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복음

[현장에서 만난 복음]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민경화
입력일 2026-09-08 16:48:11 수정일 2026-09-08 16:48:11 발행일 2026-09-13 제 3507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얼마 전 프랑스에서 오신 한 원로 신부님께서 대리구청을 방문하셔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중 신부님께서 제게 물으셨습니다.

“신부님은 무엇을 담당하고 계십니까?”
“중고등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저는 “초등부까지는 성당에 잘 나오던 학생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신부님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물으셨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너무 바쁩니다. 학업 때문에 성당에 나올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신부님께서 되물으셨습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그 질문에 다시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까.

“학생들이 성당에서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부님은 프랑스 파리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BTS를 보기 위해 모였던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젊은이들은 BTS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그들을 찾아갔다는 것입니다.

“성당에 오는 학생들도 교회 안에서 위로와 평화를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성당에서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까?”

이어 신부님은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재미있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거나, 강론은 무조건 짧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추측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이야기는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저 역시 청소년 사목을 담당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시도해 왔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제대로 물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너희는 교회에서 무엇을 하고 싶니?”
“교회에서 무엇을 기대하니?”
“너희에게 교회는 어떤 곳이니?”

교회는 이제 젊은이들이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그렇게 선언한다고 해서 그들이 저절로 교회의 현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정말 그들이 교회의 현재라면 그들의 목소리도 지금 교회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 때문에 기뻐하고 힘들어하는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리 정해 놓은 답에 맞추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존중해야 합니다.

어쩌면 청소년 사목의 출발점은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먼저 묻고 그 대답을 듣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청소년을 위한 사목을 넘어 청소년과 함께하는 사목, 어른들이 정해 주는 교회가 아니라 청소년과 함께 만들어 가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어른들이 조금 더 천천히 말하고 조금 더 많이 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묻는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자신이 단순한 사목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교회를 이루어 가는 소중한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청소년들은 교회 안에서 진정한 위로와 평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썸네일 사진

글 _ 이규성 요셉 신부(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