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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캠페인-예수님은 담이 없으셨네] (1) 서울 목동본당-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김유진 기자
입력일 2002-02-24 수정일 2002-02-24 발행일 2002-02-24 제 228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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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산물로 신앙의 유대 이어가죠”
진정한 만남 속에 벽 허물어지고 나눔 이뤄져
오리농법 지원·농촌체험 캠프 등 교류 형태 다양
서로에 대한 신뢰, 책임감이 지속적 연대의 기반
목동본당 우리농 매장에서 하늘 땅 물 벗 생활공동체 회원들이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호부터 연중 캠페인 「예수님은 담이 없으셨네」를 시작합니다. 교구와 교구간, 교구와 본당간, 본당과 본당간, 단체와 단체간의 각종 나눔과 친교 사례 등을 소개할 이번 캠페인이 교회의 본질인 친교와 나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이를통해 섬김의 공동체 구현에 한몫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첫번째로 서울 목동본당과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간의 풍성한 나눔의 현장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립니다.

도시와 지방교구간의 나눔이 보다 풍성하게 지속될 수 있는 모델 중 하나는 우리농산물을 매개로 하는 물적, 인적 교류이다. 지방교구의 생산공동체와 도시본당이 무농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시스템은 교구 밖으로까지 확장된 나눔의 기쁨을 맛보게 하고 있다.

서울 목동본당과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의 교류는 우리농산물을 통한 교구간 나눔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활발한 나눔과 교류로 목동본당 도농협력부와 안동교구 쌍호공동체는 2000년과 2001년 연이어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서울본부로부터 모범 소비자, 생산자 공동체로 공로패를 수상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1997년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가 목동본당에 고춧가루를 직거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물품판매에 지나지 않았던 만남은 1999년 목동본당이 쌍호공동체의 생산지를 방문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교류로 이루어졌다. 당시 본당 주임이던 염수정 신부(현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주교)와 본당 수녀, 도농협력부 회원들은 유기농 재배과정을 직접 지켜보면서 90년대 초부터 이를 실천해온 농민들의 삶이 「신앙」과 다름없음을 깨닫게 됐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이에 답하는 일은 가장 손쉽게 관계를 형성하는 법. 당시 쌀 재배방식을 우렁이농법에서 오리농법으로 바꾸려했던 쌍호공동체는 이를 위한 지원금을 요청했고 목동본당은 이에 흔쾌히 응낙해 매년 오리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랑은 끊임없이 피어나게 마련이고 나눔은 계속 나눔을 낳아 쌍호공동체는 답례로 목동본당에 오리쌀을 두 가마니씩 보내주고 있으며 본당에서는 이 쌀로 떡을 만들어 본당 신자들에게 나눈다.

현재까지 생산지 방문은 매년 이어지며 때때로 안동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본당을 찾기도 하는 등 이들의 나눔은 계속되고 있다. 목동본당 중겙自 200여명이 안동교구의 공소로 농촌체험캠프를 다녀오기까지 할 정도로, 생명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교구의 벽을 넘어 마음까지 실어 나르고 있는 것.

물론 이러한 나눔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함께 불편을 감수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농산물의 경우 우리농본부 물류센터를 통해 공급받으면 편리하고 안정적이나 목동본당 매장에서는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와의 교류를 위해 쌀, 참기름, 들기름, 포도주, 사과, 배추 등을 직거래하고 있다. 소량 주문도 안되고 산지에서 배달시간도 더 걸리고 물건을 반품하기도 어렵지만 그간의 만남을 통해 농부들의 마음과 정성을 믿을 수 있으며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물건의 질이나 가격을 비교하고 따졌지만 지금은 믿고 먹게 됐다』는 것이 본당에서 우리농운동을 실천하는 하늘땅물벗 생활공동체 회원들과 신자들의 말이다.

하늘땅물벗 회원으로 본당 우리농 매장에서 판매봉사를 해온 안순남(루시아)씨는 『진정한 만남 속에 절로 벽이 허물어지고 나눔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며 『생산지가 고향 친정 같고 서로 무언가 더 주고 싶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고 설명했다.

본당 생활공동체 회장인 김귀란(엘리사벳)씨 역시 『지방교구와 아주 미약하나마 나눔을 실천하려고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며 『여러 차원에서 교구간의 벽이 허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모든 도시본당과 지방교구의 생산지가 각각 연결되면 얼마나 좋겠냐』며 『이러한 나눔은 본당 공동체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