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긴급진단] 급락하는 신자증가율 무엇이 문제인가 (하) 복음화 전선 이상, 대책은 무엇인가

차동엽 신부
입력일 2003-07-06 수정일 2003-07-06 발행일 2003-07-06 제 235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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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욕구·취향 정확히 인식해야”
‘자연영성’을 토대로 대안영성 보급
교회 대형화 속 소공동체 체제 구축
혁신적인 가톨릭 이미지 메이킹 필요
대처 방안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는 앞에서 언급된 모든 것들이 「종교시장」의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상이므로, 그 관점에서 대응책을논해야한다고 본다.

전제해 둘 것은 단순히 본당 수준의 정책 정도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꼴이 되기 십상이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국지전의 시대가 아니다. 전면전내지 총력전의 시대이다. 전체 판세로 승부가 나는 시대이다. 며칠 전 해리포터 속편 시리즈가 단 하루만에 500만부나 매진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요컨대, 거시동향을 상대하면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전제하면서 「종교시장」의 용어를 빌어 방안을 고심해보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게 된다.

첫째, 소비자의 욕구와 취향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제언이 가능하다.

(1)무엇보다 21세기 소비자는 「자연영성」을 선호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이것이 대세요 판세이다. 이를 무시하면 사실 백약이 듣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안이 있어야 한다. 생각해 볼만한 대안은 가톨릭적인 「생태영성」을 대대적으로 개발, 홍보, 보급하는 일이다.

-이 분야에서 이미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정홍규 신부, 전헌호 신부 등의 활약, 가톨릭 환경운동 등의 역할, 한마음한몸운동, 우리농살리기운동, 생협운동 등을 위시한 여러 가톨릭 환경운동 등을 새롭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적극 독려하고 전면적으로 지원하여 범교회 운동 차원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성 프란치스코, 힐데가르트 등의 걸출한 가톨릭 영성가들의 자연친화적인 영성을 토대로 「대안영성」을 보급해야 한다. 무엇이 되었건 꼭 나와야 한다.

「자연영성」을 추구하는 성향은 앞으로 수세기 이상 지속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므로 가톨릭적 생태영성을 구축하는 일은 험난한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가톨릭교회가 반드시 이뤄야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가톨릭교회=자연과 환경의 지킴이」라는 등식이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당마다 환경 캠페인 플래카드가 상시 나부껴야만 한다.

(2)21세기 소비자는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하여 종교를 찾는다. 더 큰 안정을 줄 수 있는 종교를 만나면 거기서 정착한다. 그런데 마음의 안정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공급되고 있는 「구원재」 상품들이 뉴 에이지 또는 신영성 운동 계열에서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다. 불교는 「명상」, 「좌선」 등의 제품으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틱낫한 스님은 저술활동과 영성지도로 전 세계인을 불교 쪽으로 경도시키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무엇이 되었건 「가톨릭적」(=복음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어줍잖은 「명상시리즈」로는 그 원조(元祖)를 홍보해주는 꼴 밖에 안 된다. 답답한 제안이겠으나 기존의 향심기도, 렉시오 디비나, 성체조배, 묵주기도 등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대안이 아닐까 한다.

(3)소위 「인터넷 세대」로 일컬어지는 40세 미만 젊은층의 취향을 파고들지 못하면 교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에 진지하게 대안을 탐색해야 한다. 이들은 인터넷과 매스컴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귀신, 최면, 마법 등의 뉴 에이지 영성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감성, 편의, 오락, 변화, 속도, 유행, 인성계발, 잠재능력 계발 등의 코드를 통해 복음을 삼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둘째, 품질관리 및 서비스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 길이 고객을 잃지 않는 길이다.

(1)많은 교회가 여전히 대형화와 공동화의 폐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확실히 「소공동체」체제를 구축하여, 교회가 「아늑한 보금자리」, 「영혼의 안식처」, 「진정한 만남과 대화의 공간」이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대접하고,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대접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최선의 길은 소공동체이다.

(2)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 강론, 피정 등을 통해 신자들에게 「신바람난 신앙」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래야만 가톨릭신자로서 자긍심과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신 고객(=예비신자)에게 「종합선물세트」(10개월간의 교리, 의무 중심, 형식과 행위 중심 신앙) 하나로 모든 수요와 욕구에 대응하였다. 그런데 다른 종교들은 다양한 단일 품목들(행복 클리닉, 평화 프로그램, 행복한 가정, 치유, 상담 프로그램 등)을 출시하고 있다. 이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비자 교리기간을 지루하지 않게 편성하는 방안과 재미, 삶, 영성이 어우러진 교재 활용이 절실히 요청된다.

-기존고객(=기성신자)을 위한 다양한 재교육 교재와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이미지 메이킹을 혁신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은 거의 모든 것의 승부가 홍보에서 가려진다. 대중성을 확보한 매스컴에서 광고효과가 있으면 즉각 수백만이 동원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는 각 종교의 이미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사료된다. 그러므로 홍보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추기경님의 인기덕을 톡톡히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그분이 소탈하게 한번 웃을 때마다 신자 수가 늘었다고 봐도 된다. 오늘날 우리는 참신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가톨릭 이미지가 약화된 시점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의 일거수일투족은 그자체로 의의를 지님과 동시에 홍보 효과 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여겨진다. 최근 문규현 신부의 삼보일배운동은 그 자체의 의미를 넘어 엄청난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인다. 정의구현과 환경운동의 의미에 더하여 이미지 메이킹 효과를 가져왔다. 이점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문화 사목을 폭넓게 할 필요가 있다. 러브레터를 능가하는 문화작품, 영화가 나와야 한다. 연예계, 연극계, 문화계를 총 망라하는 동원과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전담부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늘날 「이승엽 효과」, 「김남일 효과」를 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마추어들의 순수한 문화선교 운동에 병행해서 인기스타와 프로를 활용하는 본격적인 문화선교 정책이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오늘날의 선교는 국지전보다는 전면전에서 성패가 좌우된다. 위에서 제안된 방안들이 전면전에서 어느만큼 성과를 얻게 될 때 국지전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비로소 본당차원의 새로운 양 찾기, 잃은 양 찾기, 본당 소공동체 활성화, 가두선교 등의 선교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차동엽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