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새하늘 새땅] 세상안에서 영성 꽃피우는 제3회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4-02-08 수정일 2004-02-08 발행일 2004-02-08 제 238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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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속에서 봉헌생활 영성실현 복음증거”
물질과 쾌락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영성」에 더욱 목말라한다. 그리고 풍부한 영성의 샘물이 넘쳐흐르는 수도생활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인다.

평신도로서 수도회의 영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한 예로 제3회 회원의 삶이 있다.

제3회는 교회법에서는 『회원들이 세속에서 어느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하여 그 수도회의 상급 지휘 아래 사도적 생활을 살고 그리스도교 완성을 향해 노력하는 단체들은 제3회들이라고 일컫거나 다른 적당한 이름으로 불린다』고 밝히고 있다.

제3회원으로 사는 가장 큰 목적은 신앙 안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다. 이들은 바로 세상 안에서, 각자의 생활 환경 안에서 각 수도회의 영성을 실현한다. 수도자들과 생활환경 만이 다를 뿐 같은 영성을 따른다. 모태가 되는 수도회들은 평신도들이 가정, 학교, 직장, 본당 등에서 세례 때의 서약을 더욱 충실히 지켜 세상 안에서 올바른 평신도로 살아가도록 돕는다.

즉 더욱 깊은 영성의 삶을 살고자 원하는 이들 평신도는 제3회를 통해 수도자들과 같은 영성을 실현하는 동반자, 한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세상을 정화하고 영적 봉사를 펼쳐나갈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근간은 제3회의 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사도직의 다양화와 전문화로 제3회의 사도직은 더이상 고유한 것으로 남아있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세상에 봉사하는 다양한 사도직 활동은 각자의 영성을 실현하면서 자연스럽게 파생된다.

재속프란치스코형제회 영적 보조자인 김창재 신부는 『종교의 가장 큰 기능은 「세상의 정화」』라며 『제3회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범적인 영성을 살아 복음을 증거함으로써 더욱 적극적으로 하늘나라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서는 제3회를 한 수도회의 후원단체나 수도회 입회 전 오리엔테이션 과정 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지적하고 『시대의 요청에 따라 세상 안에서 봉헌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각 수도회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배려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제3회의 설립이 늘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큰 규모로 성장해온 회로는 프란치스코회 제3회인 「재속프란치스코형제회」가 있다. 현재 1만1000여명의 회원수를 보이는 이 회는 제3회 중 유일하게 교황으로부터 인가받은 회칙에 따라 영적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밖에도 가르멜 재속회를 비롯해 살레시오회, 마라아회, 영원한도움의 성모수녀회, 한국 순교복자수녀회, 성모영보수녀회,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예수성심시녀회, 예수고난회, 미리내천주성삼성직수도회, 오순절평화의수녀회 등이 제3재속회원 모임을 갖고 있다.

봉헌생활의 날은 수도자들을 비롯한 「봉헌생활자」들 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 앞에 다시 한번 초대되는 기회다. 봉헌생활의 날을 맞아 더욱 깊이 사랑하고 또 사랑받게 하는 각 수도회 영성의 향기를 음미해보면 어떨까.

재속 프란치스코 서울지구 형제회 종신서약식. 십자가를 가슴에 안고 삶속에서의 봉헌생활을 다짐하고 있다.
서울 가르멜 재속회원들이 성무일도를 바치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봉헌회 첫 유기봉헌식.

■ 재속 프란치스코형제회 최평식·김가숙씨 부부

하느님 것 잠시 빌린 삶

내것 찾는 욕심 버려야

『세상에서 내가 가진 것은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을 빌려 쓰는 것입니다. 늘 되돌려 드리기 위해 생각과 말과 행동을 조금씩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할 뿐이죠』

지난 86년 유기서원을 받고 재속프란치스코형제회 회원으로 살고 있는 최평식(바오로.61).김가숙(골롬바.58) 부부. 그들은 프란치스칸으로 살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모습은 「더이상 내 것을 찾지 않는」 자세다.

『사실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 지 모릅니다. 「사랑하기 위해 가난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결과로 가난이 생겨난다」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이 큰 힘이 됐지요』

부부는 평소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후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달란트를 활용해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부부가 함께 시신기증서약도 했다.

『이웃들에게 교리, 이론만 강조하면서 「하느님께 맡기고 기도하라」고 하는 것은 쌀 한톨없어 굶고 있는 사람에게 「밥 좀 먹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부부는 늘 이웃과 실질적인 도움을 나누려고 노력한다.

최씨는 『물질을 포기한다는 것은 오히려 쉽다』며 『인간관계 안에서 내 생각과 내 의지를 포기한다는 것은 더욱 큰 십자가였다』고 말한다. 사회적인 지위와 책임 그리고 회원으로서 영성의 삶 안에서 갈등도 컸다고.

최평식·김가숙씨 부부
특히 부부는 자식의 학업과 진로 등에 있어서는 의연함을 지키키가 어려웠다. 소년 프란치스칸으로 성실했던 외아들이 냉담하며 학업을 게을리 할 때면 야단도 치고 달래기도 하고 하느님께 따지기도 많이 했다. 그러나 자식도 하느님께서 잠시 맡기신 보석이라고 생각하자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욕심을 버릴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둘이 늘 함께 기도하고 활동함으로써 대화도 크게 늘어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으며, 인간관계 안에서의 지혜, 끈기도 크게 배웠다』며 『항상 하늘나라를 향한 지름길을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한평생 하느님 것을 공짜로 쓰고, 또 하느님 것을 가지고 인심쓰면서 칭찬까지 받으니 얼마나 좋은 삶입니까? 정말 좋은 관리자의 몫을 살고 있습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