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용’ 앞세운 낙태약 허용, 태아 생명은 뒷전인가

이승환
입력일 2026-07-22 09:05:17 수정일 2026-07-22 09:05:17 발행일 2026-07-26 제 350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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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특정 낙태약을 거론하며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의사의 재량에 따라 처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 했다. 매우 우려스럽다. 불법 해외 구매로 인한 여성의 건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로, 태아의 생명을 끊는 약물의 도입부터 서두르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낙태약을 제도 안으로 들여오면 안전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도 경계해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의도적인 직접 낙태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가르친다. 낙태약은 단순한 의약품이 아니라 태아의 생명을 직접 종결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낙태 허용 주수와 생명 보호 기준을 둘러싼 입법 논의를 ‘방치’로 규정하며 행정적 편법을 주문했다. 국무회의 발언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태아의 생명에 대한 숙고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도 심각하다.

의료계 역시 허용 주수와 처방 기준, 사전 검사와 사후 관리, 응급 대응 체계, 의료진의 법적 보호 장치도 없이 이를 ‘의사의 재량’에 맡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의료인에게 떠넘기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적·의학적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낙태약부터 허용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마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낙태약 도입 논의가 아니다. 장기간 방치된 입법 공백을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소하고, 불법 유통을 엄정히 단속해야 한다. 동시에 여성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의료 안전망을 갖추고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여성과 태아를 함께 살리는 길을 찾지 않고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약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선택은 책임 있는 국정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