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이 된 ‘성 세례자 요한의 죽음’…서울에서 만난다

황혜원
입력일 2026-01-14 08:30:35 수정일 2026-01-14 08:30:35 발행일 2026-01-18 제 3475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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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술사를 조명하다’ 볼거리 풍성한 겨울 전시회③
국립중앙박물관,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개최
경북 경주 우양미술관, 윌리엄 터너 특별전 ‘터너: 인 라이트 앤 셰이드’ 마련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 모더니즘까지 유럽의 미술 발전사를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갤러리1898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대형 미술관까지 아름다운 색채로 올겨울을 수놓고 있는 주요 전시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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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모로 이후(After? Gustave Moreau) <성 세례 요한의 머리 앞에서 춤을 추는 살로메>.(19세기 중·후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로버트 리먼 컬렉션(1975)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을 3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로버트 리먼 컬렉션’의 회화와 드로잉 등 총 81점으로 구성됐다.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세잔, 카미유 피사로, 살바도르 달리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인간의 몸과 초상, 도시와 자연 등을 주요 테마로 화가들이 전통적 장르를 새롭게 해석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특히 신약성경 속 세례자 요한이 헤로데 안티파스에게 희생된 내용을 화폭에 담은 <성 세례 요한의 머리 앞에서 춤을 추는 살로메>(19세기 중·후반 추정)는 주요 작품 중 하나다.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가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와 혼인한 일에 대해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책망하고, 이에 헤로디아는 그에 대한 앙심을 품는다. 그 무렵 헤로데의 생일 축하 연회가 열리고, 헤로디아의 딸(살로메)은 춤으로 연회를 즐겁게 만든다. 헤로데는 딸에게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 약속하고, 딸은 어머니의 뜻을 따라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한다.(마르 6,17-29 참조)

‘죽음’과 ‘춤’이 맞물린 이 기록은 향락과 폭력이 맞닿는 순간으로 읽히며 19세기 말 유럽에서 여러 예술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이후 유행한 ‘살로메’ 회화 흐름 속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화폭 가운데 살로메가 춤을 추고 있고, 헤로데는 우측 옥좌에서 살로메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살로메 옆에 놓인 참수된 머리는 이와 대비되며 관람객들에게 화려한 연회와 잔혹한 죽음이 교차하는 찰나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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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스위스 성 고트하르트 고개의 폭풍>. 1845. 우양미술관 제공

한편 ‘빛의 화가’로 불리는 영국의 풍경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도 열린다.

경북 경주 우양미술관은 ‘터너: 인 라이트 앤 셰이드(Turner: In Light and Shade)’를 5월 25일까지 연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휘트워스미술관의 협력 전시로, 터너의 판화와 회화, 수채화 등 총 86점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터너의 명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풍경 판화 연작 <리베르 스투디오룸(Liber Studiorum)>을 집중 조명한다. 라틴어 ‘리베르 스투디오룸’은 한국어로 ‘연구의 서’로 풀이된다. 터너가 1807년부터 1819년까지 작업하고 인쇄한 71점의 판화로, 영국과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그린 풍경 스케치가 담겨 있다.

연작 가운데는 19세기 스위스 바젤 대성당의 모습이 담긴 <바젤>을 비롯해 성당 내부와 수도원 회랑 등의 작품도 포함돼 터너가 선과 명암, 여백으로 표현한 신앙의 공간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에는 터너가 탐구한 빛을 주제로 한 램프 만들기, 판화 제작, 21세기 풍경 그리기, 미술사 산책 등 연계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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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바젤(Basle)>. 1807년 6월 11일 발행(추정). 우양미술관 제공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