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정사목 현장을 찾아서 (11) 서울 가정사목부‘약혼자 주말’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4-07-04 수정일 2004-07-04 발행일 2004-07-04 제 240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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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혼인생활 돕는 ‘예방주사’
마음의 문 여는 둘만의 대화로
혼인 중요성.복음적 가치관 다져
제17차 약혼자주말에 참여한 예비부부들이 파견미사에 참석, 기도를 하고 있다.
예비부부들은 혼인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대화를 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기에 더욱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정작 그 대화 속에서 주변 이야기가 아닌 나와 너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가 깊이있게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지만 특히 부부관계의 신뢰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조건. 올바른 의사소통이 이뤄질 때 갈등이 줄어들고 해결을 위한 노력도 쉬워진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담당=김동춘 신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약혼자주말은 예비 부부들의 대화가 충만히 이뤄지는 자리다.

6월 25~27일 서울 한남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약혼자 주말에 참가한 예비부부들은 2박3일 동안 일상의 모든 것을 접고 두 사람만의 대화 물꼬를 텄다.

ME(Marriage Encounter) 특수 주말의 하나인 이 프로그램은 앉아서 강의를 듣고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배우자와 둘이 대화 시간을 가지며 혼인의 중요성과 복음적 가치관을 다져가는 자리다.

혼인한 지 20년 이상 된 시니어(senior )부부와 혼인한 지 3년 미만인 주니어(junior)부부 등 선배 봉사부부들의 체험사례 발표에 이어 각자의 이야기를 써보고 상대방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주말 내내 대표 사제도 함께 참여해 깊이있는 조언을 더해준다.

그 가운데 참가자들은 혼인은 성사의 시작으로 하느님이 주신 은총이고 하느님이 주관하시는 일임을 깨닫고, 서로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약혼자주말은 무엇보다 혼인생활이라는 삶의 중요한 자리에 교회가 함께하고 도움을 나눈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첫날에는 우선 나 자신의 가치관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총 17단계에 거쳐 혼인 전반에 관한 주제를 나눈다. 본인의 장단점, 희망사항, 목표, 생활태도를 비롯해 돈과 성, 자녀, 가족과 교회, 이웃에서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로 두사람만의 의사소통에 참여하게 된다. 공동 토의시간에는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한다. 주로 여성의 직장문제, 가사분담, 육아 등 현실적인 갈등들이 많이 제기된다.

서울 약혼자주말 국혜원(실비아)-박재윤(사비노)씨 대표부부는 『약혼자 주말에서 나누는 서로간의 대화, 선배 부부들의 경험담과 사제의 조언 등은 실제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훗날 갈등을 겪을 때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로 많이 남는다』고 설명한다.

약혼자주말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혼인한 지 1년 미만의 신혼부부들이 참여 가능하다. 직접적인 선교 등으로 부담주는 일 등은 없어 일반인이나 타종교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 외짝 교우들의 경우 약혼자주말을 계기로 세례를 받거나 상대방 종교에 대한 넓은 이해심을 갖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현재 기수별 후속모임이 이뤄지고 있어 참가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예비부부들은 단 몇시간만에 치러지는 혼인식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한다. 그런데 정작 평생을 함께 할 혼인생활을 위해서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약혼자 주말은 이러한 예비부부들의 행복한 혼인생활을 위한 「예방주사」 역할을 하고있다.

※참여 문의=(02)318-2079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