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그리스도교 영성사 (91)

전달수 신부(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
입력일 2002-06-09 수정일 2002-06-09 발행일 2002-06-09 제 230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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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타울러는 설교가.영성 지도자
헨리 수소는 독일 신비주의를 노래
20. 디오니시오 영성 (2)

요한 타울러는 엑카르트를 스승으로 모셨으나 그의 사상에 지나치게 빠지지는 않았다. 타울러는 설교가와 영성 지도자로 활동했다. 그의 가르침은 주로 수녀들의 기록에 남아 있다. 그 기록들은 그가 한 설교들을 받아 적은 것들이다. 엑카르트처럼 타울러도 추상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네오플라톤 사상의 표현들을 선호하였다. 하지만 그는 단순하고 풍부한 예화를 들어 설명하였다. 그리고 엑카르트처럼 그도 모든 외적인 것들을 떠나야하며 신비적 관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영혼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깊은 명상의 생활을 해야하다고 가르쳤다. 그의 주장을 좀 살펴보자.

우리가 「영의 적나라함(비움)」에 이르지 못하면 하느님을 부르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며 체험하지도 못한다. 관상의 본질은 바로 영의 적나라함에 이르는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을 알 수 없다. 그분을 아는 것은 창조물의 유비의 방법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출중함의 방법으로 안다. 그러므로 인간의 지성이 모든 감각적이고 지성적인 영상들로부터 완전히 비워지지 않으면 하느님을 관상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그런 방식으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영의 적나라함(비움)을 통하여 지성은 충분히 소극적이고 수용적이 되어 하느님과 친숙한 일치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세 단계로 살아간다. 감각적이고 지성적이며 보다 높은 단계인 정신의 단계에서 살아간다. 극기와 포기의 방법에 의해서 인간은 사상과 영상의 가지성 위로 오를 수 있어 영혼의 중심인 깊은 곳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적극적인 수행을 통하여 보다 낮은 욕구들로부터 초탈하고 하느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응함을 전제로 한다. 영혼의 깊은 곳은 신비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영역이며 지성과 의지가 그것을 접할 수 없으므로 관상적 체험은 영혼의 자연적 기능들을 초월하는 어떤 것이다.

정신은 영혼의 기능들보다 보다 강력한 어떤 것으로서 지성과 의지가 중단될 때 끊임없이 작용한다. 그러므로 타울러가 말하는 영혼의 「그 깊은 곳」(근저 grund der seele)과 「정신」은 영혼의 기능들과 구별되는 어떤 것들인 것이다.

우리는 신적 지성 안에 있는 하나의 이데아(idea)로서 영원으로부터 하느님 안에 존재한다. 그 신적 지성은 바로 신적 존재를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원으로부터 하느님과 일치하고 있으며 우리의 지상 과제는 신적 존재와 일치하는 것에로 귀환(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각자가 영혼의 중심인 「마음속 깊은 곳」(영혼의 근저)으로 귀환할 때 성취된다. 거기에 삼위일체께서 거하신다. 그러나 지성과 의지는 삼위일체와 접촉하기 위해서는 「그 깊은 곳」(근저)으로 들어갈 수 없으므로 성령의 두 선물들인 이해와 지혜의 도움을 받아 하느님께로 갈 수 있다. 그것은 인간적인 모든 것을 넘어서는 것들이다. 이 때 신비적 일치와 관상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하느님과 영혼 사이를 어떤 것도 갈라놓지 못한다. 여기서 신적 본질은 그 중심 안에서 영혼과 즉시 일치된다.

타울러의 이론은 공격을 많이 받았으나 후대에 블로시우스(Blosius)와 베드로 가니시오 성인(St. Peter Canisius)과 카르투시오회원 라우렌시오 수리우스(Laurentius Surius)로부터 변호를 받았다. 하지만 16세기 그의 강론들은 불란서와 스페인 그리고 벨지움 등지에서 단죄되고 금지당하였다. 17세기에는 정적주의자들로부터 혼란을 일으키고 여러 가지로 수난을 당하였으나 19세기 이후에야 빛을 보게 되었다.

또 다른 도미니코 수도회 학자인 헨리 수소(1295~1366)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자. 이분 역시 신비가이자 하느님의 친구들을 잘 인도한 거룩한 수도자였으며 엑카르트 문하에서 타울러와 함께 공부한 제자였다. 그는 독일 신비주의를 노래한 분이자 영적 음유시인이었으며 독일의 마지막 신비주의를 「훌륭한 열매들로 남긴 분」으로 묘사된다. 그의 작품은 모두 「Exemplar」이라는 제목으로 편집되어 있다. 이 안에는 영원한 지혜의 소책자, 진리의 소책자, 소서한집, 의심스러운 저자의 일대기가 있다.

진리의 소책자는 헨리 수소의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추리를 담고 있고 영원한 진리 지혜의 소책자는 그를 지혜로운 수행자이자 신비가로 묘사하고 있다. 그의 강론과 서한집에는 예외적인 카리스마를 받은 날카로운 설교가이자 영성 안내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생애는 충실히 완덕의 봉우리를 향해 성덕을 쌓아나가는 꾸준한 여정이었다.

수소는 개인적인 체험에서 작품을 써나갔다. 그의 작품에는 엑카르트의 강함과 타울러의 명쾌함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 순진한 인상과 향기를 풍긴다. 그러므로 그는 체계적인 신학자라기보다는 시인이자 신비가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영원한 지혜의 소책자에는 신비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예수님과 성모님의 고통은 죄를 깨닫게 해주며 하느님의 심판의 가혹함과 보상의 필요성을 논하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권고를 한 후 그리스도의 수난과 마리아의 슬픔에 대한 묵상으로 안내한다.

전달수 신부(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