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국내 신영성운동 현황과 대책 (1) 국내 현황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3-05-11 수정일 2003-05-11 발행일 2003-05-11 제 234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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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는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II」라는 소책자를 발간해 이른바 「신영성 운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앞서 교황청은 올초 「뉴에이지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성찰」을 발표해 뉴에이지 운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했다.

이들 신영성 운동은 근본적으로 종교적 차원을 지니고 있으며 여러 측면에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충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자들이 이를 알지 못한 채 이 운동들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세심한 식별과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수 차례에 걸쳐 국내 신영성 운동의 현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사목적 대처 방안들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한때 길을 걷다 보면 『도(道)에 관심 있으십니까?』하고 다가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러한 「도인」들이 요즘 줄어든 것은 어쩌면 이제 길거리로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뉴에이지 운동, 일부 기 수련 운동 등 이른바 「새로운 영성」 운동은 이미 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했고 상당수 천주교 신자들 역시 개인의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약속하는 이들 운동에 빠르게 매료됐다.

이러한 추세 중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명상, 선, 요가 등 동양적 심신수련법의 확산이다.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 방법인 선(禪)은 이제 도심 곳곳의 선원들을 통해 대중 속에 뿌리를 내렸다. 방학, 휴가철이면 며칠씩 걸리는 참선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더욱이 이런 수양법은 패션, 미술,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하나의 독특한 문화 코드로 일상 생활 속에 파고들었다.

기(氣)수련은 더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정치, 사회적 이슈들이 사라지고 개인의 안녕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건강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늘어났고 정신적인 요소를 통해 육체의 건강을 다스린다는 기 수련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국내 기 수련 인구는 수백개 지부에서 수백만명이 기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하나는 인터넷, 다른 하나는 명상이다. 인터넷이 디지털 도구라면 명상은 아날로그식 무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식층, 엘리트층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대한 저명한 분석가 중 하나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명상을 위해 몰려가는 엘리트들의 행렬을 「소울 러시」(soul rush)라고 불렀다.

최근 틱낫한 스님의 방한에 대한 기형적인 관심 역시 이러한 추세를 반증한다. 이제는 대기업 치고 선이나 명상 등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마련해 두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고 동호회들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대중문화계는 그야말로 뉴에이지의 보고라 할 만하다. 뉴에이지라는 용어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대중음악과 관련해 인기 있는 TV 드라마, 영화, CF 등에는 예외 없이 뉴에이지 음악들이 삽입됐다. 출판계에서 뉴에이지 계열 작품들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것도 오래이고 영화에서는 외국 영화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수많은 뉴에이지 경향의 작품들이 나왔다.

박찬호를 비롯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명상을 통해 집중력을 키우고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성적 향상을 기하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듣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젊은 여성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다이어트와 관련해서 요가 등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주요한 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동양적 수련법을 통해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하나의 시대적인 추세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생활 체육으로서의 운동이 조금만 깊이를 더하면 종교적인 차원으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를 「신영성 운동」이라 부른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