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1세기 한국교회와 소공동체 운동 (6)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1-10-28 수정일 2001-10-28 발행일 2001-10-28 제 227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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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 활성화위한 사목지침에 순명해야”
제단체와의 대화 협력도 필요
소공동체 운동은 새천년기 한국 교회의 바람직한 교회상을 정립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이다. 최근 본당의 비대화와 신자들의 인격적인 친교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에서 「작은 교회」인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본당 활성화를 꾀하자는 것이 요지다. 따라서 복음나누기와 친교를 통해 깨달은 바를 삶의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나가는 것을 소공동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존 신심 단체들과는 어떠한 역할 관계가 정립돼 나가야 할 것인가? 특히 성모 마리아의 정신을 모태로 활동해 온 레지오 마리애와의 관계 정립은 향후 소공동체 활성화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난 1953년 한국에 도입된 레지오 마리애는 현재 우리 교회 내 각 본당에서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해온 신심 단체중 하나이다. 현재 30만여명의 활동 단원이 전국 각 본당에서 선교, 환자 방문, 불우이웃을 위한 봉사 등을 전개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만큼 성장,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서울 세나뚜스 류길성(스테파노) 단장은 소공동체와 관련, "레지오 마리애는 무엇보다도 먼저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교구장님과 영적 지도자의 사목지침에 순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평의회와 쁘레시디움은 단원들에게 본당 소공동체 참석 등을 활동으로 배당하여 소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줄 것을 지난 93년 선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구역중심 재편 장단점

최근 한국교회는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중 레지오 마리애와 관련된 경우에는 지역중심으로의 체체 재편, 합동 주해 등이다. 소공동체가 구역, 반중심인 만큼 보다 효율적으로 레지오와 소공동체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일부 본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안이다. 이에 대해 서울 세나뚜스에서는 지난 98년 「구역별 쁘레시디움」에 대한 종합분석이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구역 쁘레시디움의 장점으로 △구역 내의 가까운 이웃들이 한 쁘레시디움을 구성하기 때문에 친교가 용이하다 △구역 내 정보전달이 빠르고 상호 가정의 내막을 잘 알게 되어 서로 단합이 잘된다 △따라서 소공동체 모임이 잘 이루어지고 구역 활동에 기동성있게 대처할 수 있다 등을 지적했다.

또한 우려되는 점으로 △비슷한 생활수준의 신자들끼리 그룹이 형성되므로 구역별 빈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위화감이 집단 이기주의와 타 구역에 대한 배타적 정서로 발전할 수 있다 △같은 얼굴끼리 구역과 레지오에서 중복 회동하므로 활동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친목회 성격으로 흐르게 되어, 결국 레지오의 카리스마는 상실되고 만다 등을 꼽았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구역별 레지오가 소공동체의 활성화에 일정 방향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오래지 않아 그 역할이나 기능이 급격히 줄어들고 결국 소공동체 안에서 레지오는 그 소중한 카리스마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레지오가 그 특유의 카리스마를 잃어버리면 장기적으로 볼 때 소공동체의 올바른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소공동체를 이끄는 교회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라는 것이 요지다.

레지오 카리스마 상실 우려

류길성 단장은 소공동체와 레지오를 비유해 『소공동체는 교회(신비체) 그 자체이며 레지오는 그 지체(肢體)』라고 설명하고 『레지오가 지체로서 지니는 그 독특한 기능과 역할을 신비체 전체를 위해서 바르게 보존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장 정월기 신부는 『그동안 많은 신자들이 레지오를 비롯한 다른 단체 활동도 많은데 소공동체 모임까지 하기에는 너무 벅차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기존 단체는 단체대로 나름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에 반해 소공동체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이 부족한 만큼 이러한 난관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레지오를 비롯한 각 사도직, 신심단체들의 성장과 더불어 소공동체 운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 단체들과 어떻게 원할하게 협조하면서 서로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10년전 한국에 도입된 소공동체가 우리 교회 안에서 삶의 현장과 복음이 결합되는 실천의 장으로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10~20년 정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소공동체 전문가들도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고 나서야 조금씩 한국교회 내 소공동체의 기틀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 거쳐야

교회 관계자들은 소공동체 운동을 새 천년기 한국교회의 미래로 보고 있다. 초대 교회 정신으로 돌아가 서로의 삶과 신앙을 나누고 성장시키는 기초가 바로 소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향후 소공동체 운동이 올바르게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기존 신심, 사도직 단체들의 협조와 동참이 우선돼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레지오 마리애를 비롯한 제 단체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소공동체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공동체 관계자와 기존 단체들과의 대화와 협력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고, 이를 토대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