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정사목 현장을 찾아서 (10) 공세리 피정의 집 ‘가족피정’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4-06-27 수정일 2004-06-27 발행일 2004-06-27 제 240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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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 역할·공동가치관 탐구
‘믿음심기’ 등 프로그램 다채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후원
지난 6월 19~20일 공세리 피정의 집에서 마련된 「가족피정」에 참가한 서울 우면동본당 김육(루도비코)-송윤숙(루피나)씨 가족들이 성지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서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가족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가족」 「사랑」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자신도 모르게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성별도 나이도, 성격도, 가치관도 다른 다양한 가족구성원들이 조화로운 삶을 엮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의 차이를 알고 이해하는 마음이 필수. 「대화」는 이러한 이해와 관계 형성을 돈독히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후원으로 공세리 피정의 집에서 실시되는 「마인드맵을 이용한 가족피정」은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1박2일간 총 5강에 걸쳐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수동적인 강의 등이 아닌 참가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의견을 나누며 엮어가는 작업과 게임 등의 체험활동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두뇌활동의 구조, 특징, 남녀 차이 등을 알고 사고를 폭넓게 확장하는 훈련의 하나인 마인드맵을 활용해 복음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가족관계의 회복을 돕는다.

『자녀들을 한번 안아주시겠어요?』

가족피정을 시작하면서 마인드맵 전문가들이 참가 부모들에게 청한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부모들이 그냥 선 채로 아이들을 끌어안는 경우가 많았다. 눈높이도 맞지 않고 자세도 불편한 아이들은 부모의 애정표현이 반갑지만은 않다. 부모들은 자녀의 표정을 보고서야 무릎을 꿇거나 자세를 낮춰 아이들과 포옹을 나눴다. 이 단순한 행위는 평소 부모들만의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대한 편협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가족피정」은 우선 자기 자신과 다른 가족을 발견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 - 앗! 너였구나!」를 주제로 한 1강에 이어 2강 「마음씻기 - 뭐라구요?」에서는 한 가족이라도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간다.

예를 들어 「심장이 필요해요」 프로그램에서는 시급히 도움을 줘야하는 다양한 대상들이 있지만 각 개인의 의견이 다르다. 단 한 사람을 돕기 위해 가족들은 대화와 설득, 합의를 이어간다. 굳이 「나와 너의 의견이 다르다」고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가치관을 알고 공동의 가치관을 찾아내는 과정이 된다.

「은총 안에서」를 주제로 한 3강에서는 공세리본당 오남한 주임신부가 「사랑의 언어」를 중심으로 강의한다. 왜 가족이 일치해야하는 지, 가정 안에서 각 구성원들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 성서를 근거로 구체적인 실천사항까지 제시하는 시간이다.

특히 강의 이후에는 영적상담과 고해성사, 성체조배 등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영적상담과 조배를 이어갔다. 의외로 어린 자녀들도 적극 참여한다.

4강 「믿음심기 - 우리가족 최고」에서는 가족끼리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연습을, 마지막 과정에서는 각 가족들의 역할과 목표를 제시하는 사명서 발표 시간 등을 갖는다.

오남한 신부는 『교회 내에서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가족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가족피정」에서는 대화를 통해 가족끼리 협력하고 하느님 중심의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집약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정의 집은 지역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는 공세리성지에 자리잡고 있어 울창한 산림과 넓은 풀밭 등 뛰어난 자연 경관을 갖추고 있다. 피정 참가자들은 피정의 집과 성당 주변에서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고 산책을 하는 등의 즐거움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