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광주가톨릭박물관, 양계남 작가 기념전 ‘지상, 파라디소’ 선보여

황혜원
입력일 2026-02-03 17:40:31 수정일 2026-02-03 17:40:31 발행일 2026-02-08 제 3478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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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거장 허백련 등 사사… 세례 이후 작품 세계 전환점 맞아
8월 31일까지 무료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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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남 작가 <그 분이 가시는 길-십자가의 길>. 광주가톨릭박물관 제공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 모두 / 그분의 길을 걷는 이 모두!”(시편 128,1)

광주가톨릭박물관이 1월 23일 고(故) 양계남 작가(크리스티나·1945~2023) 기념전 ‘지상, 파라디소(Terra e Paradiso)’를 개막하고 8월 31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라는 자신만의 별’을 지키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의 유족이 박물관에 작품을 기증함에 따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1945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양계남 작가는 조선시대 산수화의 거장 허백련과 구철우, 양수아를 사사하며 한국화와 서예, 데생 등을 익혔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 학·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1974년 광주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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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양계남 작가. 조선대학교 제공

국내는 물론 유럽 각지에서 전시를 열며 창작에 매진한 작가는 초기에는 묵(墨)에 숨겨진 다양한 색과 여백의 깊이를 탐구했다. 이후 채색화를 통해 화사한 색채와 세필 묘사, 한국적 정서를 결합한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했다. 자연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 일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1991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받은 이후, 작가의 작품 세계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스승에게서 배운 ‘삼애 사상(애천·애토·애인)’에 ‘복음적 사랑’을 더하며, 인간의 유한한 사랑을 넘어서는 초월적 사랑과 구원의 의미를 화폭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전통미와 서양의 추상미, 종교적 숭고미를 아우르는 예술관은 이 시기에 완성됐다.

깊은 묵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유한한 사랑을 넘어서는 초월적 사랑을 화폭에 담으며, “함께함으로써 즐거워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자신의 예술적 지향을 실천해 나갔다.

전시는 지상에서 천상으로 이어지는 사유와 고뇌의 여정을 ‘지상’, ‘여정’ 등의 주제로 구성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심미적으로 풀어낸 <구름이 쉬어 가는 곳>을 비롯해 대표작 40여 점이 공개된다. 특히 <그 분이 가시는 길 - 십자가의 길>은 이승과 저승, 고통과 승화가 교차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성스러운 새와 포도나무, 붉은색과 보라색의 배경 속 중앙에 놓인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구원 여정을 더욱 또렷이 드러낸다.

전시 기간에는 나비에 이름을 붙여 채색하는 ‘나비에 생명을’, 전통 먹을 직접 갈아 수묵화로 표현하는 ‘오만 가지 묵색 속 나의 별 찾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일·공휴일 휴관.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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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남 작가 <예수 고난의 14처-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시다>. 광주가톨릭박물관 제공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