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루르드 巡禮記(순례기)

강정우
입력일 2026-09-02 11:48:28 수정일 2026-09-02 11:48:28 발행일 1955-11-20 제 16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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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일전부터 정하여진 금년 七(7)월 一(1)일은 나에게 있어 마치 어린아이들이 설명절 추석(秋夕)명절을 날마나 밤마다 손꼽아 기다리는양 험악한 세파에 헤메던 자식이 오래동안 뵈옵지 못한 그리운 어머님의 품안을 찾아가는 것처럼 기쁨이 용소슴치는 날이었다.

 

이윽고 七(7)월 一(1)일 나는 불란서 「파리」시 교구연합 순례단(巡禮團)의 사람이 되여 오후 五(5)시반 「루르드」로 향해 떠나는 열차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파리」시 「오스떼릿조」역에는 각 소속본당의 「마-크」(徵章(징장))을 붙인 수천명 순례자들이 번잡히 웅성거리며 빠저나갈 길이 없을만큼 복잡하였다. 해마다 년중행사로 정하여져 있는 이 순례는 언제나 참가자가 많은 모양이다. 객차(客車)가 십여차량 연결된 이 순례단 전용(專用) 열차가 다섯대나 된다. 처음으로 보는 나로서는 엄청나게 숫작가 많아보이건만 듣건대 지난해는 이런 열차가 십여대나 되였다니 - 금년에는 비교적 참가인원수가 반도 체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중에 제일 눈에 띄는 것은 환자전용열차(患者專用列車)가 준비되여 있는 것인데 백여명의 수녀간호원들이 환자를 열차안에 받아드리느라고 이마의 흰수건이 땀에 담북 젖었다. 환자는 이 巴里(파리)시에만 해서 특별지원자(志願者)만 취급하였다는데 그 수가 수백명에 달하며 대개는 중환자이라 자기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일일히 남의 손을 빌려야 자리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열차는 정각에 출발하여 서서히 복잡한 「파리」거리를 등지기 시작하였다.

일년 네계절(四季節(사계절))에 그 어느때나 세계각국에서 유람객들이 모여드는 이 화도(花都) 「파리」는 현대문화의 최첨단을 걷고 있는 반면 천주님을 모욕하는 죄악도 그만큼 많을진데 차라리 남이 부르짖는 꽃같은 이 도시를 떠나 순직한 농민들이 흙냄새를 맡으며 자연을 노래하는 시골로 가는 것이 한층더 마음이 가벼웠다.

 

순례는 「루르드」에 이르러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열차가 움직일 때부터 시작되여 반장(班長)되시는 신부님들의 지휘에 따라 묵주신공 성모노래가 끊임없이 제창되었다. 그 누구하나 할 것 없이 마치 묵상신공때나 다름없이 농담 허설(虛說)은 모도지 금물이요 공동염경이나 찬미가가 끝나면 성경 특히 성모께 대한 서적을 읽는 것이었다.

 

「루르드」의 성스러운 분위기는 벌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성모님이 당신의 처소로 마련하신 「루르드」는 한시간에 二백(2백)리식 달리는 급행열차라도 열두시간 이상 쫓아야 할 먼거리에 있다. 차창으로 번갈아 지나치는 곱게 자라난 푸른잔디밭 옹기종기 모여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는 소와 양(羊)이 남쪽지방은 포도주(葡萄酒)로 유명하다더니 과연 철도연안에 줄줄이 늘어저 있는 포도밭 이따금 울창한 숲에 쌓여있는 구름 넓은 평야를 구비구비 감도는 시내 시야에 흐르는 모든 자연이 이 성스러운 순례단의 기분을 돋꾸어 줄 따름이었다.

 

오후 七(7)시에는 저녁식사 九(9)시반에는 만과 十(10)시부터는 취침시간이였다. 이 많은 사람중 얼굴색이 누른 동양사람으로서는 오직 하나뿐인 나는 출발시부터 과도한 감격에 젖었음인지 신경과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두운 밤중에 때때로 지나치는 소도시(小都市)들의 밤경치를 엿볼 따름이었다.

 

새벽 四(4)시부터 먼동이 터 짐점 시야가 넓어짐과 함께 거룩한 어머님이 계신 곳이 가까워지는 까닭인지 산림과 초원과 강물의 조화가 일층더 아름다웠다.

 

五(5)시반에 기침(起寢) 조과 또 묵주신공 마침내 六(6)시반경에 루르드 대성전의 높은 종탑이 보이기 시작하여 일동은 기쁨에 넘쳐 「마니피깟」을 합창하며 「루르드」역에 도착하였다.

 

지정된 여관에 각기 방을 정하고 옆에있는 적은 성당에서 미사성제를 올린 다음 아침식사가 끝나자마자 「마사비엘」굴로 빠른 거름을 쳤다.

 

이미 우리 순례단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먼 여러 나라에서는 순례단이 있어 약 七八만(78만)평(坪)에 해당하는 성지구역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단체마다 창하는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 노래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하였다.

 

무리를 헤치며 기어코 이르르니 여기가 곧 「가브」 강물 같으며 一八五八年(1858년) 二(2)월에 적고 보잘 것 없는 한 시골소녀 「벨나뎃다」에게 자애로운 성모님이 발현하신 「마사비엘」굴이다.

 

같은 굴에 뫼신 성모상은 마치 성모님을 친히 뵈옵는듯 「얘야 이제 왔느냐」하시는 것만 같해서 그앞에 꿀어앉어 드려야 할 말씀이 무엇인지도 몰라 다만 「사랑하올 어머님 머나먼 극동반도 대한민국에서 그리워하던 어머님 집을 이제야 찾어왔나이다」고 할 뿐이었다.

 

어머님의 품안에 오직 긴 어린아기처럼 오직 기쁨과 평화에 잠겨 나도 모르게 묵주구술만 한참 돌리었다.

 

대체로 굴과 대성전을 개관하고 자세한 것은 앞으로 一(1)주간이나 머물 것이매 나중으로 미루었다. 위선 피곤한 몸을 잠시 쉬고 정신을 가다듬는 동시에 「루르드」를 가장 잘아는 사람을 찾고 또 「루르드」에 관한 책을 찾을 계획이었다.

 

그리하여 그 一(1)주간동안 보고듣고 느낀바를 간략하게나마 고국에 계신 독자여러분께 이야기하여 드리려 하는 바이다.

 

在(재) 베르기 張(장) 죠셉 神父(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