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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빛] 안명옥 주교 특별 기고 - 유전공학과 생명윤리 (5)

안명옥 주교(마산교구 부교구장)
입력일 2002-02-10 수정일 2002-02-10 발행일 2002-02-10 제 228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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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오염·유전자 조작식품·치명적 생물학 무기 등장
‘혼돈과 재앙’ 불보듯
3)유전자 조작된 동식물의 방출

유전공학이 세계의 경제를 재편하고 사회를 개조하는데 영향을 미치면서 지구 환경에도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전공학은 그 기술을 이용하여 자연 세계를 조작할 수 있다. 종과 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유전자를 대량으로 이전하여 수많은 생물의 종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생물을 대량으로 복제 생산하여 지구 생물권에 방출하여, 이들이 번식하고, 변이를 일으키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땅, 물, 공기를 점령해 나간다는 것은 단지 상상이 아니다. 상업적 실험으로서 실제로 진행되고있다. 실험실에 만든 제2의 창조물을 지구 생물권에 방출하는 것이 유전공학의 틀을 구성하는 세 번째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서 다국적 기업들이 유전공학 쪽으로 업종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종자 회사, 유전공학 회사, 농약 회사, 제약 회사, 의료 회사, 보건 및 건강 회사, 식품 회사, 음료 회사 등을 사들여 거대한 유전공학 단지를 조성하여 생물 산업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할 필요도 있다. 새로운 생물 산업계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이와는 달리 인공적으로 조작된 생물을 지구 생물권에 방출함으로써 초래할 혼돈과 재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아 있다. 혼돈과 재앙으로서 우선, (1) 유전자 오염 현상을 지적할 수 있다.

오염된 유전자를 지닌 생물이 번식하고 널리 퍼져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하여 지구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지구의 생물권을 개조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종과 종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래서 우량 품종을 만들기 위해 동물계나 식물계에서 서로 혈연 관계가 있는 종들을 지속적으로 교배시키는 방법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유전공학이 제공하는 유전자 접합 기술은 종과 종의 벽, 자연 자연의 벽을 허물어 버린다. 유전자를 접합하고 이전하는 기술은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있다. 생물학적 경계를 뛰어넘어 유전자를 이전하고 조작하는 기술은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묘기이다. 이 묘기를 이용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법으로 자연을 상대로 실험하면서 환경에 매우 위험한 새로운 요소까지 만들어 내고있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생물체가 자연 환경에 방출될 경우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위험 요소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생물체는 성장하고 번식하며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도 한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생물체가 한번 방출되면 이를 다시금 실험실 안으로 회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미생물의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하는 회사들과 기업들은 잠재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이러한 위험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강변하고있다.

(2) 유전자 조작에 의한 생물체의 방출은 단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 유전자 기술을 세균전에 대비한 병원균을 조작하는데 사용할 경우 그 위험은 치명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다시 말해 생물학 무기의 생산에도 유전자 기술이 이용될 수도 있다. 생물학 전쟁은 살아있는 생물체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버섯 균류 등이 생물학 무기로 이용될 수 있다. 생물 병원균은 생식, 번식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바람, 물, 곤충 그리고 동물을 매개로 하여 지리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대부분의 생물 병원균은 일단 한번 방출되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그 환경에 영원히 생존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생물학 무기는 아직까지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방대한 독성 물질을 처리하고 저장하는데는 위험과 비용의 부담이 따르며, 병원균을 살포하는 데에도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전공학의 기술 발전으로 말미암아 언제든지 생물학전을 치를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테러나 게릴라 작전으로부터 전면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군사 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용도의 무기 생산이 가능해지고있다. 대부분의 정부들은 생물학 무기가 단지 방어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방어용 무기와 공격용 무기의 구별은 실제로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전세계 약 17개국이 차세대 생물학 무기를 생산하여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고 이용도가 확대됨으로써 다음 세대들은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의 개발에 몰두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실험실에서는 그것이 공격용이든 아니면 방어용이든 유전자 무기에 대한 실험이 점차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발적인 방출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연구실 또는 실험실이 아무리 안전하다 할지라도 완벽하게 안전한 실험실 또는 연구실은 없다. 홍수나 화재와 같은 자연 재해가 발생하고 안전 수칙이 위반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금세기 핵분열 기술의 발견은 결국 원자 폭탄의 개발로 이어졌고, 원자 폭탄의 등장으로 인류는 스스로 자신의 종말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되었다. 유전자 또는 생물학 무기의 개발은 원자 폭탄의 등장 보다 더 확실하게 인류의 종말 가능성을 암시해 주고있다.

(3) 유전자 조작에 의한 생물체의 방출은 인간의 보건과 건강에도 위협을 가하고있다. 식량의 생산에도 유전자 조작 기술이 이용됨으로써 이른바 「유전자 조작 식품」이 등장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인간의 건강이나 보건에 유해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그치고자 한다.

안명옥 주교(마산교구 부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