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월간 ‘레지오 마리애 편집장’ 박광호 신앙수기] 내영혼 쉴데없는 길섶에 (15·끝) 제15장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입력일 2001-09-23 수정일 2001-09-23 발행일 2001-09-23 제 226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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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인간은 어떤 간난신고 속에서도 하느님께 위탁하고 봉헌의 삶을 살아야 구원이 있고 은총이 있는 것이다. 
내가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 편집장으로서 얻은 두 번째 수확은 나 자신의 신앙 성숙이다. 나는 매월 20여 필자를 원고 속에서 만난다. 그러니까 편집장 재직 11년 세월에 적어도 2천 5백여 필자를 만난 셈이다. 이분들 중에는 영성적으로 뛰어난 성직자와 수도자도 있고, 주님의 자녀로서 열심히 생활하는 신앙인들도 있다. 그밖에 또 있다. 1996년 출범한 「레지오 마리애 명예기자 제도」에 의해 만난 각 교구 명예기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범적인 삶을 사는 신앙인들로서 월간지 내실화에 적잖이 기여했다. 나는 이렇듯 우리 교회의 훌륭한 분들의 글과 인품을 접하면서 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그분들의 신심을 본받고자 힘쓰게 되었다. 오늘날 내가 「하느님의 자녀」라고 말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이 분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여기에 덧붙여, 편집장 재직 중에 만났다가 인격적인 오해로 헤어진 분들이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 분들의 신앙생활에 걸림돌이 되었을 터이니 차라리 만나지 않았음만 못하게 되었다. 그분들을 떠올릴 때마다 인간관계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1997년 7월에는 미국 LA 한인 성당과 달라스 한인 성당에서 레지오 강의를 하였다. 평소 나를 아껴 주던 북미주 한인 레지오 협의회 회장 문태준(바오로)형제님이 초청했던 것이다. 내가 자신의 체험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증거하자, 참석한 레지오 단원들은 자신의 일인 양 열렬하게 박수를 보내며 하느님께 감사했다. 나는 이역 만리 머나먼 미국에서 열심히 신앙 생활하는 신자들이 반가웠고 또, 나를 일부러 초청해 주고 봉사해 주는 분들이 고마웠다. 1998년 9월에는 가톨릭 출판사에서 나의 제2시집 「내 영혼 쉴 데 없는 길섶에」와 제3시집 「새뽀얀 애정으로 꽃피는 나무」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제1시집 「금단의 늪」이후 30여 년만에 나온 이 시집들은 내가 난치병을 이겨내고 신앙인으로서 꿋꿋이 살아온 인생 편력이 하느님·성모님·자연·인간대한 사랑과 함께 숨쉬고 있다.

레지오 강의는 미국에 다녀온 후에도 종종 주어졌다. 사실 레지오 월간지를 만들랴 원고를 쓰랴 분주하게 살고 있는 나로선 특별히 강의 준비를 한다는 게 여간 피로하지 않다. 그러나 모처럼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는데 이 기회를 어찌 외면한단 말인가! 그래서 강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열심히 준비해 강의했다. 지금까지의 교육 중 대구 상인동 성당과 제주 꼬미시움에서 실시한 제1단계와 제2단계 교육, 그리고 목포 경동 성당 레지오 피정에서의 강의가 잊혀지지 않는다. 대구 상인동 성당 최홍길(레오) 주임 신부님은 2000년 4월에 상인동 가스 폭발 사건 위령미사에서 나로 하여금 추모시를 낭송케 하였고 같은 해 8월에는 레지오 교육 강사로 불러 주었다. 강의 내용을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 보내 주신 신부님의 정성에 감사한다. 제주 꼬미시움에서는 지난해 레지오 기사 2단계에 이어 금년 1단계 교육에 초청해 주었는데 금년에는 아내 안젤라와 동행하게 되어 아주 즐겁고 흐뭇했다. 그리고 이번 9월 16일에는 내가 영세·견진 성사를 받았고 고통 중에 레지오 단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했으며 완쾌의 축복을 받았던 목포 경동 성당에서 강의를 하였다. 이 곳에서의 강의는 내 인생에 대한 회상과 감사의 시간이었고 하느님의 사랑과 영광을 증거 하는 현장이었다.

이제 과거를 되돌아볼 때 내 인생은 육체적 경제적 고통이 점철된 험산 준령이었다. 그런데 이 고통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그와 같은 고통이 있었기에 하느님과 성모님의 남다른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고통을 통해 완쾌는 물론 이 세상에서의 성숙된 삶을 은총으로 받았다. 나는 이로써 은총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았으며, 고통이 없는 삶은 구원을 얻지 못함을 알았다. 모름지기 인간은 어떤 간난신고 속에서도 하느님께 위탁하고 봉헌의 삶을 살아야 구원이 있고 은총이 있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인생 역정으로써 이 진리를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셨다고 믿는다. 나는 금년 12월 31일로 월간 「레지오 마리애」 편집장 직에서 정년 퇴임한다. 만 10년 넘는 레지오 월간지 편집장으로서의 막을 영예롭게 닫고, 제3의 인생을 열게된다. 그것은 박해 시대의 순교 소설을 집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봉훈(가브리엘) 청주교구장님과 장명희(콘솔시아) 수녀님, 김해걸(예로니모) 형제님 등 많은 분들이 자료와 고견을 주고, 김태수(요셉) 형제님 등 여러분이 전국 성지와 교우촌 답사에 봉사해 주었다. 나는 세상 마치는 날까지 문학으로 하느님 영광을 증거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