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祝(은축)
訪花隨柳亭(방화수류정)을 말로만 드렀나니 철 아닌 늦가을에 꽃을 찾어 예왔던가? 「水州(수주)」 고을물이 맑어 小春往日(소춘왕일)에 낚대를 메고 西湖(서호)의 고기떼와 희동코자 내 왔는가? 괴애(乖崖) 金守溫(김수온)이 이곳에 와 노래지어 이른말이 「千年璧曐興亡久(천년벽성흥망구)」… 東門(동문) 北門(북문)이 砲彈(포탄)에 날리운 오늘 헐어진 望台(망대)조차 우뚝 서럽다.
군데 군데 避難民(피난민)의 판잣집들이 눈에 밟히우기만 하는데 내 어찌 牧隱(목은) 先生(선생)을 본떠 「海近魚滿盤(해근어만반)」을 흥겨워 부르리오?
百里(백리) 머나먼 길을 먼지를 쓱도 왔기는 오늘 銀祝(은축)의 盛典(성전)에 末席(말석)을 더럽히고자 함이어니 장하도다 李福永(이복영) 神父(신부) 芝峰(지봉) 李(이)통光(광) 先生(선생)의 第十七代孫(제17대손)이시며 司祭(사제) 昇品(승품) 二十五週年(25주년) 記念(기념)이 한결 더 장하도다.
信子(신자) 信女(신녀)들 그득히 모인 會場(회장)에 찌루하도록 울려나오는 畧歷(약력) 報告(보고)의 마이크소리 - 「부르심」 따라 가는 곳마다 어데엔들 그 業績(업적) 아니 빛났으랴만 司牧生活(사목생활) 二十五年(25년) 星霜(성상)을 다 들츠어서 무엇하리.
하나 보아 열을 짐작한 聰明(총명)이 없지 아니한 우리 인지라 이지음 이 마당에 눈을 의심케 하는 바루저 石造建物(석조건물)들에서 남어지 그의 피땀어린 過去(과거)들을 읽을 수 있노라.
빨갱이 난리 통에 차라리 도둑 탓인 집뿐이었드면…… 피난살이에 지처 돌아온 몸이 가슴을 앓으면서도 廢墟(폐허)그대로를 비질하고 터를 닦어 여기 어연듯이 세워놓은 돌집이 셋채!
(再建(재건) 입네 復興(부흥)입네 떨들어대는 세상이기로 돌담 쌓고 세멘트 빚어 집아면 다 집일손가
無産兒童(무산아동)들의 집일수록 健實(건실)하고 아담스러야 한다는 듯 花崗石(화강석) 二層(2층)에 어느 材料(재료) 하나인들 인색함을 엿볼 수 없는 小花學校(소화학교) 校舍(교사) 어버이의 따뜻한 품인양 信者(신자)들이 푸근이 쉬며 배우며 즐길 수 잇는 敎友會館(교우회관) 그리고 主任(주임) 補佐(보좌) 두 神父(신부)가 살기에 不便(불편)이 없도록 素朴(소박)하나마 오밀조밀 머리를 써서 꾸며낸 現代樣式(현대양식)의 司祭(사제)관!
평생 아첨을 배우지 못한 性格(성격)이 짧은 時間(시간) 어려운 環境(환경) 속에 이룩한 일 거룩도 하다 일찌기 都廳府(도청부)였던 水原(수원)에는 古跡(고적)들이 많이 있어 文化財(문화재)를 保存(보존)하자는 看板(간판)이야 어디에 못지않게 흔하건만 우람한 練式亭(연식정)이 비바림에 쓸려가니 邑民(읍민) 十三万(13만)의 힘으로도 색은 연 木(목) 갈어내지 못했거늘 炳(병)든 몸 하나의 힘으로 이다지 야문 遺業(유업)을 남겼구나
링겔을 注射(주사)하고야 式場(식장)에 나올 수 있는 體質(체질)이 옜 本堂(본당)인 安城(안성) 安法高校(안법고교)의 奏樂(주악)과 더부러 육중한 꽃목거리에 숨 가뻐하며 손수 가꾸었던 團体(단체)들에게서 疲勞(피로)웁도록 받은 禮物(예물)들이 쌓이고 또 쌓이는데 남아닌 조카 文根(문근) 神父(신부)의 作曲(작곡)인 慶祝歌(경축가)를 어린이들이 合唱(합창)함은 錦上添花(금상첨화) 바루 그것이로다.
으례 祝辞(축사)라면 아름다운 거짓말이 保統(보통)인 것이로되 이 자링의 그것은 처음 가톨릭의 司祭職(사제직)을 말하고 다음 殉敎的(순교적) 使徒(사도)들을 追慕(추모)하다가 드디어 李(이) 神父(신부)의 銀祝(은축)에 이르러 그치니 이러한 信子(신자)를 낳으시기에 저러한 神父(신부)가 먼저 계서야 하였으리라.
『천주께서는 가장 나약한 人間(인간)을 가리시어 당신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제가 그동안 무슨 일을 하였다면 그것은 천주께서 보잘 것 없는 연장을 통하여 당신이 친히 하신 것 뿐이니 오늘 제가 받는 이 모든 영광을 하나도 빼놓음이 없이 천주께 바침니다 …』 神父(신부)의 答辭(답사)는 마디 마디 가슴을 찌르다가 『부주교님은 제게 큰 十字架(십자가)를 선물하시었는데 앞으로는 더욱 十字架(십자가)를 지라는 뜻으로 알고 죽는 날까지 이를 사양치 않겠읍니다』라는 대문에 그의 목소리는 가냘프게 떨리고 듣는 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번저지는 瞬間(순간)! 아아 神父(신부)여 지낸날 님만이 알으실 슬픔을 回想(회상)하심인가 앞으로 마서야 할 「잔」이 쓰거워 그러신가?
고정하시라 여기 그대의 「기쁨과 花冠(화관)」인 信徒(신도)들이 있고 저기 외로우신 심판자 저날에 그대에게 갚어주실 正義(정의)의 花冠(화관)이 기두리며 있을 따름이어니 얼시구 절시구 銀祝(은축)이 좋을시구 잔 가득 뜻을 담어 千萬歲(천만세)를 비옵나니 주님이 베프신 이 잔치에 훈然(연)히 취하시
돌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