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정사목 현장을 찾아서 (8) ME ‘참부부가 되는 길’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4-06-13 수정일 2004-06-13 발행일 2004-06-13 제 240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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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다보니 부부금실 좋아져”
혼인생활 태도와 대화방법 등 제시
나이에 관계없이 부부함께 참여 가능
6월 6일 서울 반포성당에서 열린 「참부부가 되는 길」 그룹 토의 시간에 참가 부부들이 서로가 나눈 대화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현미(세실리아.45)-조현동(마태오.48)씨 부부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물론 본당 등에서도 금슬좋기로 소문난 잉꼬부부다. 부부도 자신들의 관계가 정상적이고 모범이라고까지 생각해왔다. 그러나 속내에는 평소 각자 자신이 「더 많이 참는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다.

조씨는 늘 아내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자신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 은연 중에 가장인 자신이 올바른 행동방향을 제시해줘야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김씨는 혼자 결정하고 동의만 구하는 남편의 행동에 늘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껴왔다. 어떤 때는 「제발 내 말을 들어보기라도 해달라」는 심정일 정도. 남편이 회사일로 피곤해할 때면 「잘하겠지」라고 생각해 쓸데없이 바깥일을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다. 김씨는 남편을 귀찮게 하지 않는 이러한 행동이 남편에게 절대적인 신뢰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깊이 나눴다고 생각한 대화주제도 되짚어보니 자녀문제 혹은 생활비나 집안 경조사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함께 지낼 여유는 많았졌지만 실제 이들 부부는 대부분의 시간을 다투는데 보내고 있었다.

6월 6일 서울 반포성당에서는 30~50대 40여쌍의 부부가 참가한 가운데 ME(Marrige Encounter) 사도직 프로그램의 하나인 「참 부부가 되는 길」 부부피정이 열렸다.

처음에는 머뭇머뭇하던 이들도 ME 봉사부부들의 솔직한 발표에 용기를 얻어 실타래 풀 듯 부부문제를 이야기해나갔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부부끼리 서로 마주보며 『당신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 『난 몰랐는데…』하는 소리가 연발됐다. 쑥스럽지만 서로 손도 잡고 마주보며 부부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부부가 서로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공동의 가치관이 정립돼 있지 않을 때는 시각의 차이가 더 컸다. 특히 서로를 이해하고 다양한 갈등들을 줄이거나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깊이 인식했다.

「참부부가 되는 길」은 혼인생활에 있어서 전반적인 태도와 대화 방법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론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경험을 나눔으로써 자기 자신과 부부관계를 보다 잘 인식하는 과정이다.

부부관계가 좋으면 자연히 자녀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단계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양식도 제시한다.

하루 일정으로 이어지는 「참부부가 되는 길」은 ME 봉사부부들의 경험발표와 설문지 작성, 그룹별 토의, 주제요약 발표 순으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듣기」와 「결정」 「부부싸움」 「치유」 순으로 주제발표와 대화 시간이 이어진다. 2단계에는 부부 공통의 가치관을 찾아보는 「가치관」, 「비판」 「무언의 대화」 「부부간의 화제」를 주제로 진행된다. 각 단계가 연차적으로 마련되는 과정은 아니다.

과정마다 나의 소원과 우리 부부의 공동 가치관은 무엇인지, 그것은 부부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배우자의 좋은 점을 바라보는 일은 왜 어려운 지, 어떻게 하면 우리 부부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할 수 있는 지 등을 고민해본다.

「참부부가 되는 길」은 연령에 관계없이 부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ME협의회 지원으로 각 본당별로 실시할 수 있어 참여하기 쉽다. 참여문의는 각 교구 ME 협의회(me.catholic.or.kr)로 하면 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