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차동엽 신부의 새시대 교회가 나아갈 길 (6) 생명운동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입력일 2002-01-13 수정일 2002-01-13 발행일 2002-01-13 제 228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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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외경과 수호는 그리스도교 산앙본질
21세기 한국 천주교회가 짊어져야 할 중차대한 사명 가운데 하나가 생명운동이다. 우리는 생명운동의 긴급한 요청을 교회 안팎에서 감지할 수 있다.

우선 교회 내적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敎書)에서 예언자적인 호소를 듣는다. 1995년 반포된 회칙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과 2000년 성탄메시지에서 교황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다양한 양태의 「죽음의 문화」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교회가 이에 대항하여 「생명의 문화」창달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교황이 우려하고 있듯이 카인의 범죄 이후 인류 역사 안에서 자행된 살인, 전쟁, 집단학살, 가난, 영양실조, 기아, 낙태, 안락사, 대규모 출산 통제 등의 생명파괴는 첨단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하여 마침내 배아사용, 인각복제 등의 반생명적 행태로 이어여 인류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실태에 생명운동의 긴급성이 정초하고 있다.

또한 교회 밖에서는 공생 이념이 태동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데 이는 21세기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생태 환경파괴, 핵전쟁 발발 위험, 그 밖의 재난과 재앙이 지구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공동의 위기 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에 미래학 분야에서 부상하고 있는 「공생체」, 「생태권」, 「박애」등의 키워드(Keyword)가 이러한 흐름을 반증해 주고 있다.

공생체(共生體)란 공동체와 생명주의를 결합한 용어로 생명 중심적 연대와 결속의 공동체 이념이다. 생명과 생태 도덕을 중시하는 이 이념을 통하여 사람들은 포용력을 지닌 서로 다른 인종, 문화, 종교 집단이 차이를 관용함으로써 공존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생태권(生態權)은 「생태」와 「인권」의 합성어로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과 그를 둘러싼 환경의 유기적 관계를 지키는 것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뜻을 지닌다. 궁극적으로 생태권은 인간을 지구적 차원에서, 지구를 우주적 차원에서 보는 「온 생명」의 우주론을 함축한다.

「박애」는 19세기의 유토피아인 「자유」와 20세기의 유토피아 「평등」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21세기 유토피아다. 21세기에 가장 요청되는 이념인 박애는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형제자매로 생각하고 사랑과 나눔을 베푸는 정신으로서 이는 새로운 사회 질서와 체제의 근간으로 자리잡으리라 기대된다. 이들 세가지에서 우리는 생명운동의 동인(動因)을 보게된다.

「생명운동」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지향하면서 교회가 생명의 존엄성과 불가침성의 수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교회 밖에서는 생명과 전체의 공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제 21세기 한국 천주교회는 이 두 가지 줄기를 통합하여 자신의 사명으로 수용할 것이다.

첫째, 교회가 생명의 수호자로서 일체의 반생명적 경향과 시도에 대하여 단호한 반대운동 및 대안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우선 첨단 과학기술과 생명 공학이 생명의 연장과 질병의 퇴치 등에 공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 뒤에 무경건하고 경쟁적인 우가 생명경시풍조와 인간의 자기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분명히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복제와 생명조작 등의 시도가 하느님의 창조경륜과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점을 깨닫게 하며 또한 사회, 문화, 법률 영역에 만연한 비인간화 현상과 반생명적 가치관을 교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악의적 호기심이나 상업적인 동기, 국가 산업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 생명공학을 남용하는 행태에 대하여 교회는 가톨릭 교회의 오랜 지혜와 양보할 수 없는 생명 경외 사상을 견지해야 한다. 실제로 근래에 주교회의 정평위가 전개해온 사형제도 폐지운동과 2001년 발족된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산하 생명윤리연구회 주도하의 낙태와 대리모 허용, 생명복제, 사후피임약 등과 관련되 법제화 논의,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최근 활약상은 고무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둘째, 지구 생태계의 위기에 대처하여 「생명 유기체」보전에 앞장서는 일이다. 하느님의 창조경륜에 근거하여 모든 생명체가 공존·공영할 수 있도록 「공생체」, 「생태권」의 이념을 널리 보급하고 복음에 입각한 「박애」의 정신을 앞장서서 구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멸이 아닌 공존과 상생을 위하여 차이와 다양성을 수용할 줄 아는 자세로 타종교 및 타문화와의 열린 교류와 연대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교는 생명의 종교이다. 하느님을 생명의 창조주로 고백하고 그리스도를 생명의 충만, 영원한 생명의 중재자로, 성령을 모든 생명의 동력(動力)으로 체험하는 것을 핵심신앙으로 하는 종교이다. 따라서 생명의 외경과 수호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에 속하는 부르심이라 할 수 있다.

『그 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 1,3).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