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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부터 다시] 1부 - 신앙고백 (11) 성모공경

전대섭 기자
입력일 2002-04-07 수정일 2002-04-07 발행일 2002-04-07 제 229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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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마리아는 신앙아닌 '공경'의 대상"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처럼 성모공경이 지극한 나라도 드물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대표적인 성모성지(聖母聖地)만 해도 10여곳에 이르고, 이러한 성지에는 전례주기에 상관없이 연중 신자들의 순례, 묵상 행렬로 북적인다.

성모님 관련 성지가 많은 것도, 또 이곳에 신자들의 발길이 잦은 것도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다만 성모공경이 제대로 이해된 신심의 바탕 위에서 행해지는지는 것이 아닐 때 문제가 된다.

한국 신자들의 성모신심을 처음 대하는 이들이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성모공경이 지나치다』고 고개를 갸우뚱 한다든지, 혹은 개신교단이나 여타 종단에서 『천주교회는 마리아교』라며 극단적이고 무지한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실은 오해를 살만한 여지는 없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올바른 성모공경 혹은 성모신심을 위해 몇가지 주요한 관점을 짚어보자.

우선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성모신심을 강조해왔고, 또한 성모공경을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왜 성모마리아를 공경하는가? 하는 의문부터 풀어가야겠다. 당연히 여기에는 성모신심의 근거가 되는 성서적이고 교회전통적인 가르침이 포함될 것이다.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 우리 인간사를 생각해 보자.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사람된 도리다. 남의 부모라 해도 경우는 마찬가지다. 하물며 우리 신앙의 대상인 구세주를 낳으신 성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세례를 받고 신앙을 고백하는 신자들로서는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히 해야 하는 행위다.

좀더 신앙적으로(성서를 근거로) 보면, 성모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조금의 망설임이나 의심도 없이 믿고 따름으로써 신앙인들의 최대의 귀감이 되신 분이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령으로 인한 잉태를 말했을 때 마리아가 한 『fiat voluntas tua』(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라는 고백은 바로 우리 신앙인들에게 최고의 본보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신자들의 무의식 속에 깊이 박혀있는 그릇된 성모신심의 행태는 어떤 것인가. 가장 큰 과오는 성모마리아를 바로 절대자이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격(格)에 놓는 것이다.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절대자이지만 성모마리아나 천사들은 피조물에 불과하다.

굳이 종교적으로 설명하자면 하느님께는 흠숭을 드리지만, 성모님이나 천사, 혹은 성인들에게는 공경의 예(禮)가 옳다. 즉 인간으로서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신앙본보기를 보인 분으로서 공경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모마리아님 기도를 들어주소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께 빌어주소서』라고 기도하는 것도 바로 성모마리아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기도를 가장 잘 전달하고, 그리스도의 도우심을 가장 잘 받아주실 수 있는 분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두 번째가 성모상이나 성물 등 신앙심을 북돋우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들에 집착하는데서 비롯되는 오해다.

성모상 앞에서 성모님을 공경하며 기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모상에 무슨 능력이 있는 것처럼 「성모상에게」 기도하는 우(遇)를 범해서는 안된다.

성모님과 관련된 기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묵주의 기도를 통해 간구하고 은총을 입지만, 우리에게 최고의 기도는 미사중 거행되는 성체성사이다.

따라서 최고로 가치있고 좋은 기도인 미사가 시작되면 묵주의 기도는 중단하고 미사에 열중하는 것이 올바른 신심행위일 것이다.

전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