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차동엽 신부의 새시대 교회가 나아갈 길 (7) 대안 영성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입력일 2002-01-20 수정일 2002-01-20 발행일 2002-01-20 제 228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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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영성' '토착영성' 개발 시급
라디오, TV, 인터넷, 무선전화 등 전자문명의 발달은 문화(文化)의 긴박한 변화와 변형을 초래하였다. 문화가 긴박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존재 방식이 표류라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청소년 문화권과 성인 문화권으로 나누어 그려볼 수 있다.

우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격렬하게 휘돌리고 있는 이들이 바로 청소년들이다.

사탄주의, 뉴에이지, 반항, 마법, 거짓메시아로 점철된 「저항문화」가 등장했는가 하면 술, 마약, 섹스, 허무, 자살로 범벅이 된 「도피문화」도 제 철을 만난 듯 퍼져나갔다. 나아가 『스포츠에 미쳐라, 음악에 미쳐라, 컴퓨터 게임에 빠져라, 폭력을 즐겨라, 황홀한 섹스를 즐겨라』는 구호를 내건 「광란의 문화」가 청소년들의 의식과 무식을 뒤흔들고 있다. 음악, 영화,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 광고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주입되는 은밀한 메시지가 가공할 파괴력과 영향력으로 잠재의식에 잠복하여 청소년들을 가학과 피학, 일탈과 방황, 폭력과 공포, 환각과 광란에로 몰아 넣고 있다.

이리하여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현대의 「문화」가 「문화를 밥보다 더 많이 먹고 자라는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청소년들을 온전히 휘감고 그들 속에 스며들고 젖어들어 있다.

또한 성인 문화권 속에서도 예측불허의 다양한 기류가 사위(四圍)에서 휘몰아 치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의 관심거리인 신앙양식도 엄청난 이상기류를 타고 흔들거리고 있다. 사주, 점, 운명, 무당, 귀신, 전생, 윤회 등의 변종 종교문화가 신문, 잡지는 물론 첨단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우리의 안방까지 버젓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통 종교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음을 관심 있는 이들이 지적해 온지 오래다.

노길명 교수는 근간에 종교계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제도 종교의 약화와 「신영성운동」(new spirituality movements)의 확산』으로 표현한다(사목, 2001년 3월호 참조).

이들 두 가지는 성전, 공동체, 집단 예배의식 등을 갖추지 않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종교」(the invisible religion)의 확산과 맥을 같이한다고 한다. 즉, 현대인은 건강증진, 스트레스 해소 등과 같은 개인적인 안전이나 평안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보이지 않는 종교」또는 대체(代替) 종교인기공, 단전호흡, 요가 명상, 신비주의, 주술신앙 등에 경도(傾度)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종교성향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사회·윤리규범을 소홀히 여기고 지극히 개인적인 심신수행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데 있다.

이들은 얼핏 보기에 그리스도교 신앙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듯이 보이지만, 기수련을 통한 우주자연과의 일체감의 추구, 『신은 만물안에 존재하고 따라서 만물이 곧 신』이라고 보는 관점 등은 유일신이나 인격신 개념을 부정하고 그리스도의 신성과 그를 통한 구원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그리스도교적인 입장에 있다.

이러한 문화현실에서 새시대 한국 천주교회가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대안 영성」의 마련이다.

첫째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영성 곧 「신세대 영성」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그 방향을 2001년 7월 내한하여 순회강연을 가졌던 프랑스 신부 피에르 바베의 처방에서 발견한다. 바벵 신부는 「떼제 공동체」에 청소년들이 몰려들고 있는 현상에서 희망의 징후를 본다. 그에 의하면 소년들의 주일미사 참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도 그들이 「떼제 공동체」에로 모여들고 있는 것은 음향효과를 통한 「바이브레이션」의 형성 및 숨결의 교유(곧 감성적인 공감대 형성), 향기를 발산하는 영적 지도자, 축제, 상징체험, 성지순례화 같은 고행(몸의 영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것들은 그대로 「신세대 영성」의 핵심요소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성인층을 위한 대한여성 곧 「토착 영성」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기술한 현상들에 대해 우려와 금지로 대처하는 대신에 이 현상의 저변에 깔려 있는 현대인의 욕구와 영적 갈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일상의 삶 속에서 신성 또는 깨달음을 체험함으로써 현실의 불안을 떨치고 행복과 의미를 발견하고자하는 영적인 갈망과 해소·충족시켜줄 수 있는 영성과 사목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문화유산 가운데에서 옥석을 가려서 활용할 줄아는 식별력과 2000년 교회사를 통해 쌍인 다양한 영성 수련의 보고(寶庫)를 활용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에 대해서는 수도원들이 더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영성적인 대가(大家)가 나와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며 영성적인 대가가 배출되려면 실험정신을 갖고 치열하게 정진하는 영성적인 풍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