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필리핀 ‘검은 예수상’ 행렬에 960만 명 참가

박지순
입력일 2026-01-16 17:48:41 수정일 2026-01-19 17:18:53 발행일 2026-01-25 제 347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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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종교 행사…참가자들 “부패한 정치인들 물러나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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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검은 예수상’ 행렬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검은 예수상’ 행렬에는 960만 명이 참가했다. OSV

[외신종합] 아시아 최대 종교 행사 가운데 하나인 ‘검은 예수상(Black Nazarene)’ 연례 행렬이 1월 9일부터 10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다. 행렬에는 960만 명이 넘는 인파가 기적과 희망을 바라며 참여했다.

검은 예수상을 유리함에 모시고 진행된 행렬은 30시간 50분 동안 계속돼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2025년 행렬에는 약 810만 명이 참가했고, 20시간 45분이 걸렸다. 올해 행렬에 참가한 성직자들과 시민들은 필리핀 정부의 부패 스캔들을 비판하고 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에게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행렬 시작에 앞서 마닐라 키리노 그랜드스탠드에서 봉헌된 미사에서 발랑가교구장 루피노 세스콘 주니어 주교는 “홍수 방지사업과 사회 기간산업에 관련된 부패한 정치인들은 물러나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도 물러나지 않는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했다. 이들 사업은 국민들이 낸 세금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 실제로는 아예 추진되지 않거나 부실하게 집행돼 유령 사업이라 불리고 있다.

네 아이의 어머니인 마리아 크리스틴 레이는 “나는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바라볼 때 우리도 예수님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존 킬라킬도 “올해 검은 예수상 행렬은 역사상 가장 긴 행렬이기도 했고, 내 삶 전체에서 간직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닐라 경찰 당국은 대규모 인파가 모이자 안전을 위해 1만8000명이 넘는 인력을 배치했다. 당국은 행사 기간 중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1월 9일 검은 예수상 행렬이 시작되기에 앞서 지역별로 주교들이 미사를 봉헌했다. 마닐라대교구장 호세 아드빈쿨라 추기경은 1월 4일 주례한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겸손과 이타적 행위를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아드빈쿨라 추기경은 “가장 귀중한 은총, 곧 겸손 그리고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께 향하는 순수한 사랑과 신심을 청하자”면서 “참된 신심은 인정받을 필요 없이 베풀 줄 알고, 칭찬받으려 하지 않고 봉사할 줄 알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할 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흑단으로 만든 검은 예수상은 17세기 초에 스페인 사제들이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며, 필리핀인들에게 큰 공경을 받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검은 예수상 행렬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마닐라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