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새해특집 - 가정을 살리자] (2) 제왕절개 선진국, 한국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03-01-12 수정일 2003-01-12 발행일 2003-01-12 제 233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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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출산문화 정립위해 생명교육 등 여러 방안 시급
산모 3명중 한명꼴…세계 최고 수준
미용 택일 등도 자연분만 기피 원인
「산모 세명중 한 명 꼴인 39.6%의 세계 최고 수준 제왕절개 분만율」

최근 국민 건강보험 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 실태다. 99년 43%까지 수치가 치솟았다가 2001년 38.6%로 내려가더니 다시 1%가 상승했다.

세계 보건기구가 권고하는 5~15%를 훨씬 상회한 이같은 제왕절개 불만율은 이제 흡연율 교통사고율 고아수출 등과 함께 한국사회가 청산해야할 부끄러운 세계 1위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술, 출산 천국이라는 미국도 한때 24%를 넘었으나 지금은 20%대로 낮춰진 상황이고 일본과 영국도 각각 15% 16%의 범주를 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40%에 가까운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무언가 잘못돼 있는 것임을 생각케 한다.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체 분만건수의 15% 정도에 불과하던 제왕절개 분만율이 이렇게 치솟게 된 이유는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교회도 가나강좌 및 생명교육 등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가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바람직한 출산문화 정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사진은 시가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1977년 7월1일 의료보험 시작, 1989년부터 본격적인 전국민 의료보험시대가 열리면서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이때부터 많은 산부인과들이 분만실을 폐쇄하고 외래 진찰과 산전관리만 해주는 병원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늘었다. 의사들의 개인적 투자나 의학적 지식 기술 서비스 수준과 관계없이 같은 진료비를 받게 된 것 등이 그 원인이라고 꼽을 수 있다. 정상분만 보다 의료수가를 더 받을 수 있는 제왕절개 분만이 점점 늘어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한 중견 산부인과 의사는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전문가들은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특히 의사 입장에서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현 의료 제도」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료수익 문제를 떠나서 의사의 개인적인 숙련과 기술을 요하는 자연분만이 제왕절개 분만에 비해 여러 요건이 열악한 환경이고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시 의사의 책임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인 면에서 방어진료를 택하는 경우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인 산부인과 최안나(안나?한강 본당) 원장은 『분만 과정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자연 분만을 시도하다 문제가 생기면 제왕 절개술을 하지 않은 것을 최선의 치료를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며 분만 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사회 분위기와 법원 판례가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방어 진료를 하게 만든다』면서 『자연 분만 중에 의료 사고가 생기면 엄청난 배상을 의사 개인이나 병원이 해야 하는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수술을 결정해 버리는 풍조를 탓할 수만은 없다』 고 밝히고 있다

산모들의 달라진 분만 사고도 제왕절개율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늦둥이 출산과 고령산모의 증가, 그리고 자녀수를 적게 두는 풍조가 자리잡으면서 분만 고통을 빨리 끝내고자 하는 욕심과 분만후 요실금이나 회음부가 잘못될 것을 염려하는 측면에서도 제왕절개 분만이 선호되고 있다는 것.

제왕절개로 낳은 아기는 머리가 좋다거나 몸매가 망가지지 않는다는 미용적 가치를 내세운 편견, 또 사주날짜의 택일 등도 자연 분만을 기피하는 원인들이다.

