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무기 든 손으로는 평화 추구할 수 없어”

박지순
입력일 2026-01-14 08:30:21 수정일 2026-01-14 08:30:21 발행일 2026-01-18 제 347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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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교황청 주재 184개국 외교관 만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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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1월 9일 교황청 주재 외교관들과 만나 시스티나 경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CNS

[바티칸 CNS] 레오 14세 교황이 교황청 주재 외교관들을 만나 전 세계적 불안정의 심화, 소통의 단절, 인간 생명에 대한 경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교황은 1월 9일 교황청에서 교황청과 완전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184개국 외교관들에게 연설하면서 “일부 사안에서 국가들 사이의 세계적 대응과 행동이 취약하다”며 “전쟁이 다시 유행하고, 전쟁에 대한 열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일은 법치주의를 위협하고, 그 결과 모든 평화로운 시민 공존의 토대가 흔들린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오늘날의 분쟁에서 병원, 에너지 기반시설, 주택을 비롯한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장소들을 파괴하는 것은 중대한 국제 인도주의 법령 위반이라는 점을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며 “유엔이 인도적 권리를 수호하고 분쟁을 중재하는 국제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교황은 “오늘날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는 언어에 대한 공동의 이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뒤 “의미의 모호함을 악용해 이를 왜곡하고 상대를 속이거나, 공격하며 모욕하는 무기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전 세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보여 주는 표징들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예로 들어 “그분의 삶이 밝게 빛나는 이유는 진리 안에서 살아가려는 용기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또한 전 세계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ACN)는 2025년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구의 64.7%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한 침해가 있는 나라들에서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겨냥한 공격들을 언급하는 한편, “유럽과 미주에서는 눈에 덜 띄지만, 종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외교관들에게 이주민의 인간 존엄성 실현과 가정과 인간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하며 “교회는 생명의 원천을 부정하거나 착취하는 어떠한 관행도 강력하게 거부하고, 이른바 ‘안전한 낙태에 대한 권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려는 사업들을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 “생명을 억누르는 일에는 공적 자원이 배정되고, 오히려 어머니와 가정을 지원하는 데에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황은 생명윤리적으로 논란을 낳고 있는 대리모 출산에도 반대했다. 교황은 “대리모 출산은 임신 과정을 서비스로 바꿔 놓으며, 그 결과 아기는 상품으로 축소되고 자신의 몸이 착취되는 어머니의 존엄이 함께 침해될 뿐만 아니라 가정이 지닌 본래의 관계적 소명도 왜곡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