제1장(1~8항)에서 교리교육(Catechesis)이란 「개인이나 공동체로 하여금 그리스도교 신앙을 얻어서 깊게 다지도록 돕고, 입교예식, 교육 및 양심형성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려는 노력」(4항)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교리교육은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데 하나는 초보적 신앙을 성숙시키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과 메시지에 대한 보다 깊고 체계적인 지식을 통해 그리스도의 참 제자로 교육해 내는 일이다. 따라서 교리교육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요청되며, 그리스도의 말씀을 선포하고 그에 대한 응답을 해야 하는 인간의 궁극적인 존재이유를 깊이 깨달아 복음이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마침내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가져오게 하는데 그 일익을 담당한다고 본다.

세가지 유형

의안은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교리교육의 세 가지 큰 유형은 주일학교 교육과 예비신자 교육, 성인교육으로 대별되며, 특히 예비신자 교육은 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교리 교사들이 담당하고 입교자가 쇄도하고 있는 오늘날의 실정에서 매우 중요하다」(5항)고 강조한다.

의안은 6항에서 교리교육의 쇄신을 이룩하려는 결의나 노력이 아직도 부족하다며, 한국인의 종교 심성을 이해한 교리교육 방법론을 개발하지 못하고 신학적 명제의 요약과 같은 교의의 주입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정통교리를 현대의 언어나 토착화된 언어로 들려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교리교재의 빈곤, 교리교사와 지도자의 빈곤, 교사들의 지적.영적 자질의 빈곤, 일선 사목자들의 교리교육에 대한 관심 부족과 자세의 흐트러짐, 교리교육적 환경이나 시설, 조직 등의 미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제2장 한국 교리교육에 영향을 끼치는 특성들(9~15항)에서는 한국의 교리교육에 영향을 끼치는 특성으로서 불교, 유교, 도교 등 한국의 전통적 주요 종교들의 영향이 한국 문화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이어 오늘의 시대적 사조들도 교리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룬다(12항)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가톨릭의 교리교육은 물질주의, 과학지상주의, 세속주의적인 현대 사조들의 무종교성을 극복하고, 타종교들과 대화와 협력을 모색해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이 땅에 꽃피워야 할 과제를 안고 있음을 강조한다.

제3장 교리교육의 내용(16~21항)에서는 교리 교육은 말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16항)이며, 따라서 교리교육의 내용과 정신은 성부, 성자, 성령, 교회의 네 부분을 주축으로 삼위일체적이며 그리스도 중심적(17항)이어야 하며, 성서와 성전에서 그 원천을 취해야 한다(18항)고 강조한다.

제4장 신앙의 성숙을 교육(22~28항)에서는 교리교육이 그리스도인의 전 생애를 통해 평생 교육으로 이어지며, 신앙 생활을 진보시키는 수단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교리교육은 인간의 발달 단계에 따라 유아, 아동, 청소년, 청년, 장년, 노인 계층으로 나눠 진행돼야 하며, 또 연령층 내에서도 교육정도, 직업, 사회 신분의 형편대로 그에 알맞은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비신자 교육 특히 중요

의안은 특별히 제5장 예비신자 교리교육(29~32항) 부분을 할애해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제5장에서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이란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이들을 신앙 공동체에 맞아들이기 위해 베푸는 그리스도교의 입문 교육(29항)임을 정의 내리고, 「전(前) 예비기간-예비기간-정화와 조명의 기간-신비교육 기간」의 네 단계로 나눠 준비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30항)한다. 의안은 또 예비신자 교육 기간은 최소 1년 50~60 시간이 적합하며(31항), 견진성사를 위한 교육도 입문 교육의 성격을 띤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32항).

제6장 교리교육을 위한 구성 요소들(33~37항)에서는 교리교육을 이루기 위한 구성 요소가 교리 교육자, 교리서, 교육 자료, 교리교육 기구들임을 소개하고, 이러한 것들이 본당, 교구, 전국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밝힌다. 덧붙여 교리교육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교재, 기구들이 서로 긴밀한 상호 협조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안 말미에 첨부된 제안사항은 교리교육과 관련한 장기적 전망과 함께 시급한 사안들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목회의 의안들이 토착화에 대한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듯이 교리교육 의안에서도 토착화의 중요성이 시종 강조된다.

의안은 한국 교리교육의 토착화는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한국인의 전통, 관습, 문화, 정서에 적응시켜 가르치는 일이라면서, 세계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한국교회의 실정에 맞는 교리교육 지침서를 마련하고, 통일된 시행지침을 준수할 것을 요망한다.

아울러 주교회의 산하 전국 차원의 교리교육을 담당하는 상설기구와 이와 관련되는 기구들을 두고, 이런 기구들을 적극 활성화시켜 교리교육 전반을 전담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각 교구 시노드서도 강조

한국 교회 안에서는 교리교육이 예비신자에 대한 교육 뿐만 아니라 성인 신자들에 대한 교육과의 깊은 관련성을 바탕으로 그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꾸준하게 교리교육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90년대말부터 집중적으로 열린 각 교구 시노드에서도 교리교육 분야는 가장 기초적인 교회 활동 영역으로 검토되고 다각적인 제안들이 이어져왔다.

1997년 열린 대구대교구 시노드 의안집에서는 교리교육에 대한 부분을 별도의 제목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예비신자」 의안의 상당 부분을 교리교육의 역할에 할애하고 있다.

「신자는 삶으로 선교하고, 예비신자를 교회로 인도하는 것은 신자의 임무」임을 확인한 예비신자 분과는 교리반 운영에 있어 생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교리내용이 추상적인 이론으로 남지 않도록 실생활과 연계돼야 하며, 미사 참례와 기도생활을 실천하고, 이웃 신자들을 사귀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환영식, 복음서 수여식, 세례명 수여식 등을 거치는 단계별 세례 예식을 활용하며, 영세이후에도 첫 고해, 견진성사 준비까지 신비교육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교리교육 경험이 없는 사제 수녀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평신도 교리교사를 위한 과정이 개설되어야 한다는 뜻이 모아졌다.

가장 최근에 열린 서울대교구 시노드에서는 폐막과 함께 반포된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의 「선교.신앙교육」 부분에서 예비신자가 감소하고 쉬는 신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신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방법 다양화 돼야

교서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세례 후 신자 재교육을 통해 보충하고, 나아가 장기적 평생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교육 장소로는 본당뿐 아니라 가정·학교·직장·지구·교구청 등 다양한 곳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에 활기와 풍요로움을 더할 수 있도록 교육방법 또한 다양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주입식이 아닌 나눔식과 대상자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의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서는 또 교육내용과 관련해서 이론적 내용과 함께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과정을 포함하는 다양한 교육내용 마련과 연령.성.직업.교육 정도를 고려한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교육교재 개발을 요청했다. 갖가지 교육과정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교육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선교와 신앙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교구가 지구.본당과 연계한 일관된 지침 및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