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1세기 한국교회와 소공동체 운동 (7) 소공동체 탐방 / '대구 압량본당'

신정식 기자
입력일 2001-11-11 수정일 2001-11-11 발행일 2001-11-11 제 227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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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교육…가입과 활동은 자율
반원 모두가 각종 위원회 가입
매주 모여 할일 찾아 실천 점검
11월 4일 소공동체 지도자 대회에서 소공동체 운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압량본당 교육위원회 위원 이금희씨
“모범 본당” 교구장 표창

대구대교구 압량본당(주임=류승기 신부)이 11월 4일 교구 소공동체 지도자대회에서 모범 본당으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어디 있을까?

아마도 「자율성」에 있지 싶다.

압량본당 소공동체는 철저히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하고싶은 사람만 하고 하기 싫은 사람은 안해도 된다. 레지오를 하고 싶은 사람은 레지오만 하면 되지 굳이 소공동체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초 소공동체를 재편성하면서 아예 사무실에 노트 한 권을 비치했다. 누구의 권고나 압력도 없이 스스로 하고싶은 신자만 서명하게 했더니 60명이 하겠다고 나섰다. 이들로 8개의 소공동체(반모임)를 구성했다. 기존의 13개에서 5개나 줄어든 셈.

그러나 기존의 반모임이 한 달에 한 번, 반장이 일일이 전화해서 불러모으고, 그나마 대부분 노인들이 참석해서, 말씀 나누기와 자유기도를 모두 생략한 7단계로, 반장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진행했다면 재편된 8개의 소공동체는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소수 정예로 구성된 셈이다. 아직은 전 신자를 아우르지 못하는 소수이지만 장차 「소공동체들의 공동체」로 본당이 거듭나기 위한 씨앗인 것이다.

압량본당이 소공동체 활동을 이렇게 철저히 신자들의 자율에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본당이 지역단위로 소공동체를 편성, 전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활동하도록 독촉하지 않는가.

이에 대해 류승기 신부는 『강압은 또 하나의 강제 규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소공동체의 속성이 자율이듯이 평신도 스스로가 자각을 통해 활동의 필요성과 능력을 키워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던져놓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자율을 강조하는 것 이상으로 교육에 힘써왔다.

2000년 5월 부임한 류신부는 기존의 반모임을 방문하고 실태를 파악한 후 철저한 교육에 돌입했다.

우선 평일 미사를 통해 가장 어렵다는 복음나누기 7단계를 교육하고 실습도 해보았다. 그해 9월부터는 두 달간 주일미사 강론을 통해 왜 소공동체 운동을 해야 하나, 바티칸공의회가 말하는 교회 모습은, 초대교회 신자들의 공동체, 본당의 올바른 모습 등을 교육했다. 전 신자들에게 「소공동체로 엮어진 공동체」의 필요성을 의식화시킨 것이다. 12월에는 원하는 사람들과 간부들을 모아 합숙 교육도 하고 토론 시간도 가졌다.

그제서야 류신부는 가정 방문을 통해 소공동체 모임에 대한 신자들의 의중을 떠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초 본당 사목방침이 「소공동체를 위한 교육과 선교」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신자들의 희망에 의해 소공동체 운동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그러고는 노트를 비치하고, 할 사람만 서명하게 한 것이다. 서명한 신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말씀 나누기 7단계를 교육하고 실습을 시켰다.

교육의 힘일까? 레지오와 소공동체를 다 하기엔 힘드니 한가지만 선택하도록 권유했더니 대부분 소공동체를 택했다. 지금 본당에는 60대 이상 할머니들을 주축으로 한 레지오가 몇 팀 있을 뿐 50대 이하 연령층에는 구역외 신자들로 구성된 1팀 뿐이다.

류신부는 『소공동체 운동과 부닥친다고 레지오를 인위적으로 재편하거나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그것 또한 신자들이 스스로 필요성에 의해 조정해 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레지오에 젖어 있는 60대 이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소공동체 모임은 무리라는 말이다. 10년, 20년, 길게는 한 세대(30년)가 흘러가야 자연스럽게 소공동체가 정착될 것이라며 조급해하지 않았다.

압량본당 소공동체는 매주 모임을 갖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집을 옮겨가며 주인이 복음나누기 7단계를 진행하게 된다. 그동안 교육을 통해 누구나 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말이다. 또한 소공동체 구성원 모두는 본당 각 분과 위원회 위원이 된다. 한 달에 한 번 위원회 모임을 통해 본당의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지역 현안을 보고함으로써 소공동체가 해야할 일들을 찾고 소공동체로 돌아가 구체적인 실천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교육은 계속 되고 있으며, 소공동체 모임에도 본당 신부와 교육위원들이 방문해 점검, 지도하고 있다. 본당의 모든 행사는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예비신자 모집과 교육, 냉담자 파악과 회두, 어려운 이웃돕기 등이 모두 소공동체 구역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과 참 신앙인의 삶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체험을 갖게됐다.

신자들이 변하고 있다. 구성원들간에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본당 활동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남들 앞에서 기도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전입 신자나 신영세자의 관리가 잘 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늘어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활기찬 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신자들이 하나 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류신부는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 모습을 쇄신하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교회가 너무나 성직자 중심이고, 성사 중심이며, 지나친 신심 중심이 되다보니 신자들의 삶이 「신앙 따로 생활 따로」였다』고 강조하고, 『앞으로는 말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교회가 되기위해서는 반드시 소공동체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론이다.

평신도 개개인이 말씀과 삶 속에서 하느님을 체험할 때만이 교회가 쇄신되고 새로운 본당이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압량본당 소공동체는 내년에 분반을 계획중이다. 전 신자가 소공동체 구성원이 되어가는 첫 발을 내딛는 셈이다.

모범 본당에 선정된 압량본당을 대표해 이금희씨가 교구장 표창을 받고 있다.

신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