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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들었어요] 깔끔한 디자인, 값도 저렴 ‘야곱의 집’성물

박경희 기자
입력일 2003-03-02 수정일 2003-03-02 발행일 2003-03-02 제 233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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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맞은 대추나무 묵주’인기
지난 96년 「장애인 자활을 꿈꾸며」 몇몇 장애인들이 만든 공동체 「야곱의 집」(대표=장종욱?야고보, 대구 동구 신서동).

반지하 좁은 작업장에 들어서자, 은은한 장미향(?)이 느껴졌다.

13명의 식구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묵주알을 꿰고 있었고, 쉼틈없이 일하는 그들의 손길을 거쳐 묵주들이 제모양을 찾아갔다. 아마 처음 맡은 그 향은 작업장 곳곳에 쌓여있는 묵주에서 번져나온 듯 하다.

야곱의 집에서는 묵주뿐 아니라 고상, 휴대폰 걸이, 열쇠고리, 목걸이 등 30여가지가 넘는 성물들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서도 효자상품은 「벼락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묵주. 「침수대추목」으로 불리는 이 나무는 물에 가라앉을 만큼 강도가 강하다. 물론 인공기술로 만든 것이지만, 그 품질은 진짜 벼락맞은 대추나무에 버금간다.

특히 이 묵주는 알이 단단해서 잘 깨어지지 않고, 사용할수록 윤기가 나기 때문에 몇십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반영구적이다. 단가가 비싸 잘 만들어지지 않았던 이 묵주가 관심을 끌면서 도매상 몇몇 곳에서 주문이 들어왔고, 지금 어느 정도 기반을 잡게 됐다.

빠른 유행탓일까? 성물에도 유행이 있어 「야곱의 집」에서는 늘 새로운 제품을 구상해내기에 바쁘다. 근래 들어서는 순금을 도금해 만든 메탈 목걸이?핸드폰 걸이?고상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대 취향에 맞는 깔끔한 디자인에 가볍고, 값도 저렴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홈페이지(www.yagob.com)에 들어가면 다양한 선물들이 소개돼 있어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장종욱씨는 『일자리를 얻기 힘든 장애인들이지만, 떳떳하게 직장다닌다는 생각을 갖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애쓴다』면서 『언젠가는 공기도 좋지 않고, 여름이면 비도 새는 이곳 작업장을 벗어나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식구들이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053)962-8391

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