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전쟁 난민에서 암 투병까지… 고려인 박 엘레오노라 씨

민경화
입력일 2026-09-02 00:02:04 수정일 2026-09-02 00:02:04 발행일 2026-09-06 제 350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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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피해 한국 왔지만 자궁암 4기에 장 유착 합병증…통증으로 일하기 어려워 생계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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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엘레오노라 씨가 한국 생활에 큰 힘이 된 손성현 수녀(다니엘라·성가소비녀회) 손을 잡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는 박 엘레오노라(46) 씨에게 행복한 삶의 터전이었다. 동네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세 남매를 키운 박 씨는 “에너지 넘치고 활발한 고려인 사장님”으로 불렸다. 하지만 평범했던 일상은 전쟁과 함께 무너졌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하르키우는 전쟁의 중심지가 됐다. 삶의 터전이었던 도시가 포격의 위협에 놓이면서 박 씨 가족은 하루아침에 전쟁 난민이 됐다. 가족은 급히 고향을 떠나 체코로 향했다.

“하르키우가 위험해지자 주민들은 폴란드, 독일 등 주변 국가로 갑자기 이동하게 됐어요. 우리 가족은 전 재산 3000만 원을 들고 체코로 가게 됐죠. 금방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고려인인 박 씨는 언어와 문화적으로 익숙한 한국행을 택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박 씨는 다시 가족을 위해 살아가기 시작했다. 고려인 지원센터 ‘너머’의 도움을 받아 일자리를 구했고, 두 아들을 키우며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월 300만 원가량의 수입으로 월세를 내고 아이들을 돌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2023년 자궁암 4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낯선 나라에서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그에게 병마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박 씨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에는 화가 났다”고 말했다.

다행히 고려인 지원센터를 통해 알게 된 수녀회의 도움으로 수술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건강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2025년 4월 자궁암 후유증으로 장천공이 발생해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이후 복부 합병증으로 장 유착 진단까지 받은 박 씨는 일상생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배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 때문에 일을 지속하기 어려웠고, 올해 들어서는 일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박 씨의 한 달 수입은 약 50만 원. 월세 47만 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거의 남지 않는다.

한때 80kg의 건강한 체격이었던 박 씨의 몸무게는 투병을 거치며 50kg 안팎까지 줄었다. 무엇보다 힘들게 하는 것은 아픈 몸만이 아니다. 낯선 나라에서 의지할 곳 없이 살아가야 하는 외로움도 박 씨를 좌절시켰다. 

절망적인 상황에도 박 씨가 삶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도움의 손길을 건넨 한국인 덕분이었다.

“강생의 터 손 다니엘라 수녀님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저를 도와주셨어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준 큰 힘이었죠. 한국에서 제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언젠가 저도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전쟁과 병마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박 엘레오노라 씨는 여전히 가족을 위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6년 9월 2일(수) ~ 2026년 9월 29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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