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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점검 (2) 관광사목 어디까지 왔나? (2) 선진교회 및 개신교를 비롯한 타종교 사례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2-03-17 수정일 2002-03-17 발행일 2002-03-17 제 229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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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은 반드시…” 신심부터 다져야
유럽 - 대부분 주일엔 신앙생활
개신교 - 전담부서 두고 활동 돌입
불교 - 사찰 수행포·교정책 준비
한국 교회는 다가오는 주5일 근무제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비단 우리 교회뿐 아니라 개신교를 비롯한 타종교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가톨릭을 비롯한 모든 종파들은 이 제도가 정착되면 많은 신자들이 야외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관광사목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개신교와 불교 등 타종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관광사목의 방안과 이미 오래 전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실태를 살펴봄으로써 향후 우리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유럽 교회

유럽에서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것은 이미 40여 년 전이다. 스위스가 1964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노동시간을 45시간으로 정한 것을 비롯해 유럽지역 다른 나라들도 이와 비슷해 주5일 근무제를 시작한지 30~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가족들끼리 주말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융성했던 유럽교회들의 쇠퇴를 가져왔다는 견해도 나왔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현재 유럽에서 대다수 일반 시민들의 경우 토요일은 여가생활을 보내고, 주일은 신앙생활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영국에서 유학한 바 있는 황순일(요한)씨는 "토요일은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주일에는 대부분 교회를 찾는 등 종교생활을 하는 것이 보편화됐다"고 밝히고 "종교단체들도 성당이나 교회를 많이 찾기보다는 사회봉사 등 종교적인 실천활동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스위스에서 8년간 생활했던 김호성(토마스)씨도 "스위스 국민의 90% 가량이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들이며, 이들 대부분의 생활이 거의 종교생활에 바쳐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신앙생활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가 생활화된 유럽의 교회들은 더 이상 신자들을 성당으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자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견지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개신교

개신교는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대해 당초 교회 출석률 감소를 우려해 도입 자체를 반대했으나, 더 이상 시대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가족 중심의 신앙프로그램 개발과 농촌·전원교회와의 연대, 수양관을 중심으로 한 영성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는 오는 7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가정사역 전문빌딩 '훼밀리아'를 건립하고 가족치료와 상담, 문화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랑의 교회 안성수양관도 현재 1박2일로 진행되고 있는 주말교회 프로그램을 2박3일로 늘리는 방안과 가정사역, 영성훈련 강화를 준비하는 등 각 교회 수양관들마다 주말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 급격하게 변화될 것으로 보이는 선교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15억원을 투자해 전담 프로그램 개발 빌딩을 건립하고 있는 개신교의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 등이 선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려는 신도를 교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안으로 전원 교회나 가정교회, 주말교회 등의 개설을 검토 중에 있다.

개신교가 개설하고 있는 가정 교회나 전원교회의 기본적인 운영방안은 도심교회와 전원교회를 자매 결연시켜 주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도심교회는 자매 결연한 전원교회에 도시의 신도 가족을 보내 농사도 짓고 기도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이다.

개신교의 계획대로라면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종교 생태 공동체 운동이 활기를 띠면서 전국의 농촌에 들어서기 시작한 전원교회나 주말교회가 이제는 주5일 근무제에 대비한 선교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게 됐다.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 주5일 근무제 홍보담당 이윤길 간사는 "최근 들어서는 주5일 근무제에 대처하기 위해 개설을 준비하는 전원교회의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개신교의 적극적인 준비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전원교회와 도심교회의 자매결연 사업은 도심교회는 신도들에게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서비스할 수 있고, 전원교회는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는 지난해부터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 선교 환경변화에 대한 대책을 전담할 부서의 설치와 선교 프로그램의 통일된 방향성을 각 교회에 제시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개신교는 가족 중심의 신앙프로그램 개발과 농촌·전원교회의 연대, 수양관을 중심으로 한 영성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교

불교에서도 주말의 생활 여가를 불교적으로 흡입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교계는 종단 차원에서 관람객 포교정책 수립, 사찰수행 프로그램 개발, 도심사찰과 지방사찰간 네트워크 구성 등의 방안을 심도 있게 마련중이다.

이를 위해 1박2일과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2박3일 문화재 답사, 기도, 성지순례, 주말 수련대회 등의 프로그램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불교측은 공동체 단위의 가족적인 요구에 발빠르게 준비하고 대응한다는 전략아래 법회시간 다양화를 비롯해 교당 개방 등의 차별화 된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현재 불교측에서 고려중인 법회시간 다양화의 경우 법회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다. 수요법회 활성화, 기존의 일요일 법회시간을 금요일 밤, 토요일 오전, 일요일 이른 아침 법회 등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또 교당을 개방하자는 입장의 경우에는 선방, 각종 문화교실, 가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이다. 아울러 훈련원의 기능을 강화해 여행, 휴양, 훈련, 문화답사, 관광 등 여러 가지 바람에 부응할 수 있는 시설로의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라 포교를 위해 지방사찰들의 입지와 중요성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량리 불교 법우회 유권규 부회장은 "주5일 근무제가 되면 도심을 벗어나 산사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유구한 역사와 훌륭한 문화재를 보유한 불교 전통사찰만큼 좋은 산행공간은 없는 만큼 사찰이나 선원에서 수련도 하고 휴식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즉 프로그램만 잘 갖춘다면 주5일 근무제 시행은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포교활동을 할 수 있는 호기란 것이 불교측의 예상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입는 종교는 불교. 여가시간을 활용해 많은 사람들이 산사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불교에서는 사찰이나 선원에서 수련도 하고 휴식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

가톨릭

개신교와 불교의 사례에서 드러나 듯이 가톨릭도 관광사목의 효율화를 위해 초교구적인 대책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 교구 우리 본당 신자"의 개념이 아니라 주말이면 도심을 벗어나게 될 많은 신자들이 신앙의 끈을 놓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관광지역 교구와 본당과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 정립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도 마련돼야 한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되면 대부분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들을 위해 인근지역 성지순례, 문화답사, 주말 농장 등 다채로운 방안들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시 본당과 지방 본당의 자매결연을 단지 나눔의 장으로서 뿐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점차 확산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교회 일선 사목자들은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적극 운영된다면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많은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자들이 확고한 종교적 신념을 견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제도에 익숙해져 있는 유럽교회 신자들의 생활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유럽교회가 성소자 부족, 신자 수 감소 등의 쇠퇴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은 이 제도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현재 유럽교회에서 활동중인 신자들 안에서는 이처럼 확고한 신앙심이 자리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현 유럽 교회 신자들의 의식에서 확인되듯 신앙적인 뒷받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사업을 전개한다 해도 생각만큼 큰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 교회가 주5일 근무제 시행에 앞서 관심을 기울여야할 부분은 바로 신자들의 신앙심을 북돋울 수 있는 교육이다. 한국교회는 이런 기회를 신자들의 신앙심을 성찰해보는 좋은 계기로 삼고, 이들이 여가를 즐기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일을 지키고 신앙을 키워나갈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어쨌든 주5일 근무제의 실시는 기정 사실화된 일이고 이에 따라 한국 교회는 신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이와 더불어 주일미사 참례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