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값싼 노동력’이라는 낡은 시선과 이들의 삶을 억압하는 제도 사이에서 쉽게 다치고, 쉽게 버려진다.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숨진 유학생, 지게차에 결박된 채 끌려다닌 노동자 사건은 예외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이 겪는 실제의 삶이다. 폭행과 차별, 장시간 노동과 휴일 미보장, 임금체불은 반복되지만, 언어 장벽과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 이동 제한은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든다.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권리조차 배제되는 현실은 더 큰 비극을 예고한다.
교회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고백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주민을 환대하는 공동체야말로 그 존엄이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본당과 신자들은 이주노동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보듬어 주는 등,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동반해야 한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탁을 나누며 ‘우리의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체험하게 하는 것도 복음의 실천이다. 미등록 이주민 산모와 아기를 돕는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 여수이주민지원센터의 ‘친정엄마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예다.
국가와 사회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 임금은 노동자의 생명줄이며, 고의·상습 체불은 ‘절도’에 준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노동자의 실질적 사업장 이동권을 보장하며, 단속의 인권 기준과 긴급구제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공동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시민이다. 오늘 우리의 기도와 연대가, ‘설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이들에게 사람답게 살 권리를 돌려주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