필요한 경우는 10%불과

제왕절개 분만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 임산부 중 10% 정도에 해당된다. 태아의 위치가 바르지 않거나 전치 태반인 경우가 대표적인데 태아의 머리가 임산부 골반보다 큰 거대아일 경우 또는 태아가 진통 과정에서 가사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 그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태가 아닐 때 산모 건강상 자연분만은 제왕절개 분만에 비해 훨씬 이롭다. 그만큼 제왕절개 분만이 안고 있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제왕절개의 경우 자연 분만 보다 평균 출혈양이 2배 이상 되고 창상 감염 및 복강 내 유착 등이 증가 하며 흡인성 폐렴, 기관지 경련, 저혈압 등 마취로 인한 합병증으로 산모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산모가 오랜 기간 입원을 하면서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 등 더 많은 고생을 겪어야 하고 자연 분만보다 회복이 느려 모유 수유와 육아,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훨씬 더 어렵고 오래 걸린다. 분만 진료비도 두 배를 넘어서는 등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제왕절개 분만은 아기에게도 여러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에 비해 소아천식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높다는 것과 함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성장 후 공격성을 가질 경우가 많다는 것. 또 엄마에 대한 배신감을 가지게 되고 친근감도 정상 분만 때 보다 현저히 떨어진다고 밝힌다. 그것은 엄마 배에 칼이 대어질 때 뱃속 아기가 느끼는 감정 그리고 출산 외상 등이 더해진 결과로 연구되고 있다. 불필요한 제왕절개의 남발은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이유도 되고 있다. 2001년에만 2100억원이 제왕절개 분만비로 쓰였다는 통계가 나왔다.

잘못된 인식 없어져야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제왕 절개율을 낮추고 자연분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분만에 대한 가치가 새롭게 확립되고 제왕 절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안나 원장은 『분만에서 산모와 아기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수술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면서 『진통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거나 미용적인 가치가 대신할 수 없는 고귀한 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원장은 『분만 과정을 통해 양수에 있었던 아기는 좁은 산도를 나오면서 폐순환과 호흡 기능을 준비하며 세상에 나올 채비를 하는 만큼 엄마도 인내로써 아기와 함께 최선을 다해 분만을 시도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사들을 방어진료로 몰고 가는 의료 제도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급선무다. 이를위해서는 의료분쟁 조정법의 조속한 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 의견이다. 행정적인 대책 외에 의료 인력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의료계나 병원계의 노력도 요청되고 있다.

편의주의적 발상에 기인

교회 안에서도 가나강좌 및 생명교육등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가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속적인 캠페인 등 바람직한 출산문화 정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제안되고 있다.

한 윤리신학자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님에도 산고를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것은 편의주의 이기주의 개인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면서 『아기가 태어나자 마자 엄마와의 접촉이 생략된 채 신생아실로 떠나며 겪는 부모와의 애착 결핍증 등은 어떻게 만회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 제왕절개에 대한 오해들

-제왕절개는 아프지 않다

제왕절개도 마취를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분만 통증은 없지만 문제는 수술이 끝난후 진통제를 맞아야 하고 마취가 풀리고 의식이 돌아오면 분만 고통에 버금가는 아픔을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모유 수유도 쉽지 않다.

-부부 관계에 좋다

자연 분만을 하면 질이 넓어져 부부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요실금등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제왕절개를 한 경우도 만삭 임신 자체가 어느 정도의 골반 근육 이완을 초래하며, 자연 분만을 했어도 산후에 골반 강화 운동 등 적절한 치료를 통해 회음 손상을 회복 할 수 있다.

-산후 회복이 빠르다

국민건강 보험공단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분만후 입원하는 기간은 자연 분만이 2.9일, 제왕절개 분만이 7.4일이다. 자연 분만을 한 산모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기 때문에 골반이 빠르게 수축될 뿐 아니라 자기 치유 능력도 우수하다. 반면 제왕절개 분만을 한 산모는 마취와 진통제 복용으로 자기 치유능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밖 에 없다.

-한번 하면 계속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왕 절개 분만한 산모가 다시 아이를 낳을 때 90% 이상이 다시 제왕절개 분만을 하지만 미국에서는 25~50%가 자연 분만을 한다. 제왕절개 분만을 했던 산모가 자연 분만을 하면 위험하다고 하는 근거는 수술자리가 파열될 수 있기 때문인데 그렇게 될 확률은 0.5~1.8%에 불과하다

-가장 안전한 분만법이다

태반이 아이의 머리보다 자궁 입구에 가까이 있는 경우거나 태아의 머리가 위쪽에 있는 둔위 임신인 경우 임산부와 태아 건강을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닌 건강한 임산부가 제왕절개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올 수 있다.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에 출혈이나 장협착 자궁내막염 요로감염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제왕절개 한 산모는 자연 분만한 산모 보다 이 같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두 배나 높다고 보고돼 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