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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부처님 오신 날 경축 메시지(요지)

입력일 2002-05-19 수정일 2002-05-19 발행일 2002-05-19 제 229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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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명의 문화를 건설합시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세계의 모든 불자 여러분들이 기쁘고 행복한 축일 맞이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지난 해 9월 11일에 발생했던 비극적인 사건 이후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두려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희망을 고무하고 또한 이 희망에 기초한 문화를 건설하는 일은 그리스도인과 불자들이 선의의 모든 사람과 더불어 앞장서 해야 할 중요한 의무입니다.

위대한 기술 진보가 인간적인 가치의 증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가장 중요한 인간적 가치는 생명에 대한 권리입니다. 이 생명에 대한 권리가 기술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역설은 하나의 「죽음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죽음의 문화 안에서 낙태와 안락사 나아가 인간 생명 자체에 대한 유전학적 실험 등이 이미 그 합법적 지위를 획득했거나 바야흐로 그러한 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이 죽음의 문화와,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무참하게 학살된 9.11과 같은 테러 공격을 서로 연관시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 양자가 공히 인간 생명에 대한 경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해야만 할 것입니다.

불교의 가르침과 전통은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비록 그것이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존중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렇다면 하물며 인간에 대해서야 얼마나 더 큰 존경이 주어지겠습니까?

인간을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간 존재의 존엄성 및 이 존엄성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권리는 분명히 현대 가톨릭 신자들의 가장 우선적인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바로 이 인간 존재에 대한 공통된 존경 위에 우리 그리스도인과 불자들은 하나의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야 합니다.

생명의 문화는 생명에 대한 권리가 수태에서부터 자연적인 죽음의 순간까지 온전히 보호되며,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죽음의 문화에 대항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극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인간 생명에 대한 존경은 사회적 실재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거처를 정합니다.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존경을 가르치는 교육은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각기 자신들의 종교 공동체와 기관들을 통해 젊은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고유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으며, 이로써 생명에 대한 강한 윤리적 신념 내지 하나의 생명 문화가 젊은이들 안에 퍼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로지 생명의 윤리, 생명의 문화가 사회 전체에 퍼지는 정도에 따라서만, 생명에 대한 존경의 원칙이 사회 전반의 태도와 법제도 안에 제대로 반영되기를 우리는 희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