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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점검 (3) 주일학교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3) 변화의 어려움과 대안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2-04-28 수정일 2002-04-28 발행일 2002-04-28 제 229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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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생각·교육의 틀 변화 긴요”
특별활동 등 학교와 연계
인적·물적 교류도 바람직
청소년 사목자 전문성 계발 절실
주5일 수업제와 관련해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주일학교를 재정비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장으로 가꿔줘야 한다. 더불어 주일학교에서 벗어나 생활과 접목되는 다양한 형태의 종교활동을 제공하면서 다수의 비신자 학생들의 전인교육에도 적극 나설 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의 역할을 바로 세워야 한다.

성당 내에서

주일학교의 교리는 책을 펴고 교사가 좔좔 읊어대는 획일적인 교리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충될 필요가 있다. 기초적인 교리지식들은 사실 초등부 때 대부분 배우게 된다. 중고등부 교리는 그때그때 학생들의 흥미에 맞춰 교사들 재량껏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 교리시간을 활용한 동아리 활동이 늘어나곤 있지만 학생들의 상황이나 욕구가 너무도 다양해 주일학교 안에서 그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굳이 교리서에 적힌 대로 수업해나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프로그램 안에서 복음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테면 한 교구에서는 교회 내 컴퓨터 오락프로그램을 개발해 놀이를 통한 교리교육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개발은 본당 차원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지구별로 혹은 교구에서 적극적인 연구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미사 전례는 즐거움을 느끼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청소년들을 위한 전례는 생활 성가 등을 위주로 활발해지고 있으며 그 파급도 빠른 편이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하느님을 체험할 기회를 적극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형식적인 틀에 얽매여 있다가 자신들의 흥미와 맞지 않으면 미련없이 교회를 멀리하는 이들에게는 체험 안에서의 느낌은 중요하다. 관상캠프, 성령세미나, 떼제모임 기도 등도 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성당의 부대공간들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성당은 기존의 공간 만으로도 또래 집단의 친교의 장 구실을 충분히 해줄 여력이 된다. 청소년들은 자기들만의 공간, 쉼터 등을 원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성인 놀이터는 널렸으나 청소년들은 여가활동이나 자기계발 활동은 고사하고 맘놓고 들어가 대화할 곳도 마땅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 수련시설은 전국에 총 560개(2000년 현재)로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열악한 실정이며,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게다가 도심이나 주거 지역 등 생활권 내에 있는 시설은 청소년 수련관과 문화의 집 등을 포함해 200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 생활권 수련시설은 여가선용과 휴식, 오락 등에 이용돼 갈수록 유용해지는 곳이다. 정부에서 적극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도심지에서는 부지확보 문제와 운영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민간과 지방자치단체 모두 확충을 꺼리는 상황이다. 교회 내에서도 각 교구별로 평균 한 곳 이상의 청소년 수련관 등을 설립, 또는 위탁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성당을 청소년들에게 개방한다면 그 활용도는 몇 배가 될 것이다. 당장 새로운 청소년 문화센터 등을 건립하는 부담을 지우지 않더라도 도심 내의 큰 규모의 성당들은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할 여건이 충분하다. 그중 공간활용도가 가장 높은 곳을 청소년 본당 등으로 지정해 청소년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별, 지구별로 청소년본당이나 청소년 문화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구별로, 큰 교구에서는 지구별로 청소년문화센터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시골성당이나 공소는 더욱 활용도가 높다. 자연권 수련시설을 대신해 시골 공소 등을 적극 개방한다면 주말 캠프 등의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특히 공소 등은 근처 학교와 연계해 주말 프로그램들을 실시하는 공간으로도 적극 추진해볼만 하다.

학교와 연계해

현재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과 학교 교육의 연계가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예는 학교 특별활동 중 가톨릭반의 운영이다. 최근 학교에서도 인성, 감성의 발달을 위해 특별활동시간을 늘리고 있다.

