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5일 근무제 점검 (2) 관광사목 어디까지 왔나? (3) 모범적인 관광사목지 탐방

박영호 기자,김춘곤 기자
입력일 2002-03-24 수정일 2002-03-24 발행일 2002-03-24 제 229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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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차례에 걸쳐 관광사목의 현황과 과제, 선진교회 및 개신교를 비롯한 타종교의 사례들을 알아보았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함께 여가문화가 급증할 것이고 이에따른 관광객의 증가는 교회로 하여금 또다른 사목의 패턴을 요구하고 있다. 관광사목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원주교구 평창 대화본당과 대전교구 대천해수욕장 요나본당을 소개한다.

■ 강원도 평창 대화본당

감자축제 김치축제 메주축제 된장축제…

다양한 이벤트로 도시신자 유혹

10만명 성금으로 예쑬가들이 지은 성당은

‘작은 예술의 전당’으로 안팎이 모두 작품

3월 17일 일요일 오전 11시 미사 후 원주교구 대화본당에서는 피정의 집에서 하루를 묵은 외부 손님들이 주임신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미사를 마친 이들은 본당 신자들이 정성껏 마련한 온갖 나물에 밥과 빨간 고추장에 버무려 한그릇 맛있게 비우고 총총 작별 인사들을 나누었다.

성당 전체가 미술품으로 이뤄져 「작은 예술의 전당」으로 알려진 원주교구 대화본당(주임=김기성 신부).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대화장」으로 친숙한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의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이 작은 시골성당과 인연을 맺고 있는 타지 신자들은 의외로 많다.

신자수가 얼마 안되고 그나마 작은 땅을 일구며 생활하는 시골 신자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성전 신축 과정에서 한푼 두푼 건축금을 내놓음으로써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무려 10만명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이 성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사람들이 철따라 계절따라 성당을 찾아왔다.

거기에 중견 미술인들의 뜻깊은 헌신으로 봉헌된 많은 성미술 작품들이 성당 전체를 아름답게 꾸미면서 대화성당은 전국의 모든 교우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성당 지붕의 십자가는 물론 성수대와 마리아상 등 성당 안팎의 모든 성물들이 작가의 정성이 깃들인 작품들이다. 성당 안에는 도예가가 직접 굽고 쪼갠 분청 조각으로 모자이크한 벽면이 장관을 이룬다.

1931년에 건립돼 71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공소로 30여년을 보낸 초라한 성당이었던 대화성당은 새로운 면모를 갖추고 도시민들의 쉼터로 자리잡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이미 피정의 집이 마련돼 있어 숙박을 원하는 신자들은 예약만 하면 무료로 피정의 집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다. 『우리 성당이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외부 신자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거기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원하시는 분은 언제라도 우리 집을 방문해 머물고 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마련한 축제들이 다양하다. 지난해만 해도 9월에 열린 감자축제를 비롯해서 11월 4일 김장축제, 11월 25일 메주축제가 열렸고 2주전인 올해 3월 3일에는 된장축제가 열렸다.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고, 햇살 좋은 강원도 평창 대화에서 100% 국산 햇콩만을 사용하여 손으로 직접 만든 메주로 된장 담그기를 준비합니다』

성당 신자들이 직접 나서서 성모회 회장의 된장 만들기 강의에 이어서 메주 씻기, 염도 맞추기에 이어 숯과 대추를 넣고 항아리를 소독하는 법까지 우리네 시골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된장 담그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각 가정에서 만든 청국장 맛을 겨루기도 했다.

김치 축제 역시 흥미로운 행사였다. 고랭지라서 이곳의 김치 담그기는 도시지역보다 한달 정도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미리 가져가기가 여의치 않은 경우, 항아리만 하나 사면 산속에 묻어뒀다가 다시 가지러 오든지, 원하면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지금은 1천여평의 주말농장도 마련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영농일기를 공모해서 추수철에 열리는 파티 자리에서 푸짐한 상품도 마련한다.

얼마전에는 「대사모(대화성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만들었고 인터넷에 사이버 성당(http://www.ar tchurch.or.kr)도 설립했다. 성당의 아름다운 미술품들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고 인근 지역의 관광지도 자세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대화본당의 사목방향은 한 마디로 농촌사목과 관광사목의 연계라고 요약할 수 있다. 관광사목 분야를 활성화시켜 도시 지역을 비롯한 외부 신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이를 계기로 농촌 지역의 경제적인 어려움도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박영호 기자>
대화본당은 새로운 면모를 갖추고 도시민들의 쉼터로 자리잡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열린 감자축제. 사진 뒤쪽 건물이 피정의 집

■ 대천해수욕장 요나본당

여름 피서·봄 가을 먹거리·겨울바다 찾아…

지난해 주일미사 참례 5천명 넘어

단체 연수 및 피정

가족단위 피서객 위해 다양한 숙박시설 갖춘 관광사목 전문 본당

『마음이 답답하고 신앙적으로 갈등을 느낄 때 대천해수욕장에 있는 요나성당으로 오십시오. 하느님이 창조하신 신비로운 자연을 맘껏 느끼고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모든 고민과 갈등은 이곳에 두고 홀가분하게 다시 세상살이에 뛰어드십시오』

관광사목을 위해 처음으로 지난 1999년 9월에 설립된 대전교구 대천해수욕장 요나본당(주임=윤병권 신부)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분주하다.

