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유룡 신부의 영성을 오늘에 잇자

최용택
입력일 2026-06-24 09:04:38 수정일 2026-06-24 09:04:38 발행일 2026-06-28 제 349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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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복시성이 추진 중인 방유룡(레오) 신부에 관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의 생애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가 무엇을 기억하고 이어가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방 신부는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가 우리 언어와 정신으로 하느님을 관상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영성가였다. 그가 한국 순교 복자 수도 가족을 세운 뜻도 순교 신앙의 뿌리를 잊지 않고, 그것을 오늘의 삶으로 증언하려는 데 있었다.

방 신부가 남긴 ‘대월’과 ‘면형무아’의 영성은 오늘의 신앙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대월이 하느님을 직접 대하는 마음가짐이라면, 면형무아는 성체 앞에서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을 살아내는 길이다. 그의 영성은 신앙의 중심을 다시 하느님께 두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이는 사제와 수도자만이 아니라 모든 신자가 일상 안에서 새겨야 할 길이다.

서울대교구는 브뤼기에르 주교,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과 함께 방 신부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방 신부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은 아직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방 신부의 시복시성은 특정 수도회의 경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삶과 덕행을 살피는 일은 한국교회가 순교 신앙을 오늘의 삶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성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방 신부의 영성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더 널리 알려야 한다. 신자들도 그의 시복시성을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하겠다. 방 신부가 걸었던 비움과 관상의 길이 한국교회 안에 더 깊이 뿌리내릴 때, 우리 또한 혼돈과 소외의 시대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증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