서울대교구 교육국 대한 가톨릭 중고등학교 연합회(Korea Young Catholic Students)에서는 학생자치동아리 활동인 쎌과 레지오 외에도 학교 정규 수업시간인 특별활동(CA) 시간에 가톨릭수화반·봉사반·창작탈춤반·영상문화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성서반과 성지순례반 등도 교사의 재량에 따라 운영하고 있으며, 공동체험학습, 성지순례, 가톨릭문화관련 전시회 및 축제 등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학교 CA 가톨릭반 운영은 기존 신자학생들 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신앙적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고 신자 학생들 스스로 복음화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산교구에서도 전일제 CA활동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며 특히 독립된 「반석」재단을 통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일반 수련원 등과도 연계하는 등 교회의 관심과 배려를 일반 청소년들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양한 노하우 지닌 수도회

또한 수도회가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관련 시설에 적극 눈을 돌려봄직하다. 청소년 사목을 사도직 활동으로 펼치고 있는 수도회는 청소년을 감싸안는데 탁월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원죄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수녀회에서는 주말에 갈곳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 자기계발을 돕는 토요학교를 실시하고 있다. 또 청소년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자 전국적으로 6개의 청소년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살레시오회는 중고등학교 인성 수련회, 간부수련회, 자원봉사 수련회 등을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지난 95년부터 내신성적에 반영됨에 따라 그 관심이 높아졌고, 정부에서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서울 신월동 살레시오 교육관에서는 청소년 자원봉사를 고리로 실천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생활 안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렇게 수도회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은 그 신뢰도가 높아 일반학교에서의 위탁운영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밖에도 가톨릭교회에서는 사회복지기관 등을 통해 타종교나 일반단체에 비해 청소년들이 자원봉사를 할 기회는 훨씬 많다. 앞으로는 단순한 자원봉사활동 뿐 아니라 비영리 단체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공공시설을 청소하는 일, 극장 또는 예술단체들과 함께하는 문화활동 및 사회운동에도 교회가 적극 나서 청소년들의 참여를 도울 수 있다.

변화의 어려움

사실 교회에서 그 어떤 지원을 한다해도 가정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 주5일 수업제 실시여부와 상관없이 신앙생활의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가정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가진 이들의 과반수가 9세 이전에 종교를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5일 근무제와 수업제에 있어서 먼저 부모들의 생각과 교육의 틀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전체적인 가정의 의식화가 되지 않으면 주말이면 부모는 야외로, 학생들은 학원이나 독서실에 눌러앉을 가능성이 높다. 주말에 함께 신앙생활을 할 기회도 많아지는 만큼 부모 재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더불어 청소년 사목자의 전문성을 계발하고 키우는데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하다. 사제들도 각자의 달란트가 다르다. 사목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에 따라 기존의 주일학교 활성화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현실. 주일학교를 지도하는 보좌신부와 보통 주일학교를 맡게되는 어린 수도자가 평균 2년마다 이동되고 교사들의 수명은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청소년 사목을 펼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본당마다 청소년 사목에 탁월한 달란트를 가진 사제를 두기 어렵다면 지구별 지역별로 고루 분포되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 좋을 듯.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에 있어서도 연구 전담팀을 구성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본당들은 주5일 수업제 등을 실시하면서 또다시 소외될 수 있다. 본당 자체로 청소년들을 포용하기엔 인적?물적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며, 교구에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줘도 거리상의 이유 등으로 한곳으로 모이는 것이 어렵다. 현재로서는 비교적 인적, 재정자원이 풍부한 도심본당과의 결연을 통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방안이 긍정적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는 종교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이 거의 전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이다. 당장 어떤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교회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청소년에 대한 투자는 가치있는 것이다. 주5일 수업제를 계기로 청소년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 신앙인의 가치관을 심어줄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단순히 신자 한명을 더 데려오는 편협한 선교가 아니라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나는데 교회가 도움이 되는 모습으로 교회는 청소년들의 욕구와 희망과 모순된 사회환경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해줄 수 있다.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스스로도 마음을 연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고 그 안에서 하느님이 계심을 인식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들에게「슈퍼스타」 하느님이 가장 큰 삶의 기둥이 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들은 가만히 앉아있어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