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계는 지금 통신원이 전하는 세계교회

입력일 2003-03-30 수정일 2003-03-30 발행일 2003-03-30 제 234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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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 가정사목 지침서 발간 10주년
프랑스 … 성소 증가 위해 기도 호소
독일 … 세속화 200주년 맞아 행사 다채
미국 … 교리교육 대표자 회의 열려
일본 … 올 봄 사제서품자 16명 예정
가톨릭신문사는 이번 창간 기념호부터 전세계 각 지역교회에서 해외통신원이 전하는 세계교회 소식을 게재합니다. 대륙별로 2~3명씩 선정된 해외통신원은 공식 통신사들이 전할 수 없는 자세한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줄 것입니다.

통신원들은 그때그때 주요한 세계교회 소식을 매주 1~2명씩 교대로 전해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갈수록 가까워지는 지구촌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실천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특별히 이번 창간 기념호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 이탈리아-양숙자 통신원

양숙자 통신원
이탈리아 주교회의(CEI)에서는 「가정사목 지침서」 발간 10주년을 맞아 각 교구에 그 간의 가정사목을 점검하기 위한 질문서를 배부했다. 각 지역 교구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준비한 이 질문서는 6월 21~25일 이탈리아 남부 카타니아 교구의 아치레알레(Acireale)에서 있을 여름 세미나의 가정사목에 대한 평가와 성찰을 위한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4월 23~27일 로마 교구의 로카 디 빠빠(Rocca di Papa)에서는 가정과 부부들의 영성을 위한 전국 모임이 열린다.

한편 3월 10일을 전후로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희망의 무지개 빛 깃발들이 유럽전역을 메우며 평화 시위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여러 교구에서도 기도와 단식, 타종으로 이에 동참하고 있다.

북이탈리아의 볼자노(Bolzano) 지방 주교는 모든 신자 가정들로 하여금 평화를 위한 기도와 각자 묵주기도 10번을 바쳐줄 것을 호소했다. 베네치아(Venecia) 교구도 신자들이 의무감을 가지고 기도와 보속과 단식을 하도록 권유했다. 트리에스테(Trieste) 교구에서는 평화를 위한 보속과 희생을 하고 성 프란치스코 성당을 밤낮으로 개방, 자유롭게 기도하도록 했다.

나폴리와 피렌체에서도 단식과 묵주기도에 동참했고, 특히 피렌체 교구의 주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한 3월 19일 밤 9시에 모든 피렌체 교구 성당에 타종을 요청했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간곡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호소는, 이 시대와 앞으로의 모든 시대 사람들이 깊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로마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고문서실 담당)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근처에서 열린 이라크 전쟁 반대 평화 촛불 행진 중 한 소년이 환하게 밝혀진 초를 바라보고 있다.

■ 프랑스-이영길 통신원

이영길 통신원
프랑스는 한국교회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인에게 첫 세례를 베푼 이도, 독립교구가 된 한국교회를 책임진 이들도, 그리고 오늘의 한국교회가 있도록 순교했던 이들도 프랑스 교회에서 파견돼 온 이들이다.

그 중 한 분이 1837년 프랑스 중서부 앙굴렘 교구의 에젝이라는 곳에서 오메트르 집안의 6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오베드로 신부이다. 그는 24살에 고국을 떠나 한국에서 사목하다가 3년 뒤 갈메못에서 29세의 청춘을 봉헌했다(1866년).

교구청이 있는 앙굴렘시는 국제 만화축제로 유명한데 30주년을 맞은 올해(2003년 1월 24~26일)에는 한국이 특별 초대손님으로 선정돼 큰 관심을 끌었다. 이와 때를 맞춰 교구에서도 오베드로 성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앙굴렘 주교좌 성당 안에 성인의 이름을 딴 소성당을 마련하고 축복식을 가졌다.

사실 앙굴렘 교구에서는 오베드로 성인에 대한 공경심이 대단하다. 5월 첫 주는 성인의 고향 성당에서 주교와 함께 축제를 성대히 지내는데, 온 교구민이 같이 부르는 성인 찬가에는 「우리에게 성소가, 거룩한 성소들이 많이 나게 해 주소서」라는 구절이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전국 사제 평균 연령이 70세에 달하고 있고, 또 그 숫자가 계속 줄어들어, 성소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여기도 적용되는 듯 하다. 성직자 감소로 인해 프랑스 교회가 시들어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신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복음 선포와 교회생활에 참여하고 있고, 특히 파리 세계 청년대회(1997)를 기점으로 교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고,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 내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제 없는 교회는 상상할 수도 없기에 앙굴렘 교구민들은 오베드로 성인의 전구에 의지하여, 필요한 은총과 선물을 주십사고 기도하고 있다.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프랑스 교회에 꼭 필요한 성소를 보내 달라고 기도하는 대열에 우리들도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부·안동교구·프랑스 유학 중)

프랑스는 사제 평균 연령이 70세에 달하고 그 숫자가 계속 줄어 성소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하지만 파리 세계 청년대회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1997년에 열린 파리 세계 청년대회에서 각국 청년들이 공연하는 모습.

