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

“낙태약 합법화, 국가 책임 다하는 길 아니다”

이승훈
입력일 2026-08-21 09:57:26 수정일 2026-08-21 09: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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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등 집회서 생명 보호 촉구
“태아 생명권·여성 건강권 함께 지킬 안전망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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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먹는 낙태약 도입지시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제공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그레오리오) 신부는 8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과 생명운동연합이 연 ‘이재명 대통령의 먹는 낙태약 도입지시 규탄 집회’에 동참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박 신부는 여성들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약물을 구해 복용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해법이 낙태약 합법화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여성들을 불법 낙태하게 방치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발언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동시에 낙태약을 합법화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결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여성들의 낙태 문제에 대해 또 다른 무책임하고 손쉬운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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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먹는 낙태약 도입지시 규탄 집회’ 중 박은호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제공

박 신부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인용하며 “새 생명을 받아들이려는 개인과 사회의 감수성이 사라지면 사회에 필요한 다른 형태의 환대 역시 약화된다”고 밝히고, 이를 들어 생명 보호가 인간적 발전과 사회적 연대의 토대임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이어 “낙태약 도입은 단순한 의약품의 승인이나 보건의료 정책의 한 조각이 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이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 것인지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없고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연약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결국 또 다른 수많은 약자들, 노인과 장애인,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에 대한 환대와 연대의 기반마저 허물어뜨리게 된다”고 밝혔다.

여성의 권리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낙태약 허용보다 임신과 출산, 양육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여성이 처한 사회적·경제적 고립과 불안을 국가가 책임지고 돌보는 대신 고위험의 약물로 문제를 손쉽게 종결 짓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오히려 개인에게 전가하는 또 다른 방임에 불과하다”며 “여성이 안전하게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며 양육할 수 있도록 복지와 돌봄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국가가 실현해야 할 진정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생명부터 지켜야 할 것이고, 죽어가는 생명을 보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생명 보호 정책을 요청했다.

박 신부는 생명 문제가 정치적 진영이나 성별, 세대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동의 가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생명이라는 문제에 여당도 야당도, 진보도 보수도, 남성도 여성도, 구세대와 신세대도 없다”며 “생명이라는 가치는 모든 이가 함께 보호하고 지켜낼 수 있고, 우리가 추구하는 이 사회의 통합을 달성하는 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가장 작고 목소리가 없는 국민까지 온전히 품어 안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편의와 속도를 앞세운 낙태약 도입 지시를 철회해 달라”라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온전히 함께 지켜내는 생명 존중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길로 국가의 방향을 이끌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