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차동엽 신부의 새시대 교회가 나아갈 길 (3) 뉴리더십(New leadership)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입력일 2001-12-16 수정일 2001-12-16 발행일 2001-12-16 제 227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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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펴주는 사목’에서 ‘함께 가는 사목’으로
근래 출판계의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에 대한 저서들이 꾸준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회 내에서도 기관이나 단체 차원에서 리더십에 대한 독서 포럼 또는 연수를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대와 사회 상황이 총체적으로 이른바 「뉴리더십」의 「새로움」(new)은 종래의 리더십을 적당히 개선(改善)한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견해를 조합하면 『리더십이란 공동목표를 향해 집단의 활동을 이끌어 나가는 한 개인의 영향력의 행사이다』라는 정의로 압축된다. 여기서 리더십 유형을 결정짓는 변수로서 지도자, (추종)집단, 공동목표 등 3요소가 부각된다. 「뉴리더십」의 「새로움」은 바로 이들 3변수와 관련하여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⑴ 우선 지도자를보는 관점이 바뀌는 추세이다. 이런 양상은 교회 안팎에서 똑같이 전개되고 있다. ⑵ 다음으로 (추종)집단의 변화가 「새로운」리더십을 요청한다 : 기업이나 정부기관은 이미 생산자중심의 서비스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런 현실에서 구매행위 또는 권리행사의 당당한 주체로서 대우받는데 익숙해진 신자들은 교회 내에서도 자신들의 의사와 제안이 수렴되어 교회운영에 반영되기를 점점 크게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독립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한 N세대가 점차 기성세대권으로 진입하고 있음도 「새로운」리더십에 대한 간과할 수 없는압박요인이라 할 수 있다. ⑶그리고 공동의 목표가 「새로운」을 요청한다 : 새시대의 사람들은 지도자가 선각(先覺)하여 제시하는 목표를 더 이상 공동의 목표로 인정하지 않는다. 21세기의 국민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박정희식 지도력에 콧방귀도 끼지 않는다. 개개인(국민)의 복지와 이익을 무시한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는 국민은 더 이상 없다. 요컨대, 신자 개개인의 욕구와 바람을 수렴한 「공유 비전」이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 내에서도 신자들의 원의를 무시하면서 명분과 당위성만 내세우는 논리로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미래교회에 전개될 것이다.

종합하자면, 새시대가 요청하는 뉴리더십은 다음의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로 새 시대에 요청되는 뉴리더십은 「공동참여형 리더십」이다. 지도자가 스스로를 「동반자」로 여기며 자신의 리더십을 분담하려는 의지를 지녀서 주체의식과 참여욕구가 높은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교회조직을 협의체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조정자형 리더십」이어야한다. 다원적 사고와 개성이 강한 N세대 의식구조 성향을 지니고 있는 교회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체를 꾸려나가기 위해서 교회 지도층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사고방식의 중재자요 조정자로서 지도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로 「개척자형 리더십」이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상황에서 지도자가 「신앙의 유산을 지키고 교회를 잘 관리하는 감독자」의 경직된 자세를 탈피하여 새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아는 개척적인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신자들의 파견소명과 은사를 일깨우고 독려 내지 조산 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흔히 말하는 「민주화」의 절대논리에 빠져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교회는 그것보다 더 상위 개념인 시노드(synodus)의 길을 가야한다. 즉, 교회 지도층에 대한 존중(교계원리), 신자 참여권의 존중(협의체의 원리), 이 양자의 원활한 조화(보조성의 원리)가 어우러진 동반여정(synodus)의 길을 가야하는 것이다.

미래 교회의 운명은 교회 지도층의 리더십 스타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가 교계 원리 일변도의 「보살펴주는 사목」에서 보조성의 원리와 협의체 원리 지향의 「함께 가는 사목」으로 전환하도록 종용받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교회 직무자는 다방면 「상전」이 아니라 은사계발을 돕는 동반자 곧 「공동체의 길동무」가 될 수 있어야한다.

평신도들로 하여금 제1차 바티칸 공의회가 붙여놓은 「은총의 수혜자」 즉 미성년자(未成年者)라는 딱지를 떼고 교회사명 수행의 능동적인 주제(선교교령, 15·19항)로 발돋움하게 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언에 귀기울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 『사목자들은…평신도들의 의견을 참작하고, 그들을 믿고, 교회에 봉사할 일을 맡기고…평신도들의 창의와 요청과 소망을 자모적 사랑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존중할 것이다』(교회헌장, 37항)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