■ 독일-오인환 통신원

오민환 통신원
「세속화」라는 말은, 특히 올해 독일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교회의 「세속화」가 공식화된 지 200년을 맞은 독일 교회는 연초부터 각 교구, 주정부 그리고 지역 문화단체가 손을 잡고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세속화」라는 용어는 오늘날 독일 가톨릭 교회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코드라 할 수 있다. 독일교회의 세속화는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급속하게 진행됐다. 혁명전쟁 기간 동안 프랑스는 국경을 독일 라인강변까지 확장하고 이 과정에서 독일 가톨릭 교회의 재산이나 고귀한 성물들이 지역의 권력자 손으로 넘어가 세속적으로 용도 변경이 되고 수도원들이 철폐되면서 수도자들이 흩어져야 하는 수난을 당했다.

파더본과 더불어 북부 독일의 「가톨릭 섬」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뮌스터와 파더본 교구는 세속화 과정 속에서 180여 개의 수도원 중 170개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고, 교회의 정신적 유산이나 실질적 권한이 상실되었다.

올 한해 뮌헨 교구를 비롯해 각 교구에서는 크고 작은 세속화 20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파더본 교구는 달하임(Dalheim) 수도원 부지에 유럽 최초로 수도원 박물관을 만들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이는 전통과 현대가 화해하는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한해 독일 가톨릭 교회는 지속적으로 세속화라는 주제를 갖고 전통(교회)과 근대(국가)가 충돌하였던 역사적 시점으로 돌아가서 종교와 정치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교회의 현대화에 대한 문제를 고민할 것 같다.

(뮌스터대학교 신학과 박사과정, 기초신학 전공)

독일 뮌스터 중심가인 프린치팔마르크트.

■ 미국-고국상 통신원

고국상 통신원
미 대륙 주교회의 교리교육 대표자 회의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마이애미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중남미와 미국, 캐나다 주교회의에서 파견한 20명의 주교를 포함해 모두 95명이 모여 「새 복음화와 교리교육」을 주제로 아메리카 대륙의 각 지역교회들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전세계 가톨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으며 교회의 절대적인 부분이 아메리카 대륙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아메리카 교회가 전 세계를 위한 희망이 돼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또 참석자들은 500년의 역사를 지닌 아메리카 교회가 이제는 어린 교회가 아니라 보다 성숙된 성인 교회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데 공감했다.

특별히 중남미 교회가 가지고 있는 가톨릭 전통과 경험이 북미주 교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북미주 교회가 갖고 있는 풍부한 자원과 자료가 중남미 교회에 나눠질 때 전체 아메리카 교회의 성장과 발전, 복음화에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참석자들은 적극적인 상호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교육 기관과 기구 설립의 중요성에 동의했으며 논의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함께하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질 것을 각 주교회의에 제안하기로 했다.

(가톨릭신문 미주지사 편집국장)

■ 일본-김시몬 통신원

김시몬 통신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사제 서품식이 3월 1일 도쿄 대교구 시모이구사 성당에서 거행돼, 도쿄대교구 오카다 타케오 대주교의 주례로 살레시오회 소속인 세키야 요시키, 타무라 히로시 두 부제가 새사제로 서품됐다.

센다이교구의 미조베 오사무 주교 등 44명의 사제들의 공동집전으로 거행된 이날 서품식 미사에는 약 650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하여 기쁨을 함께 나눴다.

오카다 대주교는 교회의 사명인 복음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지만 특히 사제, 수도자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임무임을 강조했다.

다음날 2일에는 가와구치 가오루, 타무라 루가 부제와 마에다 타츠야, 타케야 마코토, 혼다 야스히코 부제가 각각 새사제로 서품됐다. 이후에도 3월에서 6월에 걸쳐서 요코하마, 우라와 교구 등 각 교구와 프란치스코회 등 여러 수도회에서도 새사제가 탄생한다. 올 봄의 사제서품자는 모두 16명이 될 예정이다.

(신부·전주교구·일본 요코하마 한인성당 주임)

3월 1일 도쿄대교구 시모이구사 성당에서 거행된 사제 서품식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