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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캠페인-예수님은 담이 없으셨네] (2) 안강본당 사회복지회의 교·학·산·민 교류

신정식 기자
입력일 2002-03-03 수정일 2002-03-03 발행일 2002-03-10 제 228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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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돕는 마음은 모두가 ‘하나’
풍산금속과 미숫가루 교류로 이웃사랑 실천
읍장 시·도의원 모두가 사회복지회 명예회원
지역 학생들과 재생비누 만들어 환경교육도
안강본당 신자들이 소년소녀가장, 결손가정자녀,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 미숫가루 판매를 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안강본당(주임=백명흠 신부)의 사회복지 활동은 지역 주민과 기관장, 시·도 의원, 산업체, 학교 등과 다양한 교류를 통해 이뤄진다.

많은 본당이 사회복지 예산에 의존하고 회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활동 경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한다면 특이한 사례임에 분명하다.

안강은 예로부터 「안강 들」이 상징하듯 더 넓은 농토를 가진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그러나 인근에 포항 공단이 조성되고 경주 관광지가 개발되면서 지금은 반농반도의 읍소재지로 정착되고 있다.

인구 유동이 많지 않아 터잡고 몇년 살다보면 『형님』『동생』, 『선배』『후배』하는 이 곳에 1967년 성당이 설립됐다.

35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안강본당은 지역민의 신뢰를 받는 교회가 됐고, 『아, 성당에서 하는 일이라면』이라는 지역민의 믿음이 지금과 같은 다양한 교류를 갖게 한 원동력임에 분명하다.

또 하나 지금의 안강이 있게 한 요인 중의 하나는 동파이프, 동전 이전의 상태인 소전(素錢) 등으로 유명한 풍산금속 안강공장이다.

1973년 준공된 풍산금속 안강공장은 한 때 45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며 안강지역 경제력을 뒷받침 해왔다.

시설 자동화와 IMF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직원 수가 1800여명으로 줄었지만 경영면에서는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이렇듯 한 편에서는 정신적으로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경제적으로 지역 사회를 견인하고 있는 두 축(교회와 산업체)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풍산금속에 근무하면서 안강본당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강만복(마태오)씨의 역할이 컸다.

강씨는 6년전 위원장을 맡으면서 「꼭 직접 선교만 고집할 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 교회의 나눔 활동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복음화의 한 방편이다」는 생각을 가졌다.

직장에서 『이런 일이 있다』며 교회의 복지활동과 빈첸시오회에 대해 설명하니 『그런 일도 다 있냐』며 한 사람 두 사람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지고 활동 상황이 알려지면서 명예회원이 늘어갔다.

지금은 사내에 50여명, 지역민 50여명 그리고 타지역에서도 몇몇이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읍장과 시·도의원 모두가 명예회원으로 가입했다. 종교를 떠나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회비를 얼마나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비신자들이 교회의 복지활동에 관심을 갖고 동참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또 지역 사회를 위한 복지활동에 신자, 비신자 구분없이 교회와 지역민이 함께 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아마도 결실은 교회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난해 안강본당 사회복지회는 지역내 생활보호대상자 700여가구 모두에 김장을 담아 주는 대 역사(?)를 벌였다.

자그마치 배추 2700포기를 절이고 버무리고 담아 일일이 나눠주는 일이었다. 배추는 신자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조달했지만 나머지 재료비가 문제였다.

강만복씨는 회사에 취지를 설명하고 구내 식당에서 나오는 누룽지를 공급받아 미숫가루를 만들었다. 1800명 직원들은 미숫가루 1800 봉지를 모두 사주었다. 강씨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호응이었다.

기껏해야 700~800 봉지로 예상했던 것이 기분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강씨는 다시한번 「혼자가 아니구나」하는 사실을 절감했다. 비신자들이 교회 일에 이렇게 관심이 많고 또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라도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로하게 됐다.

읍장과 읍사무소 직원들, 시의원, 지역 주민들의 성금을 합해 김장 재료비도 충분히 조달됐다. 김장 담그는 날에는 적십자사와 청년회 등 지역 제단체에서 팔걷고 나서 도와 주었다. 지역 행사가 되고 말았다.

이밖에도 안강본당 사회복지회는 칠포해수욕장에 있는 풍산금속 하계 휴양소를 빌려 군위 성바오로 청소년의 집 원생들을 초청하고, 지역 내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안강여·중고와의 교류를 통해 재생비누 만들기를 학생들과 함께 펼치고 있는 사례(본지 1월 1일자 13면 보도) 역시 주목된다.

사회복지회가 폐식용유를 모으고 학생들이 재생비누를 만들면 이를 팔아 복지기금으로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환경 교육이 되고 봉사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안강본당의 지난해 사회복지 예산은 523만원. 지출은 2500만원이 넘는다. 기증 받은 물품까지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지출은 훨씬 많아진다.

정회원 13명이 지속적으로 돌보고 있는 불우이웃은 30가구. 이밖에도 빈첸시오회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복지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도시 큰 본당의 사회복지 활동 규모에 비한다면 작아 보일지 모르나 그 내용으로 봐서는 더 없이 알차다.

무엇보다 외적인 규모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정신이 아름답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인간적인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고, 독거노인들은 영혼까지 돌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찾고 있다.

사춘기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담당자를 정해 지속적으로 돌보고 있다. 아무나 접촉하며 마음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배려 때문이다.

신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