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계는 지금 통신원이 전하는 세계교회] 독일 - 세속화 영향으로 거룩함마저 희화돼

오민환 통신원(독일 뮌스턴·유학생)
입력일 2003-05-04 수정일 2003-05-04 발행일 2003-05-04 제 234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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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환 통신원
최근 독일 교회가 매스 미디어와 불편한 관계에 놓인 두 일화가 있다. 방송국 기획 프로그램과 교회의 입장이 마찰을 빚었던 것과 신문의 사진 몽타주에 나타난 최후만찬 석상의 독일 수상 쉬뢰더의 모습이다. 이 두 경우는 교회가 매스 미디어와 어떻게 친교를 맺어야 할 지를 시사한다.

방송국 카메라와 세례식

독일 중부 림부르그의 가톨릭 신부와 프로테스탄트 목사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서 세례를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아기 크리스-데니스가 부활절에 받는 세례 예식이 독일 방송 RTL2의 「고무 젖꼭지 알람」에 방영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성직자들은 방송국에 의해 유도된 프로그램을 위해 세례식을 거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필러 신부와 헤세-카일 목사는 방송국 카메라 없이 경건하게 세례를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문제는 작년 사건까지 소급된다. 크리스의 엄마는 프로테스탄트, 아빠는 가톨릭 신자이다. 이들은 이혼까지 생각하며 심각하게 다투기도 했다. 그러다 RTL2의 토크쇼에 나가 신나게 싸우고 나서 아름다운 화해를 했다. 화해의 결과로 크리스를 가졌고, 아이는 바로 성탄 전날 아침에 태어났다. 부모는 RTL2의 방송 프로그램에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촬영하게 했다.

이렇게 방송과 인연을 맺은 엄마와 아빠는 크리스가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기를 원했다. 주임 신부와 목사는 망설였다. 대안으로 신부는 부활절이 지난 다음에 엄마와 다른 형제들처럼 프로테스탄트식으로 세례를 받을 것을 권했고 목사도 카메라가 돌아가는 데서는 세례식을 베풀 수 없다고 선언했다.

크리스의 부모는 부활절 세례식 일주일 전에 1430km나 떨어진 프랑스의 루르드에서 성수를 떠왔다고 한다. 결국 부활절 오전 10시45분에 예정된 크리스의 세례식은 무산됐다. 흥분한 아빠는 『우리 가족은 로마 바티칸으로 가서 시위라도 할 겁니다』라며 화내기도. 만약 한국이었다면, 크리스는 세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최후만찬 석상의 독일 수상 쉬뢰더

최근 들어 자주 희화화되는 독일 수상 게르하르트 쉬뢰더가 마침내, 독일의 일간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구세주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것도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예수의 포즈로.

그런데 그렇게 등장한 쉬뢰더의 사진 몽타주가 매스 미디어 연구자에 의해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신문에는 쉬로더의 개혁안을 거부하는 12명의 여당(SPD) 국회의원들도 합성되어 있다.

독일 수상 쉬뢰더는 자신의 수중에 배반자를 품고 있다. 신문 편집자는 예수의 제자 베드로를 떠올리게 끔 『누가 배반하게 될까요?』라고 묻는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교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국제 매스 미디어 연구소 메디엔 테노 책임자인 롤란드 샤쯔는 힘주어 말한다.

어떤 경영자나 또는 실업자도 쉬뢰더를 구원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신문이 종교적 모티브를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것은, 저널리스트에게는 별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교회 스스로 그러한 테마가 등장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자신의 복음을 「좀더 영리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샤쯔는 말한다. 결국 일반인이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사진 합성을 통해,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오민환 통신원(독일 뮌스턴·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