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5일 근무제 점검 (3) 주일학교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2) 주일학교 교육문화의 역할과 변화 방향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2-04-21 수정일 2002-04-21 발행일 2002-04-21 제 229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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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회사목 등과 연계도 한 방법”
좁은 시각 벗어나 전교회 차원서 신앙생활 다양화 위한 지원 필요
“영적체험 받을 수 있는 기회 제공해야”
주5일 수업 완전 정착시 종교활동 폭 확대 기대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사고, 전인적 인간으로서의 성숙을 위해서는 적당한 학습과 그 학습을 활용.응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비워주는 시간적 여유만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도울 수는 없다. 현재의 과도한 경쟁적 교육체제, 대학입시제도가 유지되는 한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 또한 부가적인 학습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들도 주5일 수업제에 따른 학습 저하와 사교육비 부담을 우려한다. 또 주5일 수업은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노는 시간, TV 시청과 오락, 게임하는 시간만 늘려줄 수 있다. 학교측에서는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한 완충 역할제로 체험학습이나 야외 수업 등을 더욱 많이 마련할 계획이며, 보충수업을 늘리거나 과제를 많이 제시해 학업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다 하더라도 현재 청소년들의 생활모습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적다고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회 안에서의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은 현재의 수준에 머무르거나 그 참여가 현격히 줄어들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은 과도기적 단계로 주5일 근무제와 주5일 수업제가 완전 정착된다면 사회문화활동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종교활동의 참여도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근본적인 자기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회의 다양한 심성교육은 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생활은 전인적인 인격 성숙의 효과를 함께 가져온다. 다양한 종교활동은 사회의 도덕성을 높이고, 사회봉사적인 기능을 함께 해 학교 밖 인성 교육의 하나로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종교활동의 범위는 기존에 청소년들의 종교활동이라고 하면 단순히 주일학교에 다니는 정도로 떠올리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생활 문화 안에서 복음을 체험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으로 인식을 넓힐 필요가 있다. 즉 성당(주일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라 가정, 학교나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하고도 복잡한 활동 안에서 신앙인의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주5일 수업제 안에서는 기존 주일학교와 병행해 각종 동아리 활동이나 사회운동, 봉사활동 등 사회 교육 문화프로그램들 안에서 자연스럽게 가톨릭적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교회가 청소년들을 위한 이러한 프로그램 마련에 적극 나선다면 비신자 청소년들도 일반적인 사회활동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를 체험하는 그러한 간접 선교의 폭을 넓히게 된다.

다앙한 종교활동은 사회의 도덕성을 높이고, 사회봉사적인 기능을 함께 해 학교 밖 인성 교육의 하나로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래 집단 친교의 자리

종교활동이 늘어나면 현재 교회 내 청소년들의 신앙교육과 생활 전반을 돌보고 있는 주일학교의 역할도 일시적으로는 커질 것이다.

현대의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멋과 개성으로 꾸며진 듯 하지만 실상 불만과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권위주의적, 경쟁적, 획일적인 학교교육으로 인해 체험세계도 좁다. 주5일제 수업 실시로 시간적 여유를 얻은 학생들은 금방 새로운 어떤 것을 찾아나서거나 자기 계발에 전력을 다할 여력이 부족하다. 더불어 갈증을 느껴왔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열심하기 힘들었던 신앙생활로의 눈길을 돌리기 쉽다. 또한 주일학교는 또래집단의 친교의 자리가 될 수 있다.

기존의 주일학교는 일반사회단체와 비교해서는 교육자료 및 인적 인프라의 구성이 잘 된 편이며, 청소년들의 신앙과 인격성숙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시해오고 있다. 또한 학부모, 교사, 사목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더욱 많은 학생들을 주일학교 안으로 이끌 수 있다.

점차 주일학교에 대한 흥미 감소 “문제”

문제는 이러한 주일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주일학교 등록비율과 학생들의 출석률은 전체적으로도 줄어들고 있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감소 현상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주일학교 출석률이 줄어드는 원인은 학업과 입시에 대한 부담감에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이 놀고 싶은 마음이 크고, 주일학교에 대한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대전교구 2000년 주일학교 관련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주일학교에서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를 경험하는가에 대해 공통적으로 「아니라」라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어린 초등부 학생들이 가장 재미없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교구 중고등학교 연합회 윤일선 지도신부는 『청소년들 중 모태신앙으로 가정에서부터 열심한 신앙생활을 했거나 특별한 체험이 있지 않는 한 교회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들은 드물다』며 『그들에게 있어서 신앙생활은 자신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가꾸기 위한 방법의 하나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새로운 미디어?시청각 매체에 길들여져 있고, 빠르고 자극적인 것을 쫓는 경향이 높다. 주일학교의 기존 교리방식이나 신앙캠프, 부활·성탄예술제, 성가경연대회, 백일장, 체육대회 등의 판에 박힌 듯한 행사는 이러한 청소년들이나 급변하는 사회문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입식 교육방법이 주일학교 안에서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제각기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내용과 방법의 신앙적 틀에 집어넣는다면 그 틀을 받아들이기 싫거나 어려운 학생들은 교회를 외면하게 된다. 이렇게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성향을 적극 배려하지 않는 주일학교 운영이 계속된다면 주5일 수업을 기회로 아이들과 교회의 관계를 새로 맺거나 돈독히 하는 것은 커녕 기존의 신자학생들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양한 신앙생활 유형 배려 자연스런 청소년 복음화 유도

현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신앙교육 및 생활을 현재의 주일학교에만 너무 가두어두고 있다는 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는 많게는 한주간 평균 40~50시간을 공부하면서 사실상 시간에 비례해 학습효과는 크지 못하다. 역설적이게도 한주간 동안 성당에 머무르는 시간은 평균 2시간 정도이면서 무작정 열심한 신앙생활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이에 주일학교 밖에서도 신앙인의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마련에 눈을 돌려야한다.

마산교구 청소년교육국장 송재훈 신부는 『청소년들에게 단숨에 깊은 신앙심을 요구하거나 교리지식이 부족하면 신앙심이 낮다는 등의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주일학교의 교육방법 등 구조 자체와 외부환경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일상 생활에서 신자답게 살 수 있도록 영적 체험을 줄 수 있는 기회 등을 함께 제공해줘야한다』고 제안했다.

주5일 근무제와 수업제가 정착된 유럽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은 주일학교(Sunday School)를 운영하고 있는 본당은 거의 없다. 학교 수업에 포함된 종교수업이나 학외 활동 시간을 통해 신앙을 체득하고 가톨릭계 학교의 경우 첫영성체는 물론 견진성사까지도 주변 성당과 연계해 학교 내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전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는 대부분 종교가 전통적으로 가톨릭이나 개신교이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의 종교교육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삶이 복잡 다양해지면서 성당을 찾는 이들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자연스러운 신앙교육의 예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주일학교 운영 형태로는 주5일 수업제에 따른 청소년들의 종교, 문화 및 사회교육활동을 만족시켜주기 어렵다.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되지 않은 현재도 많은 학생들이 주일학교 밖 활동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2000년도 부산교구의 주일학교 현황을 예로 보더라도 고등부의 경우 쎌(Cell)과 학생회 형태 외에 통신 등을 활용해 성당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단체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부산교구에서는 교구 내 본당의 절반이 훨씬 넘는 60여개 본당이 쎌을 토대로 고3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는 주5일 수업과 관련한 종교활동의 폭을 주일학교 안에서만 감당한다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전 교회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목적 지원을 해야한다. 특히 가정과 사회사목 등과의 적극적인 연계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