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빛은 신앙

[예술로 빚은 신앙] 성지에서

민경화
입력일 2026-06-24 10:09:00 수정일 2026-06-24 10:09:00 발행일 2026-06-28 제 349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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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부님의 초대를 받아, 원주교구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피정 마침 주일미사 중 성가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뻤습니다. 친분이 있던 분을 뵐 수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성가를 부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사는 작은 경당에서 봉헌됐고 반주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에게는 그 점이 부담을 덜어 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작은 성당을 좋아해서였는지, 좋은 신부님을 만나러 간다는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미사에 참여하러 갈 때만큼은 모든 잡념을 내려놓고 행복한 마음으로 길을 나설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미사에 방해만 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실제로 많이 부족했습니다. 긴장하는 버릇은 여전했고, 실수도 많았습니다. 실수를 하면 모든 신자분이 저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오해였습니다. 다행히 신부님과 신자분들은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고, 함께 성가를 불러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저에게는 그 시간이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반주를 도와주시는 분도 생겨 더욱 기쁘게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실수도 처음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자차로 이동해도 왕복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주일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서는 일이 늘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불러주는 분이 계신다는 사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를 이렇게라도 미사에 참여하게 해 주신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성지를 향할 수 있었습니다.

삶 안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신부님과 상담할 수도 있었고, 성지에 머무르며 기도할 수도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가는 것이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달에 한 번 성지순례를 떠나는 기분이었고, 힘든 삶 안에서 위로를 받고 돌아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싫어하던 제가 스스로 전날 미리 성지에 도착해, 성지의 밤하늘 아래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봉사해야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어쩌면 아는 신부님을 뵈러 간다는 단순한 이유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제가 봉사를 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저에게 선물을 주신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고민과 걱정은,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씻은 듯 사라지곤 했습니다. 제가 움직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았고, 그 시간은 추억이 되어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기도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저에게도 슬프고 힘든 일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것들 또한 곧 지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 안에서 제가 하느님 안에 머무르려 한다면, 그분의 도우심 안에서 다시 만족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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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조성욱 루카(수원교구 찬양사도협의회 ‘루카와 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