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디어 바로보기] 소비주의의 첨병 TV광고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메스컴 위원회 총무·언론학 박사)
입력일 2002-09-15 수정일 2002-09-15 발행일 2002-09-15 제 231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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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종말론적 희망으로 
소비.물질주의 우상 극복해야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신용카드에 대한 TV광고가 휴가문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떠나라』라는 말은 곧 『소비하라』는 뜻이다. TV광고는 지상파에만 국한하지 않고 케이블이나 위성디지털 서비스에서 홈쇼핑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곧 소비자가 되어 음식, 옷, 가전제품, 전자제품 등 가정에서 소비할 수 있는 모든 상품을 안방에서 손쉽게 구매한다. TV광고는 더욱 소비주의의 첨병이 되어가고 있다.

광고, 특히 TV매체에 의한 광고는 욕구 조작 메커니즘을 통해 욕망의 체계를 만든다. 결코 채울 수 없는 끝없는 욕망임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소비함으로써 그 욕망을 정복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짓 구원의 메시지를 강요한다.

시청자들은 욕망이라는 전차의 희생자가 되어 소비문화에 획일화되는 「소비 인간」(Homo consumens)이 되고 있다.

24시간, 365일 편집되지 않고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트루먼 쇼」(1999)에서 「소비 인간」이 되어 가는 시청자들을 볼 수 있다. 트루먼의 아내가 남편에게 말할 때마다 물건을 들고 광고하는 장면은 소비주의라는 우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소비주의 우상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급 후에 광야에서 만들어낸 금송아지의 후손이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시편 115, 5) 우상은 물신주의에 빠지고 마는 「일차원적 인간」을 제조한다. 정신의 내적 차원이 황폐화되고, 사회의 불의와 모순에 비판과 저항이 결여된, 타율적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 시대의 사생아인 「명품족」들이 표본이다.

불가리, 까르띠에, 프라다 등의 명품에 인간이 종속되면서 소유의 유무나 정도의 차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 놀라운 모방 기술에 의해 우상은 또 다른 우상인 「짝퉁」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진지하게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인간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우리의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은 소비문화 속에서조차 우리는 참인간이 되는 영성적 차원을 포기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건이 가져다 준 종말론적 희망이 소비주의 우상과 물신주의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법으로 다가오는 TV광고의 유혹에서 해방되어 보자!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메스컴 위원회 총무·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