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차동엽 신부의 새시대 교회가 나아갈 길 (8) 전 신자 은사계발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입력일 2002-01-27 수정일 2002-01-27 발행일 2002-01-27 제 228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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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의식 고취로‘프로 신자화’해야
『개신교와 천주교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프로 신자들」과 「아마추어 신자들」의 차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나는 가톨릭 교회 계통의 신문·잡지 뿐만 아니라 일부러 개신교 계통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데 같이 펴놓고 비교해보면 개신교계(改新敎界)가 우리네 보다 두 가지 면에서 앞서 있음을 금세 확인하게 된다. 대상과 내용 면에서 다양한기 이를 데 없는 교육 및 연수 과정이 끊임없이 개설되고 있다는 점 곧 저들의 뜨거운 교육열이 그 첫째요, 신앙서적들이 매일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 곧 저들의 강한 자기계발 의지 또는 성장 욕구가 그 둘째이다.

이런 열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프로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인다. 실제로 목회자들은 강단에서 신자들에게「프로 신자」가 되라고 강조하고 있고 신자들은 프로가 되지 않으면 「구원」에서 제외되는 것인 양 프로가 되기 위하여 몸부림들을 치고 있다. 그 결과 저들은 각 방면의 「프로」들이 되어서 다양한 목회활동의 당당한 동역자로서 자신들의 능력, 시간, 재물, 에너지 등을 쏟고 있다.

결코 「광신적인 현상」이라고 비아냥거리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식 대로 간다』고 고집부릴 일도 아니다.『하느라고 해봤지만 안 되더라』고 체념만 하고 있을 일은 더욱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고찰에서 보아왔듯이 미래 교회에 부과되는 도전과 책임은 점점 막중해져 가고 있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친히 부르시는 음성에 귀를 막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교회의 사명 수행에 있어서 핵심 직분을 수행해 왔던 성직자 및 수도자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머지않아 이러한 이중고(二重苦)를 더욱 강도 있게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인한 방안은 전 신자가 지니고 있는 은사를 활용하는 길이다. 그동안 자타가 공인해왔던 「아마추어 신자」들을 「프로」로 만드는 것이 살 길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신자의 은사를 계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어떠한 것이어야 할까? 답답한 대로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전신자가 신자로서의 뚜렷한 정체성과 소명의식을 갖도록 적극 교육해야 한다. 그동안 가톨릭 교회는 평신도 사도직 양성교육과 활동에 힘입어 일부 신자들의 사명감을 고취하는데 성공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이를 토대로 전신자 은사계발에 나설 때이다. 일부 신자들의 사도직 수행만으로는 미래 교회가 직무유기, 무기력, 도태의 늪에 빠질 공산이 크다. 그야말로 전신자가 사명감 투철한 신자로 각성되고 새로 날 필요가 있다.

둘째, 사도직 수행에 필요한 영성적-실무적인 능력을 함양시켜 주어야 한다. 사명감을 지니는 것만으로는 아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실행에 필요한 능력을 배양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자들을 연령별, 단계별, 영역별로 교육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교육 이수자들에게 수료증을 부여해서 이수자들이 권한과 책임의식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는 각 신자의 일생과 신자 전체를 아우르는 평생교육 시스템을 구축함으로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직업이나 취미와 관련하여 습득한 전문 역량을 각자가 발휘할 수 있도록 교회 내에 다양한 직능별 사도직 단체를 구비해야 한다. 교구 단위에서 가능한 직종은 교구 단위에서 묶어주고 본당 수준에서 가능한 것은 본당 수준에서 묶어주되 활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거나 교구차원의 「자원봉사」 관리체계를 운영하여 공급자와 수용자 사이를 중재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도 「인프라」(하부구조)가 구축되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그치고 만다. 전신자 은사계발의 「인프라」는 성령, 프로그램, 소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⑴ 성령께서는 믿는 이들 각자에게 다양한 은사를 주셨고, 신자들은 그 은사에 근거하여 다양한 임무와 직책을 위임받았다. 따라서 교회는 신자 각자가 늘 성령께 마을을 열어 소질과 은사를 계발할 수 있도록 일깨울 필요가 있다.

⑵ 은사 계발을 위해서는 성령의 영감이 살아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연구기관의 확충과 인재양성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과감한 추자가 없으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정황에 머물 수 밖에 없다.

⑶ 전시자를 대상으로 한 은사계발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계발된 전신자의 은사가 충분이 발휘되려면 전신자가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장(場)인 소공동체가 살아나야 한다.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25, 29). 이 말씀을 우리는 은사 발휘를 게을리 한 개인을 향한 경고인 동시에 교회를 향한 경종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