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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바로보기] 제 4의 유혹 ‘TV’

김민수 신부(서울대교구 신수동본당 주임.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언론학 박사)
입력일 2002-02-10 수정일 2002-02-10 발행일 2002-02-10 제 228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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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매력들로 시청자 ‘눈’ 가린다
최근 개봉을 앞둔 채 일부 개신교도들의 저항에 의해 수 차례 연기를 해오다 결국 상영결정이 난 영화 「예수님의 마지막 유혹」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성모독이라고 주장된 문제의 장면은 예수님이 십자가상에 매달려 돌아가시기 전에 유혹에 빠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막달라 마리아와의 정사,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와의 결혼생활 등이다.

그러나 그 장면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하느님의 아들로 죽으신다.

이 영화는 예수님도 여러 가지 유혹을 받으셨으나 죄를 짓지 않으신 인간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예수님이 유혹을 받으셨다는 내용은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들린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들이 매순간 유혹에 쉽게 빠지면서 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현대적 의미의 유혹자라고 할 수 있는 TV 경우를 보자. 예수님 시대에 TV가 존재했다면 아마도 예수님이 공생활을 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40일간 지내시며 유혹을 받으실 때 세 가지 유혹에 이어서 「제 4의 유혹」인 「텔레비전 출연 교섭」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진리와 실체」를 「환상과 이미지」로 대체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인류를 다시 한번 구원했을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TV 드라마, 광고, 오락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이 현대의 유혹자로서 우리 시청자를 지배, 통제하여 모방자나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음모를 내포하고 있다.

뱀의 유혹에 빠진 아담과 하와의 눈에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 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같은 것이 오늘날 TV가 만들어 전파하고 있는 「거짓 복음」이다. 거짓 복음은 인간의 만족과 행복을 보장한다고 약속하지만 붕어가 없는 붕어빵처럼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정작 손에 닿는 순간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약속된 행복은 사라지고 또 다른 욕망의 사슬에 매이게 된다. 영원한 행복이 여기 이 자리에 있다고 유혹하는 TV의 매력 앞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김민수 신부(서울대교구 신수동본당 주임.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