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1세기 한국교회와 소공동체 운동 (5) 일본 5개 교구 사제단 한국교회 소공동체 견학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1-09-30 수정일 2001-09-30 발행일 2001-09-30 제 226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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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스스로 기도하고 삶을 나누는 모습에 감명”
 깊은 관심 보이며“생각보다 훨씬 의미있어”
해방촌본당 서춘배 주임신부, 구역·반장 등과 만나고 있는 일본 사제단.
『한국교회의 소공동체 현황을 견학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한국교회는 지난 10여년 동안 소공동체 정착을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해오고 있다. 그동안 각 교구는 지역 여건에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며 소공동체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전국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가시화 되면서 '소공동체가 한국교회의 새로운 대안'이란 의지를 결의문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국교회 안에서 소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교회 나가사키, 후쿠오카 등 5개 교구 사제단 11명이 9월 17~21일 서울을 방문했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한국교회 본당 소공동체 견학. 아직 이 운동이 도입되지 않은 일본교회로서는 이웃나라 한국교회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소공동체 운동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져 왔다. 특히 지난 2월 서울대교구 강우일 주교와 평신도 사목국장 정월기 신부가 일본 나가사키 교구에서 소공동체에 관해 강연한 것이 일본교회에서 소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따라서 이번 방문은 한국교회의 소공동체 실상을 제대로 살펴보고, 일본교회에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장이 됐다.

일본 사제단은 이번 일정동안 소공동체 운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 중 동두천본당(주임=김창수 신부)과 해방촌본당(주임=서춘배 신부)을 견학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 관계자의 안내로 둘러본 사제단은 직접 소공동체 모임을 참관하고 반장, 구역장들과 나눔의 시간을 가지면서 소공동체가 무엇이고 어떠한 결실을 맺고 있는지를 체험했다.

9월 20일 서울 해방촌본당에서 마련된 소공동체 견학에서 일본 사제들은 "소공동체를 통해 어떠한 결실을 얻었는가?" "사제들은 어느 선까지 역할을 해야 하나?" "어떤 체제로 소공동체를 운영하나?" 등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서춘배 주임 신부는 "본당 부임 후 2년 6개월 동안 소공동체 모임을 가지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하고 "소공동체를 통한 대명제 아래 삶과 신앙을 서로 나누면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이 큰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서신부는 또 "소공동체 모임이 무르익으면서 지역사회 복음화의 일환으로 오갈데 없는 노인들을 위한 그룹홈 '은빛자리'를 개소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특히 남성 소공동체 모임의 경우엔 부부가 함께 참여해 복음을 나누고 신앙을 나눌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신부는 아울러 소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신자들이 성서를 보다 가까이 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방촌본당은 지난해 '자기 성서 갖기 운동'을 전개한데 이어, 복음노트 필사 등이 신자들 사이에 정착된 상황이다.

반면 소공동체 모임의 어려운 점도 제기됐다. "아직 레지오 등 기존 단체들과의 관계 정립에 어려움이 있다" "다른 활동도 하고 있는데 소공동체 모임까지 하는 것이 너무 벅차다" 등이 지적됐다.

해방촌본당의 현황을 진지하게 경청하던 일본 사제들은 자국 교회의 경우 구역·반이란 조직체계가 없는 실정이라 한국교회의 구역·반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과연 사제들의 역할이 소공동체 모임에서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서신부는 사제들의 역할과 관련, "소공동체 모임 자체가 신자들 스스로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으로 전개된다"고 설명하고 "하지만 초창기 기틀을 다져나가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사제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교육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본 나가사키 교구 나까하마 신부는 이번 소공동체 견학을 마치며 "일본교회의 경우 신자들이 본당 운영을 비롯해 모든 제반사항들을 사제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반면 한국교회는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평신도 스스로 자각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히고 "최근 일본교회에서도 소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에 중요한 사명을 띠고 왔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