해수욕장이라해서 여름에만 한철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름이면 피서지로서 단연 1위가 바다이지만 겨울이면 「겨울바다」의 낭만을 찾아서, 봄 가을에는 풍성한 먹을거리를 찾아서 대천해수욕장을 찾은 사람이 연 1000만명(2001년 통계)을 육박했다. 올해에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대천해수욕장을 비롯 주위 관광지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당신부는 「총지배인」, 신자는 「서비스 맨」이라는 정신으로 2000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천해수욕장 요나성당의 주된 활동은 관광지 안내·숙박시설 제공 등이 아니라 「신앙 서비스」이다.

이미 유명 해수욕장으로 전국에 알려져 있고, 수많은 피서객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요나성당은 이들에게 삶의 휴식과 함께 영적인 쉼터를 제공하고 있어 이곳을 찾은 신자들에게 일석이조의 효과를 주고 있다.

주일미사 참례자가 150여명을 넘고 있다. 본당 신자가 30여명에 불과한 것을 볼 때 100명이 넘는 타지역 신자들이 놀이 중에도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그래서 작년 한해 요나성당에서 평일미사 참례자를 제외하더라도 주일미사에 참례한 연인원이 5000명이 넘는다.

특히 요나성당은 해수욕장이라는 자연관광지와 주변에 여러 성지가 있어 성지순례를 겸한 관광을 같이 할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다. 순교자들의 순교터였던 「갈매못」 「해미」 「청양 다락골 줄무덤」이 불과 30∼40분 거리에 있으며 공주 황새바위·솔뫼·신리성지를 비롯해 익산 천호성지, 전주 숲정이·치명자산 성지 등도 그렇게 멀지 않다.

요나성당은 「신앙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한 훌륭한 시설을 갖추었다.

단체 연수 및 피정과 가족 단위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다양한 숙박시설을 마련했다. 또한 성체조배실을 따로 마련해 언제든지 이곳을 찾을 수 있게 했고, 1000여평의 솔밭 야영장과 폐선으로 만든 야외무대에선 틈틈이 콘서트가 열려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 피서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특히 고래 형상 속에 성당을 마련해 「요나의 기적」을 자연스럽게 묵상하도록 한다.

요나성당의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각종 연수 피정 세미나 캠프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결혼식이다. 답답한 도시와 바쁜 시간에 쫓겨 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아름답고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결혼식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하객들에게도 좋은 추억거리와 함께 혼인성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는 큰 몫을 하고 있다. 또한 부활대축일 미사와 함께 성삼일 전례봉사자들을 관광객들로 구성해 특별한 성삼일 전례를 거행하고, 부활미사 후 콘서트와 잔치를 연다는 계획아래 전례봉사자와 잔치 참가자를 접수 받고 있다.

대천해수욕장 요나본당은 성공했다. 일반 기업으로 보면 짧은 기간 안에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이다. 그러나 성공은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다. 그것은 좁은 시설 때문이다. 이곳 시설을 한번 이용하려면 단체의 경우 적어도 3개월 전에, 개인 또는 가족도 1개월 전에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어느 정도 가능하다. 금년 여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생활성가 음악캠프」도 벌써 90%가 예약된 상태다. 더 이상 수용하려고 해도 공간이 없다.

이곳을 다녀 간 신자들이 남긴 글에는 『이곳에 성당이 있어 너무 좋다』 『또 오고 싶다』는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만큼 우리 신자들은 휴가 때문에 주일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죄스런 마음을 늘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신자들을 위해 이제 교회도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해야만 한다. 『대천은 전국 각 교구의 신자들이 찾아옵니다. 이제 대전교구 혼자의 몫이 아니라 범 교구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뜻을 같이 할 때 대책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장 요나성당 옆에 또 하나의 시설을 건립할 수도 있습니다. 뜻만 모아진다면 말입니다』

이미 대천해수욕장은 「주5일 근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금요일만 되면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해수욕장내 콘도에서도 금요일부터 주말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윤병권 신부는 『요나성당은 본당 신자의 것도 아니고, 대전교구의 것도 아니라 전국 신자들의 것으로 만들어 나갈 때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샘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의=(041)934-7758. 홈페이지 : http://www.yona.or.kr

<김춘곤 기자>
대천해수욕장 요나본당은 전문 관광사목을 위해 지난 1999년 설립됐다. 본당신자 30여명에 주일미사 참례자가 150여명에 이를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열렸던 서산지구 음악캠프.

박영호 기자,김춘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